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심증후군
제스 로덴버그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4년 10월
평점 :
품절


심장이 부서져 죽은 소녀 이야기다. 남자 친구가 한 말 때문에 심장이 말 그대로 부셔졌다. ‘나는 너를 사랑하지 않아’란 말이다. 그녀의 죽음이 이해되지 않은 유명한 심장외과의사인 그녀의 아버지는 해부까지 했다. 정말 심장이 부서져 있었다. 이 말도 되지 않는 설정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리고 한 소녀의 죽음과 이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다섯 단계로 풀어낸다. 부정, 분노, 타협, 우울, 수용의 단계다. 이것은 또한 각 장의 제목이기도 하다. 실제 이 다섯 단계는 스위스의 정신과의사 엘리자베스 퀴블레르로스가 제사한 도식이다.

 

작가는 이 다섯 단계를 통해 사랑을 잃은 슬픔 때문에 죽은 소녀 브리의 성장을 보여준다.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을 알지만 부정하게 되는 그녀가 현실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사건 때문에 분노한다. 그 바탕에는 오해가 있다. 이 분노가 소녀의 마음을 집어삼켜버린다. 숨겨진 진실을 알게 되었을 때 후회가 밀려오고 현실과 타협하고, 자신이 저지른 실수들 때문에 우울해진다. 이 과정을 극복한 후 있는 그대로 수용하는 과정이다. 어떻게 보면 이 도식에 이야기를 집어넣은 듯하다. 가끔 미국 영화에서 본 사후의 주인공들 모습과 겹쳐진다. 마지막 해피엔딩은 당연한 결말이다. 솔직히 이런 과정이 너무 빤해 긴장감과 흥미를 떨어트린다.

 

흔한 구성과 빤한 전개지만 몇 가지 설정과 영화를 보는 듯한 이미지들이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든다. 그 첫 번째는 패트릭이다. 사후 세계에서 브리의 가이드 역할을 하는 그의 정체는 은근히 호기심을 자극한다. 80년대 영화 <탑건>의 톰 크루즈 복장을 한 그에게 은연중에 끌리는 브리의 모습은 둘만의 로맨스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리고 흔들리는 가족과 아빠의 외도, 가장 친했던 친구들의 모습과 오해는 가장 순수한 분노를 터트리게 한다. 여기에 살짝 끼어든 악의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과로 이어진다. 사춘기 소녀의 마음을 적나라하게 표현했다. 이때 작가는 제이컵의 숨겨진 진실을 끄집어내면서 분위기를 반전시킨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 위한 설정이지만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다.

 

영혼이 현실 세계를 간섭하기 위해 보여주는 몇 가지 설정은 이미 영화 등에서 사용한 것이다. 하지만 이런 설정을 마치 영화보는 것처럼 머릿속에서 떠오르게 만드는 것은 또 다른 능력이다. 작가의 문장과 표현은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들었다. 많은 사건을 만들지도 않고, 복잡한 사후 세계를 설명하지 않고도 적지 않은 페이지를 빠르게 끌고 나간다. 십대 소녀의 감정 기복을 있는 그대로 표현하고, 사춘기 소녀의 속내를 살짝 드러내면서 새로운 로맨스의 분위기를 풍겼다. 가장 나쁜 빤함인 ‘친구의 친구를 사랑했네’ 같은 설정으로 이어지지 않은 것은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하나의 사랑 이야기가 아닌 두 개라는 설정은 쉽게 알 수 있는 미스터리지만 재미있었다.

 

십대를 지나온 지 오래되었고 몇 번의 사랑을 경험한 나에게 이 소녀의 과장된 사랑이 그렇게 현실적으로 와 닿지 않는다. 이 과장된 설정이 심하다고 느껴지지만 어쩌면 가장 순수한 감정의 표현인지도 모르겠다. 세파에 찌들고 순수함을 잃어버린 나에게 현실이란 높은 벽이 이 과장된 감정을 받아들일 공간을 조금도 내놓지 않는다. 하지만 나도 그때는 심장이 부셔지는 듯한 아픔과 고통을 느꼈다. 만약 소설처럼 상심증후군이 생겨 심장이 부셔지는 일이 일어난다면 세상은 큰 혼란에 빠질 것이다. 지금도 사랑이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사랑하는 연인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러나 상심증후군을 치료하는 약으로 사랑이 있다.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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