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예 12년
솔로몬 노섭 지음, 오숙은 옮김 / 열린책들 / 2014년 2월
평점 :
품절


올해 아카데미 영화제에서 작품상을 탄 영화의 원작 실화다. 그리고 흑인 감독에게 처음으로 작품상을 안겨준 영화다. 영화가 좋은 상을 타면서 많은 출판사에서 경쟁적으로 이 책을 내놓았다. 저작권이 소멸된 책이니 출판사 입장에서 부담이 덜하다. 다양한 번역은 독자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준다. 각 번역본의 번역 수준을 논하기에 나의 실력이 부족하니 넘어가자. 선택이 고민이라면 자신이 좋아하는 출판사를 선택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방법이다. 열린책들은 언제나 나의 선택 1순위에 올라 있다. 물론 늘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책 뒷면 광구 문구는 이 책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 “솔로몬 노섭이 플랫이 되기까지의 시간. 단 하루. 플랫이 솔로몬 노섭이 되기까지의 시간. 12년.” 그렇다 솔로몬 노섭이 조그만 욕심을 부려 믿고 같이 간 사람들에게 사기당해 노예로 순식간에 전락한다. 자신이 자유인이라고 아무리 강하게 주장해도 노예 상인들에게 씨도 먹히지 않는다. 이미 이들은 이런 방식의 노예 사냥을 벌려 왔기 때문이다. 아마 이 일이 벌어지기 전까지도 솔로몬 노섭은 자유인 흑인이 노예로 굴러 떨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아마도 믿지 않았을 것이다.

 

자유인에서 노예로, 노예에서 다시 자유인으로 변하는 과정을 천천히 보여준다. 이미 결과를 알고 읽지만 각 장면마다 분노나 안타까움 등을 수없이 경험한다. 이 감정들은 단순히 플랫에게만 한정되지 않는다. 그 시대를 살았던 모든 흑인 노예들에게 투영된다. 영화나 다른 소설 등에게 노예들이 주인들에게 채찍질 당하는 것을 볼 때 특별한 일이 생겼을 때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누군가에는 주인에 따라, 주인의 기분에 따라 때때로 벌어진다. 자유인이었던 플랫에게 이 일은 견디기 쉬운 일이 아니다. 부당한 폭력에 그는 가끔 폭발한다. 이렇게 상대하는 것은 그 시대에 정말 위험한 일이다. 큰 재산이 아니라면 그의 목숨은 몇 번이라 사라졌을 것이다.

 

책 속에도 나오지만 그는 늘 자유를 꿈꾼다. 예전에 자유인이었기에 더 그렇다. 이 꿈이 어떤 때는 좌절되기도 했지만 결국 좋은 캐나다인 배스를 만나면서 이루어졌다. 단지 배스의 노력만 있은 것은 아니다. 북구의 헨리 B. 노섭을 비롯한 다른 지인들의 도움이 절대적이었다. 여기에 또 한 부류가 있다. 그들은 선량한 주인들이다. 그들은 선량한 마음도 있지만 노예를 어떻게 다루어야 더 효율적인지 잘 알고 있다. 그 방법은 노예들을 잘 대해줘 그들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다. 반면에 폭력적인 노예 주인들은 순간적인 효율은 얻을지 모르지만 장기적인 면에서 큰 손실을 입고 있다. 이 대목을 읽을 때 노예 제도를 인정하는 좋은 주인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았다. 뭐 이런 주인 때문에 플랫이 목숨을 구했지만.

 

이 시대를 보면 노예는 아주 큰 재산이다. 좋은 노예의 경우 몇 년치 연봉을 모아야 겨우 살 정도다. 그러니 성격 급하고 성질이 나쁜 주인이라면 폭력적으로 다루면서 금방 본전을 뽑으려고 한다. 플랫의 경우 못하는 노동, 목화 따기도 있지만 대부분 탄탄한 몸으로 일을 잘한다. 거기에다 바이올린까지 멋지게 연주할 수 있다. 주인들이 볼 때는 착하고 순종적이다. 그러니 요구하는 사람도 나타난다. 하지만 팔고 싶지 않다. 이런 그의 모습은 현대의 시점으로 본다면 아주 충실한 전형적인 노예다. 숨겨진 속내는 다르지만.

 

강한 폭력과 힘든 노동 속에서 살아가는 노예들에게도 즐겁고 신난 시간을 보낼 때가 있다. 크리스마스 전후 며칠이다. 이때 그들의 열정은 미친 듯이 폭발한다.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흑인 문화가 이 속에서 탄생했다. 사실 이 대목을 읽을 때 약간 당황스러웠다. 예상하지 못한 시간들이기 때문이다. 백인들도 쉬어야 하는 시간임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지만. 이 책은 노예 솔로몬 노섭이 경험한 불합리하고 비인간적인 모든 일과 그 시대 노예들에 대한 기록이다. 플랫이 다시 노섭으로 변할 때 그와 함께 했던 노예들의 감정과 그와 같이 자유인에서 노예로 변했지만 먼저 죽은 사람들이 머릿속에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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