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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헌의 사주명리학 이야기 - 때時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
조용헌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4년 4월
평점 :
품절
2002년 초판 발행 12년 만에 개정증보판으로 재출간한 책이다. 초판을 읽지 않아 어디부터 어디까지 개정되고 증보되었는지 모른다. 알 수 있는 부분은 4부에 2002년 이후 이야기가 나오는 대목들이다. 출판사 글을 보면 “갑부 김갑순부터 한덕수 총리, 정치인 서청원 등 우리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인물들의 사주 분석과 사주명리학 대가들의 면면을 생생하게 보여주는 삽화 60여 컷이 더해진”이라고 한다. 초판의 목차와 비교하니 상당한 차이가 있다. 초판에는 지금처럼 4부로 구성되어 있지 않다. 시간의 흐름 속에 곁들여진 내용에 따라 각각의 꼭지로 잘 나누어진 모양새다.
조용헌의 글을 읽을 때면 늘 강호동양학이란 단어가 따라 다닌다. 강호동양학을 구성하는 3대 과목은 사주, 풍수, 한의학이다. 그는 이 과목을 천·지ㆍ인 삼재사상과 연관시킨다. 천은 사주, 지는 풍수, 인은 한의학이다. 이 삼재를 말할 때 예상한 것이지만 그의 설명은 좀더 체계적이다. 이런 서문을 시작해서 사주팔자로 이야기의 문을 연다. 그의 해석을 듣다 보면 자연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것은 바로 우리가 늘 사용하고 뱉어내고 듣는 단어들을 인용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인용에만 그치지 않고 학문과 경험을 같이 녹여내어 풀어낼 때 단순히 이것을 미신으로 분류하는 것에 의문을 품게 된다.
이 책 속에 나오는 사주, 관상, 주역 등의 고수 이야기는 굉장히 흥미진진하다. 그들의 야사는 과연 그럴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생기지만 전설의 한 이야기를 몰래 듣는 기분을 전해준다. 명리학의 두 거인 박재완과 박재현, 주역의 대가 야산 이달의 이야기는 상당한 분량을 차지하는데 한 분야의 고수가 된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좋은 일과 나쁜 일이 동시에 일어나는데 이것과 비교되는 은거 고수의 삶은 또 다른 흥밋거리다. 저자는 단순히 이 사람들의 이야기와 비사만을 전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사주풀이로 그들을 이해한다. 이 때문에 그의 글들이 단순한 이야기 수집가에 의한 것이 아니라 강호동양학을 공부한 고수에 의한 것임을 깨닫게 된다.
솔직히 개인적으로 사주를 믿지 않는다. 작명소에서 이름 짓는 것도 믿지 않는다. 음양오행 이론을 좋아하지만 이것이 개인의 운명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이유는 조선조의 사대부와 왕가의 자식들의 삶을 보면서 신뢰의 벽이 깨어졌기 때문이다. 2002년 대선을 두고 각각의 무리들이 각자 다른 인물이 대통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결과를 가지고 해석하면 역으로 끼워 맞춘 것과 별 차이가 없다. 이런 저런 생각들이 교차하면서 현재는 믿음이 없다. 하지만 이것은 뒤집어 생각하면 믿고 있었기 때문에 생긴 반작용이다. 저자가 말한 것처럼 나도 정말 중요한 선택의 기로에 서면 사주명리학이나 주역의 괘에 의지할지 모른다.
인간이 세상을 아는 것은 극히 일부분이다. 자연을 개발하고 개척한다고 하지만 자연의 거대한 힘 앞에 너무나도 무력하게 무너진다. 이성과 과학을 믿고 있지만 아직 모르는 부분이 더 많다. 그런 점에서 이 사주명리학은 통계적인 부분을 감안하면 상당히 과학적이다. 저자의 해석 중 반복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그것이다. 자연과 삶의 반복으로 만들어진 과거의 통계는 미래를 예측하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가 영발에 T.O가 있다고 한 부분에서 다시 한 번 더 고개를 끄덕인다. 과거를 보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역설적이지만 수긍하고 있기 때문이다.
사주팔자를 믿지 않지만 읽으면서 고수의 전설은 가슴 한 곳을 뛰게 만들었다. 사주에 대한 풀이가 나올 때는 나도 모르게 나의 생년일시 등을 대입하려는 마음이 생겼다. 절대적으로 맞는다는 보장은 없지만 통계의 위력을 어느 정도 신뢰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역사적 사건과 연관해서 이야기를 풀어낸 저자의 필력과도 관계가 있다. 역사적 순간, 특히 5.16군사 쿠데타의 마지막 결정을 할 때 점쟁이나 주역의 대가들에게 물었다는 야사는 아주 그럴 듯하고 매력적이다. 흔한 말로 진인사대천명이기 때문이다. 때를 고민하는 당신을 위한 인생수업이란 부제가 더 가슴에 와 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