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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말년 서유기 1
이말년 글.그림 / 애니북스 / 2014년 6월
평점 :
품절
그림만 놓고 본다면 이말년의 만화는 볼 맛이 나지 않는다. 배경없이 인물 위주로 이야기를 풀어내는 그의 만화는 그냥 흘깃 봐서는 그 재미를 전혀 알 수 없다. 그래서 처음 자주 가는 사이트 게시판에 웹툰이 올라왔을 때 제대로 눈길도 주지 않았다. 기존에 보던 만화 보기도 바쁜데 새로운 작가의 그림이 엉성한 만화까지 보기에 시간이 너무 부족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점점 그의 이름이 많이 나오면서 조금씩 관심을 두었다. 특히 야구 웹툰. 자주 보는 것은 아니지만 그 내용과 분석에 눈길이 갔다. 이렇게 나도 모르게 속된 말로 그의 병맛에 길들여졌다.
그의 만화는 굉장히 직설적이고 독설이 넘쳐난다. 어떻게 보면 불편하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이 그에 대한 호불호를 불러오고, 독자들로 하여금 빠져들게 한다. 사실 그가 서유기를 연재한다는 것을 몰랐다. 알았다고 보지는 않았겠지만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낼지는 궁금했을 것이다. 인터넷 서점 책 정보를 보면 원전에 충실하다는 글이 있다. 이 정보가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전에 故 고우영의 만화에 빠져 정신없이 읽었던 기억이 있는 나에게 원전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늘 흥미로운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읽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한 번도 원전을 끝까지 읽은 적이 없다. 만화나 애니나 영화 등으로만 <서유기>를 알고 있지. 그리고 이 이야기의 후반부는 기억도 나지 않는다.
1권은 손오공의 탄생과 천계로 가기 전까지 이야기를 다룬다. 당연히 이 일을 원전의 이야기 틀로 풀어내지 않는다. 현대적 재해석이 가미되고, 새로운 캐릭터가 만들지만 기존의 병맛과 풍자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그만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그림체는 기존 만화와 크게 차별되지 않는다. 웹툰에 연재된 것을 단행본으로 옮긴 것이라 각 쪽별 구성에는 거의 차이가 없다. 이런 간결한 구성과 그림체는 이야기에 집중하기 좋은 형식이다. 그림을 따지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겠지만 내용에 잘 몰입하는 독자에게는 오히려 가독성을 높여준다. 거기에 그만의 독특하고 기발한 해석과 전혀 예상하지 못한 전개는 읽는 재미를 극대화시킨다.
그는 이 작품 이전에 한 번도 장편을 연재한 적이 없다. 이 사실은 실제 이 작품에 큰 장애가 되지 않는다. 단지 걱정되는 것이 있다면 완결까지 이 호흡과 분위기를 그대로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이제 겨우 천계로 올라가는 과정임을 생각하면 앞으로 나와야 할 권수가 상당할 것 같다. 그리고 그가 우리가 알고 있는 흔한 원전 한 권만 연구하지 않은 것 같은데 과연 어떤 이야기가 앞으로 펼쳐질지 궁금하다. 서장으로 함께 갈 동료 중 저팔계만 나온 것을 감안하면 나머지 동료들의 등장은 또 어떤 모습일지 궁금하다. 이런 궁금점들을 가지고 다음 권을 기다려본다. 아니면 웹툰으로 달려가야 하나! 웹툰에 없다고 하는 주요 인물 소개를 생각하면 그냥 이대로 있어야 하나! 선택은 어디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