조정래의 시선
조정래 지음 / 해냄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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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처럼 나도 <태백산맥>으로 처음 조정래의 소설을 만났다. 그 후 읽은 소설은 <대장경>이 마지막이다. 10권 정도의 장편을 읽을 여유가 잘 생기지 않았다. 시간이 있을 때는 다른 소설을 읽기에 바빴다. 물론 이것은 핑계다. 우선순위를 뒤로 밀어두었을 뿐이라고 스스로 위안했다. 3권 정도의 소설을 적지 않게 읽은 것을 생각하면 핑계가 분명하다. 재작년에 <정글만리>가 나왔을 때도 사 읽을 기회가 있었지만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왜일까? 내 마음 한 곳에 조정래의 소설들은 어느 순간부터 우선순위가 계속 뒤로 밀리고 있다. 그런데 이 책을 읽으면서 그 생각이 바뀌었다.

 

이 책 속에 나오는 대부분의 대담은 <정글만리> 출간 후 진행된 것이다. 강연도 있는데 시기 때문인지 상당히 많은 부분이 중복된다. 작가의 말에서 중복이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이렇게 많이 나올지 몰랐다. 그리고 이 책에 실린 글들이 초기부터 실린 것을 담은 것이 아니다. 가장 먼 시간이 2002년 8월 한겨레신문에 실은 글이다. 그 다음이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에 대한 글이다. 두 번의 대선 즈음에 나온 글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정글만리>이 출간 이후인 것이다. 어떻게 보면 이 책은 <정글만리> 성공 후 진행된 대담 모음집과 같다. 물론 그의 인생과 철학과 문학관 등이 다양한 대담 속에 조금씩 흘러나온다. 조금씩 겹치는 부분이 워낙 강한 인상을 주지만.

 

<태백산맥>에서 시작해 <한강>으로 이어진 20년 동안의 대하소설 집필을 보면 놀라지 않을 수 없다. 보통의 작가라면 한 편의 대하소설을 겨우 완성할 시간이지만 그는 무려 3편이다. 모두 열 권 이상이니 얼마나 대단한가. 아직 <태백산맥>을 제외한 다른 작품을 읽지 않아 개인적인 감상을 표현할 수 없지만 어느 한 편이라도 처지거나 나쁘다는 평을 들은 적이 없다. 그리고 매일 원고지를 일정 분량 씩 정서하면서 썼다는 사실은 놀라지 않을 수 없다. 그 의지와 집중력을 생각하면 괜히 내가 부끄러워진다. 점점 게을러지고 안락함에 빠져들면서 핑계만 되고 있는 나 자신이 너무 잘 보여서 그렇다.

 

<정글만리>의 시작은 1990년 <아리랑> 집필을 위한 취재를 갔다가 관심을 두었다고 한다. 그 후 20년 동안 자료를 수집하고 중국을 방문해 취재한 후 썼다고 한다. 아직 읽지 않았지만 대담 속에 조금씩 나오는 중국 이야기는 많은 것을 시사한다. 우리의 인식이 중국의 현재와 같이 나가지 않고 과거 속에 머물러 있다고 질타한다. 불과 몇 년 사이에 면세점의 주 고객이 누군가를 생각하면 금방 알 수 있다. 시내 면세점을 가면 중국인들이 거의 대부분이다. 단순히 인구가 많아서 그렇다면 인도는 왜 그럴까? 거대한 인구 대국의 실체를 정확하게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이 대담 속에서 반복되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실제 과거의 거대한 자전거 물결은 이제 전혀 볼 수 없는 풍경이 되었다. 길은 수많은 자동차로 가득하다. 가장 높은 빌딩이 지어진 후 몇 년이 지나지 않아 더 높은 빌딩이 옆에 지어진다. 이 변화가 너무 빠르다. 이 빠른 변화가 분명 수많은 기회를 제공한다. 그런데 작가는 이것을 너무 쉽게 말한다. 주변에 수많은 기업인들이 현재 중국에서 어떤 고전을 치루고 있는지에 대한 고찰이 부족하다. 물론 몇 년 전까지는 그 말이 맞을 수 있다. 무작정 간다고 기회가 생기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말한 2억이 넘는 농민공이나 매년 쏟아져 나오는 중국 대학생은 그냥 있겠는가. 작가도 말했듯이 엄청난 성장 뒤에 가려진 수많은 희생이나 부의 분배나 부동산 폭등 문제 등이 살짝 발걸음을 무겁게 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역시 <정글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속에 나오는 중국의 모습은 가끔 가는 중국 출장이나 그들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줄 것 같다. 그리고 그의 문학관은 동의하는 부분이 대부분이지만 완전히는 아니다. 1인칭 사소설이 범람하는 것이 문제지 그 자체를 문제 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중국 경제에 대한 통찰은 배울 점이 많고, 우리가 잊고 있던 IMF의 기억을 새롭게 해 준 것은 좋았고 잊고 있어 부끄러웠다. 다음 작품이 교육 문제가 될 것이라고 하는데 올해 나오면 봐야겠다. 한국의 수많은 문제점들이 교육에서 비롯하는 부분이 적지 않은 현실을 생각하면 더더욱.

 

대하장편 3편을 쓰는 동안 그가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하지만 정확하게는 저녁 술자리에 참석하지 않았다. 반주로 안동소주를 한 잔씩은 했다. 저녁 술자리를 멀리한 이유를 들려줄 때 깊이 공감했다. 주변에 숙취에 시달리면서 하루를 멍하게 보내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민족을 중심에 둔 그의 세계관과 문학관은 좀더 깊은 고찰이 필요하지만 공감하는 부분이 많다. 스승이었던 서정주에 대한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 같았고, 아내와 <태백산맥> 필사를 둘러싼 소문의 실체를 글로 확인했다. 그리고 <월간중앙>의 글에서 실체도 명확한 정의도 없는 창조경제의 원리를 조정래의 글에서 발견했다는 부분을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뭐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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