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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역사 - 언젠가 어디선가 당신과 마주친 사랑
남미영 지음 / 김영사 / 2014년 3월
평점 :
사랑. 참 어렵다. 과거도 현재도 수많은 이야기와 정의로 가득하고 미래도 그럴 것이다. 이 사랑을 저자는 서른네 권의 소설을 여섯 꼭지로 묶어서 풀어낸다. 이 사랑을 분석하는데 도움을 준 이들은 에리히 프롬과 스콧 펙이다. 사랑에 대한 이 둘의 정의가 작품 속 사랑을 분석하는 잣대가 된다. 저자는 서문에서 당당하게 말한다. 우리는 사랑을 너무 쉽게 생각해왔다고. 맞는 말이다. 그리고 시공과 동서를 초월한 서른네 명의 작가와 작품을 통해 작가의 사랑 이야기를 시작한다.
첫 꼭지는 첫사랑이다. 첫 작품은 황순원의 <소나기>다. 한국사람 누구나 한 번씩은 읽은 소설이다. 낯익은 이야기가 작가의 해석을 통해 조금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 작품은 제목마저 <첫사랑>이다. 투르게네프의 작품이다. 예전에 읽었지만 희미한 기억만 남았는데 간결한 요약과 해석에 의해 새롭게 다가왔다. 이렇게 한 편씩 이어진다. 이 해석을 통해 간단한 내용을 알게 되고, 읽은 책일 경우 그 당시 감상을 되찾거나 놓쳤던 것을 하나씩 발견한다. 물론 저자의 해석에 무조건 동의하지만은 않는다. 그것 중 하나가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이 이야기는 죽음으로 완성되는데 마지막 꼭지의 사랑과 결혼 장을 생각하면 그들이 죽지 않고 결혼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상상할 수 있다.
첫사랑 다음은 열정, 성장, 이별, 도덕, 결혼으로 이어진다. 이 각각의 꼭지는 다섯 혹은 여섯 편의 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열정과 이별과 도덕에는 한국소설이 있는데 성장과 결혼에서는 없다. 왜 이 두 꼭지는 없는 것일까? 읽을 때는 생각 못했는데 이 글을 쓰면서 보니 의문이 생긴다. 단순한 누락인 것인지 아니면 아직 여기에 들어갈 만한 작품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 아마도 분량 때문에 벌어진 것이 아닐까 하고 추측해본다. 혹시 발견하지 못한 것이라면 독자들과 함께 찾아보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다.
서른네 편의 소설 중 읽은 책이 반도 되지 않는다. 영화 등으로 본 것을 포함하면 반이 되려나? 물론 영화와 책을 둘 다 본 것도 있다. 이 책의 매력은 당연히 내가 몇 권 읽었는가 세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다. 저자가 분류한 방식도 아니다. 진짜 매력은 인생의 여러 굴곡을 지나온 저자가 좀더 사랑을 심층적으로 분석해서 이야기를 하는 것에 있다. 물론 한 작품을 두고 다른 여러 해석이 나올 수 있다. 해석이 사람들의 머릿수만큼 많이 나온다면 그만큼 좋은 소설이란 의미일 것이다. 이 부분은 동시에 우리가 사랑을 더 많이 생각하고 행동하게 만들 것이다.
저자는 마지막 꼭지에서 말한다. 사랑도 배워야 한다고. 맞다. 우리가 학창 시절 배운 것은 사랑이 아니다. 부모의 내리사랑에 대해 말하지만 남녀의 사랑에 대해서는 그냥 얼버무리고 만다. 청춘을 사랑하면서 보내는 것이 아니라 시험 성적 올리는 것으로 보내다 보니 사랑에 서툴 수밖에 없다. 이 서툰 사랑은 왜곡된 형태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 저자가 외국의 과거와 한국의 현재를 비교해서 이야기할 때 이것은 분명하게 구분된다. 저자는 다시 말한다. 사랑은 자신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고. 현재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가장 낯설고 힘든 일이 바로 자기 찾기다. 서른네 편의 사랑 이야기 속에서 나의 과거와 현재와 미래를 생각해본다. 서툴고 단지 감상적이었던 수많은 사랑들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