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마 잭의 고백 이누카이 하야토 형사 시리즈 1
나카야마 시치리 지음, 복창교 옮김 / 오후세시 / 201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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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한 마라토너가 새벽 훈련을 위해 기바 공원을 달린다. 그러다 속이 텅 빈 시체를 발견한다. 몸속의 장기가 모두 사라진 빈껍데기 시체다. 발견된 장소는 후카가와 서 앞이다. 관할 경찰 입장에서는 치욕적인 일이다. 수사본부가 차려지고 형사들이 모인다. 한밤중 공원 한가운데서 장기 적출을 하는 대담한 살인사건이다. 부검 결과는 교살 후 장기 적출이다. 왜 이런 힘든 일을 했는지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생체 절개법을 잘 아는 사람이 아니면 이렇게 매끄럽게 해부할 수 없다. 형사들의 의문이 점점 늘어난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이누카이 형사다. 그는 두 번 이혼을 했고, 첫 결혼에서 얻은 딸은 신장 기능 저하로 병원에 입원해 있다. 그의 외도로 인한 이혼이고 딸에 대한 애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했던 삶을 산 탓으로 딸에게도 미움을 받는다. 이 병을 낫게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신장이식이다. 담당의사가 살짝 권유한다. 하지만 이식을 받으려면 맞는 신장이 딸에게 배정되어야 한다. 수술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이런 상황은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장기 이식에 대한 논의를 범인의 시선만이 아니라 이식 받는 가족의 입장도 같이 다루는 역할을 한다.

 

장기 적출된 사건 후 방송사와 신문사에 편지가 도착한다. 스스로 19세기 런던 연쇄살인마 잭이라고 말한다. 이 편지는 방송국을 뒤흔들고 다음 살인에 대해 어느 정도 예고 역할을 한다. 이때만 해도 경찰이 그 어떤 단서도 찾을 수 없을 때다. 하지만 살인 사건이 연속적으로 일어나면서 데이터가 쌓이고 다음 대상에 대한 예측도 가능해진다. 물론 이것은 몇 명이 더 죽은 다음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곧 다음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지역은 다른 곳으로 변했고 시체의 상태는 똑같다. 연쇄살인 사건이 된다.

 

이 사건들 사이에 하나의 이야기가 끼어든다. 그것은 뇌사와 장기 이식이다. 언제부터인가 장기 이식에 대한 일반 사라들의 거부감이 사라졌고, 뇌사도 당연히 사람이 죽은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일들에서 가장 중요한 가족들은 슬그머니 뒤로 사라졌다. 뇌사자 가족들, 특히 부모의 심정은 좋은 일을 한다는 미담에 가려져 있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 장기 이식 자체가 하나의 산업으로 발전하여 경제적 파급 효과가 엄청나다는 점이다. 관련 이권 단체가 어떻게 작용하는지 단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는데 이 소설은 생명 너머의 다른 면을 아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두 번째 살인 사건 후 공명심 가득한 경찰 관리관과 시청률에 눈 먼 방송국이 결합하여 잭을 충동질한다. 이것은 잭의 다음 살인으로 이어지고, 범행 성명문을 통해 장기 이식에 대한 문제를 공론화하게 만든다. 여기에 직접적으로 관련성을 지닌 이누카이 형사에게는 고민과 걱정을 안겨주고, 잭의 살인대상이 장기 이식을 받은 사람이란 것 때문에 환자들 사이에 불안감이 고조된다. 산업화된 장기 이식이 실제 현실에서 어떤 부작용을 일으키는지 알려주는 몇 가지 이야기가 순간적으로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그리고 여기에도 작용하는 빈부격차와 권력의 영향 등은 씁쓸함을 전해준다.

 

도쿄에 환생한 살인마 잭이란 이름 뒤에 가려진 진실이 드러날 때 이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기초적인 추리를 놓쳤음을 알게 된다. 그것은 장기 이식이란 의료 행위 뒤에 숨겨진 산업에 눈길을 주면서 더 심해졌다. 작가의 노련한 시선 유도다. 그리고 이누카이와 고테가와 형사 콤비의 협력 작업은 서로에게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며 시너지 효과를 낸다. 이것은 또 반전으로 이어진다. 이 반전을 통해 드러나는 사실은 연쇄살인사건의 이유 중에서 가끔 다루어졌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결말이 그렇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인간이 어디까지 변할 수 있는지 알고 있지만 약간 작위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물론 잘 짜인 구성에 당연한 결론이란 점은 충분히 이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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