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짓하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
김재희 지음 / 시공사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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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파일러 김성호가 주인공이다. 이 프로파일러의 정체가 좀 묘하다. 처음 읽을 때는 평범한 프로파일러 중 한 명이었다. 그런데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의 초점이 처음과 달라진다. 현재와 과거의 사건이 교차하고 겹쳐지면서 새로운 이야기를 만든다. 하지만 이 과정으로 가는데 너무 많은 단서를 흘려놓았다. 범인들이 너무 쉽게 밝혀진다. 만약 범인 찾기만 있었다면 이 소설은 실패다. 이것을 상쇄하는 설정과 엔딩이 있기에 지금 이 소설보다 다음 이야기가 더 기다려진다. 프로파일러 김성호 시리즈가 어떤 모습으로 발전할지, 다음 이야기는 언제 나올지 기대한다.

 

일베를 모티브로 한 듯한 주간파 사이트에 한 성형여성을 비하하고 모욕주고 살해하자는 글이 올라왔다. 몇 사람이 동조하고 모이기로 했다. 하지만 실제 모인 사람은 처음 그 글을 올린 중학생 준희뿐이다. 온라인 상에서만 용감했던 사람들이 나오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날 밤 하나리가 죽었다. 가장 강력한 용의자로 준희가 지목되었다. 범죄행동과학계 프로파일러인 성호가 준희를 상대로 심리분석을 위해 지원나왔다. 정황이나 심리 상태 등을 보았을 때 이 소년이 범인일 확률이 매우 낮다. 담당 형사는 이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그러다 준희가 자살을 시도한다. 이 사건이 발생한 후 인터넷에 김성호의 신상털기가 진행된다. 그는 다른 사건에 배정된다. 삼보섬의 실종 사건이다.

 

삼보섬에서 세 명의 여성이 실종되었다. 가족들은 가출로 생각하기도 했는데 방송에서 이것을 보도하면서 사건이 유명해졌다. 삼보섬의 강대수 형사가 서울에 지원을 요청했다. 현장과 증거 자료 등으로 범인상을 프로파일링해달라는 것이다. KTX를 타고 가려고 하는데 동행이 한 명 있다. 여도윤이다. 용의자가 보낸 듯한 필적 감정 자료를 삼보섬 강대수 형사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다. 이 둘은 함께 경찰서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둘의 관계가 껄끄럽다. 하나의 사건을 위해 같이 움직이는데 따로 논다. 여도윤의 썰렁한 농담에 반응 한 번 보여주지 않는다. 처음에 뭔가 새로운 콤비의 탄생인가 하는 생각이 순식간에 사라진다.

 

하나리 살인 사건을 풀어내는데 실패한 김성호 경사. 새롭게 도착한 삼보섬에서 현장을 돌고 용의자나 친인들을 만나면서 프로파일링을 하려고 한다. 그런데 초동수사에 문제가 있다. 납치 실종이 아닌 가출로 판단하면서 생긴 기초적인 문제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는 성호가 화를 낸다. 살짝 순간적으로 알력이 생긴다. 하지만 삼보섬 형사들의 신속한 대처와 조사로 범인상을 추리하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약간 도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 다른 소설에서 본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런 모양이다.

 

삼보섬에서 실종 여성들을 수사하는 도중에 과거의 기억 단편들이 떠오른다. 사실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부분은 바로 여기서 일어난다. 어릴 때 다쳐 사라진 기억의 단편들이 되살아나면서 이것이 과연 이 삼보섬 사건과 어떤 연관성이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그리고 삼보섬의 어떤 밤에 수상한 두 남자가 만나 이상한 대화를 한다. 분명히 사라진 여성들에 대한 것이다. 자랑과 충동이 교차하는 대화다. 이때 비교적 쉽게 한 명의 범인을 깨닫게 된다. 하지만 이것이 이 소설 전체를 관통하는 이야기를 단숨에 깨닫게 하지는 못한다. 진실은 기억 속에 왜곡된 채로 숨겨져 있기 때문이다.

 

가독성이 좋다. 단숨에 읽었다. 하지만 감탄을 자아낼 설정이나 구성이 아니다. 만약 하나를 꼽으라고 한다면 프로파일러 성호의 삶이 어떤 과정을 통해 시리즈로 발전하게 될까 하는 기대다. 이 소설에서 가장 비극적이면서 파격적인 인물이 바로 성호이기 때문이다. 기억이 돌아오는 과정에 보여준 그의 다른 모습과 숨겨진 이야기는 처음에 준희와 대화하고 그 아이를 변호하던 그가 아니다. 이 파탄을 작가는 곳곳에서 드러낸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너무 많다. 조금 줄였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이 글을 쓰면서 넘겨본 곳에서는 작가가 참 많은 단서를 넣어두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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