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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지왕 ㅣ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3
올리퍼 푀치 지음, 김승욱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12월
평점 :
절판
전작 <검은 수도사> 이후 2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시작은 과거 30년 전쟁 당시의 한 약탈과 학살 장면이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을 보면 분명히 중요한 사건인데 중반까지 이 사건이 의미하는 바를 정확하게 알려주지 않는다. 그리고 숀가우의 사형집행인 퀴슬이 동생이 아프다는 소식을 듣고 그녀가 살고 있는 레겐스부르크로 간다. 평범한 의사보다 뛰어난 의술을 지니고 있기에 그녀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것을 그를 잡기 위한 함정이다. 성으로 들어가는 도중에 경비들에게 잡혀 감옥에 며칠 갇히고, 풀려난 후 동생 부부가 살던 목욕탕에서 살해당한 부부를 발견하자마자 들이닥친 경비대에 의해 살인자로 몰린다. 전편에서 가장 위력적이고 매력적이었던 퀴슬이 감방에 갇힌 것이다.
막달레나와 지몬은 여전히 밀애를 즐기면서 산다. 신분 차이 때문에 둘의 결혼이 힘들다. 숀가우를 떠나 그들의 정체를 모르는 곳으로 가기 전까지 이 둘의 결혼은 쉽지 않다. 이때 제빵업자 베르히톨트가 막달레나를 찾는다. 하녀 레즐의 임신 때문이다. 임산부의 피부와 증상을 보고 지몬에게 뭔가 떠오르는 게 있다. 맥각 중독이다. 임신 중절을 위해 소량의 맥각을 먹으면 효력이 있지만 많이 먹을 경우 환각과 함께 죽게 된다. 그런데 이 맥각을 준 인물이 바로 지몬의 아버지다. 제대로 된 용법에 대한 설명도 없이. 임산부는 죽고, 베르히톨트는 자신이 임신시켰다는 비밀을 지키려고 거래와 협박을 시도한다. 막달레나는 이것을 거부한다. 하지만 이 거부는 사형집행인의 딸 막달레나가 숀가우를 떠나게 만드는 사건으로 이어진다.
막달레나의 고모가 살고 있는 레겐스부르크로 둘은 도망친다. 배가 도착했는데 막달레나의 가방을 도둑이 들고 달아난다. 둘이 쫓는다. 도둑을 잡는데 뗏목 마스터가 도와준다. 이 인연으로 고래라는 술집을 알려준다. 돈이 많지 않은 둘이 머물기 나쁘지 않은 곳이다. 이곳에서 베니스 대사 실비오 콘타리니를 처음 만난다. 그가 관심을 둔 사람은 당연히 막달레나지만. 사랑의 도피처를 찾아온 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것은 고모부 내외가 죽었다는 것과 아버지가 살인자로 잡혔다는 소식이다. 이 소식은 아버지 구출하기로 이어진다. 하지만 연줄도 돈도 제대로 된 정보는 없는 이 둘이 할 수 있는 것은 많지 않다. 그중 하나가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다. 소동을 일으켜 감옥에서 아버지를 만나는 동안 지몬은 광장에서 백내장 수술에 성공하고 새로운 인연을 만든다. 그것은 거지왕으로 이어진다.
감옥에서는 레겐스부르크의 사형집행인과 퀴슬이 이어지고, 밖에서는 막달레나와 지몬이 베니스 대사와 거지왕과 연결된다. 퀴슬에 대한 온갖 소문이 떠돌고, 몇 명의 창녀들이 사라지고 죽는다. 성안의 소문은 더 흉흉해진다. 그 사이사이를 음모의 그림자가 살금살금 파고든다. 단순한 살인사건처럼 보였던 것이 레겐스부르크의 정치를 둘러싼 투쟁으로 발전한다. 범인과 음모자의 그림자가 희미한 가운데 누굴까 하는 추측이 난무한다. 누구도 믿을 수 없고, 믿지 말아야 한다. 그럴수록 막달레나와 지몬은 위험해지고 음모는 더 굳건해진다. 분명 과거 사건에서 비롯한 것인데 퀴슬마저도 정확하게 기억해내지 못한다. 어쩌면 당연하다. 잊고 싶은 기억이자 끝났다고 생각한 것이니 말이다.
복수의 그림자가 음모를 짜고, 소문은 퀴슬을 괴물로 만든다. 퀴슬을 둘러싼 음모의 답은 과거 속에 있고, 창녀들의 실종과 죽음은 또 다른 사건의 전조다. 목숨을 걸고 단서를 찾지만 적의 그림자는 뒤로 빠짝 다가온다. 밤을 지배하는 거지왕이 도움을 주지만 어느 순간 그도 믿을 수 없다. 막달레나와 실비오의 관계를 질투하는 지몬의 행동은 서로 다른 길을 가게 만든다. 질투와 오해는 순간적이지만 이 순간이 어떨 때는 영원으로 바뀔 수도 있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벌어지고, 누군가를 믿어야할지 모르는 의심의 강을 건너야 하는 순간들이 이어진다. 퀴슬을 잡았다는 안도와 복수의 마음은 오히려 퀴슬 쪽에 기회가 된다. 시간은 언제나 주인공 편이니까. 17세기 독일을 무대로 그 풍경과 상황 등을 이렇게 충실하게 재현하면서 긴박하게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작품이 그렇게 흔하지 않다. 재밌다. 다음 작품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