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 바이 나이트 : 밤에 살다 커글린 가문 3부작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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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의 날>의 후속편이다. 전작의 주인공인 대니는 살짝 찬조 출연하고 실제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것은 커글린 가의 막내 조지프다. 오래전에 읽은 <운명의 날>은 솔직히 자세한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는다. 단지 그 당시 시대 분위기만 어렴풋이 머릿속에 남아 있다. 이 잔상은 이 소설을 읽으면서 조금씩 살아났다. 물론 이 이미지들이 단지 전작에서 비롯한 것만은 아니다. 다른 영화나 드라마 등에서 받은 영향이 작가의 문장과 결합하여 이미지와 함께 되살아난 것이다. 이런 이미지는 소설을 읽은 내내 작용했다.

 

몇 년 후의 한 장면에서 시작한다. 조 커글린은 멕시코 만 바다 위 배에서 두 다리를 시멘트 통에 담구고 있다. 영화에서 흔히 보는 장면이다. 그리고 한 여자의 이름이 나온다. 에마 굴드. 이제 시간은 과거로 흘러간다. 1926년 어느 날 새벽 사우스보스턴 비밀 술집의 골방도박장이다. 그와 바르톨로 형제는 도박장을 털려고 한다. 그런데 이 도박장은 보스턴 조폭 앨버트 화이트 소유다. 만약 알았다면 그대로 줄행랑치고 혹시 남아 있을지 모를 흔적도 깡그리 지웠을 곳이다. 하지만 모르면 용감하다는 말처럼 그들은 도박장을 털러 갔고, 성공했다. 바로 그곳에서 그는 에마 굴드를 만난다. 운명처럼 강하게 끌렸다.

 

어떤 사람에게 평범한 남녀가 누군가에게는 더 이상 강할 수 없는 끌림을 준다. 이 소설 속에서 에마 굴드가 그렇다. 그녀가 앨버트 화이트의 정부임을 알면서도 조는 끌린다. 그녀에게 다가가서 비밀연애를 시작한다. 만약 앨버트 화이트가 이 사실을 안다면 그는 죽음 목숨이다. 청춘의 열정은 뜨겁게 타오르고 이 둘의 관계가 다른 사람에게 알려지지 않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때 조와 바르톨로 형제는 은행을 턴다. 이 순간에도 조는 그녀의 향기에 취해 실수를 한다. 경찰과의 추격전 도중에 차가 뒤집어진다. 그런데 경찰차도 사고가 난다. 경찰 3명이 죽었다. 그가 죽인 것은 아니지만 이 사건은 그로 하여금 경찰의 적이 되게 만든다. 그의 아버지가 경찰총장을 바라는 순간에 벌어진 최악의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그는 감옥에 들어간다. 검사가 엄청난 기간을 구형할 수 있지만 아버지의 도움으로 겨우 5년 형을 받는다. 그냥 5년만 버티면 될 것 같지만 이 감옥에서 살아남아야 가능한 일이다. 그가 조금만 긴장을 풀고 방심하면 어떤 일이 생길지 모른다. 감옥 안은 아버지의 영향력 밖이다. 아니 아버지 때문에 그가 목표물이 된다. 앨버트와 함께 보스턴을 두고 싸우던 마소가 감방에서 이 상황을 묘하게 조정한다. 마소는 조를 통해 경쟁자의 근거지를 공격하고 압박을 가한다. 아들을 사랑하는 아버지가 할 수 있는 한도 안에서 도움을 주지만 언제나 조폭의 요구는 끝이 없다. 자신의 신념과 갈등하면서 토머스는 고뇌하고 어느 날 갑자기 죽는다. 이 소식은 조에게 엄청난 공포와 고통을 안겨준다. 그리고 단순한 애송이에서 한 명의 조폭으로 성장하게 만든다.

 

모두 세 시기로 나눠서 이야기를 풀어낸다. 10년이라는 긴 시간이지만 금주법 시대를 배경으로 갱들의 대립과 갈등을 긴장감 넘치게 묘사한다. 단순히 갱들만의 대결이 아니라 그 시대의 풍경과 상황도 같이 그려낸다. 보스턴의 이야기가 조의 성장을 다룬다면 마이애미로 내려온 후 이야기는 성공을 보여준다. 이 성공은 단순히 난폭하다고 해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그의 기지와 대범함이 결합하고 상황과 시장 등을 제대로 파악했기에 가능한 일이다. 특히 쿠바 인들과의 독점 거래를 위해 군함에서 무기를 훔치는 장면은 놀랍기 그지없다. 그리고 이 일에 숨겨진 쿠바 인들의 의지는 전작의 향기를 느낄 수 있게 만든다.

 

조는 갱이지만 특이한 인물이다. 경찰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범죄자로 살았고, 죽음의 위기를 넘기면서 성장하고 성공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의 손으로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거부했고 두려워했다. 이 때문에 자신을 조직폭력배가 아니라 치외법인이라고 불렀다. 이것은 한 사람을 죽이면서 자신의 생각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사라진다. 이후 그의 사업은 성공가도를 달린다. 그리고 그의 삶을 뒤흔든 에마 굴드 대신 쿠바 여성 그라시엘라가 등장한다. 마약과도 같았던 에마 굴드가 사라지고 진실한 사랑을 만난 것이다. 처음 그녀를 만났을 때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일이다.

 

갱으로 한 지역을 관리하고 불법 사업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경쟁 상대도 제거해야 하고 성장하는 적들도 없애야 한다. 이 소설에서 이 부분은 간결하게 나오는데 그를 조사하는 경찰은 잘 다루지 않는다. 경찰이 그에게 포섭된 상태라 그런지 모르지만. 조는 보통의 갱들과 다르다. 금주법을 통해 이익을 극대화하지만 누군가를 죽이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도 않고 오히려 거부감을 느낀다. 물론 사업에 장애가 되면 주저함이 없다. 예쁘게 포장된 갱의 모습이다. 그의 심리 갈등을 잘 묘사해 기존의 갱들과 차별시킨다. 덕분에 그에게 감정 이입이 잘 된다. 하지만 그가 밤에 살아가는 인물이란 것은 변화가 없다. 그 밤은 언제 그를 삼킬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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