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아침부터 계란말이 언니공감만화
모리시타 에미코 지음, 정은서 옮김 / 애니북스 / 201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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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내가 도시락을 싸서 다녔던 것은 고등학교 때가 마지막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가끔 도시락을 싸들고 오는 동료나 상사를 봤지만 흔한 풍경은 아니다. 부모님과 함께 사는 직원들도 마찬가지다. 비교적 잘 싸오는 사람들은 당뇨 같은 병이 있는 분들이었다. 어쩔 수 없이 식이요법을 해야만 하는 경우다. 다른 사람들은 그냥 식당에서 사 먹는다. 이것이 훨씬 편하다. 하지만 가끔 예쁜 도시락을 싸온 것을 보면 혹한다. 가장 먹고 싶은 도시락은 물론 회사 점심시간이 아니라 휴일에 놀러가서 먹는 여친이 직접 싼 도시락이지만 이제는 불가능하다.

 

만화 속 주인공은 쿠리타 미노리(애칭 미노 씨) 혼자 사는 28세 직장 여성이다. 그녀가 도시락을 싸야겠다고 마음먹은 이유 중 하나가 직장 남자 직원의 눈길 때문이다. 수퍼 마감떨이 빵으로 점심을 먹는 그녀에게 실소를 보내고, 동료의 예쁜 도시락에는 따뜻한 눈빛을 보낸 그 순간부터다. 남자 직원의 천생 여자라는 칭찬도 한몫했다. 평소 사무실의 보온 주전자를 채워놓는 그녀의 일은 아무런 관심을 받지 못한다. 그리고 점심값 부담도 도시락에 대한 열망을 불러온다. 하지만 제대로 도시락이 싸지지 않는다. 이후 한 직장 여성이 점심 도시락을 싸기 위해 벌이는 좌충우돌 생활기가 이어진다.

 

우리는 쉽게 도시락 싸는 것을 말한다. 먹던 반찬에 밥을 넣고 오면 되지 않냐고. 그런데 단순히 이렇게만 가져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 매일 같은 밥과 반찬을 가져오는 것도 지겹고, 이 지겨움은 곧 도시락을 싸오지 않는 이유로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같이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과 비교하게 되는 자신의 모습도 있다. 이런저런 이유로 미노 씨의 도시락 싸기는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고, 중단하기도 한다. 이 과정에 도시락통에 대한 고찰과 다양한 크기의 도시락통 구매로 이어지면서 한 직장 여성의 도시락에 대한 도전기가 펼쳐진다.

 

도시락이란 하나의 소재를 파고들다 보니 어느 순간 지겨운 부분이 생긴다. 사건이 없고 너무 밋밋하게 진행되기 때문이다. 공감대를 형성하는 부분도 많지만 왠지 모르게 반복되는 부분이 너무 많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노하우가 깊어지면서 화려한 도시락으로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보다 현실적인 모습을 더 많이 보여줘서 긴장감이 없어진 것도 있다. 여기에 내가 남자란 것도 작용했다. 뭐 이쁘게 쌀 필요가 있나 하고. 물론 여친이나 아내가 예쁜 도시락을 싸 준다면 흐뭇한 미소를 짓게 되겠지만. 이런 남자의 이중성이 한 직장 여성의 고군분투기를 깊이 있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 개인적으로 다른 작품에 비해 공감대 형성이 더 적다. 지금 도시락을 싸준다면 과연 즐거운 마음으로 들고 갈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같이 먹는 사람이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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