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개를 들여놓았나
마틴 에이미스 지음, 허진 옮김 / 은행나무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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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이 순간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이유는 바로 삼촌 라이오넬 때문이다. 엄청나게 폭력적이고 자기중심적인 그가 복권이 당첨된 후 보여주는 행동은 정말 정신이 없다. 뭐 당첨 전에도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그때는 디스턴이란 조그만 도시의 양아치 정도였다. 하지만 거액의 당첨금을 받은 후 모든 매체가 주목하는 인물이 된다. 단순히 주목받는 사람에 머물지 않고 사건 사고를 만들어낸다. 그 행동의 끝이 어딜까 궁금해진다. 또 당첨금을 단순히 낭비하는 수준에 머물지 않고 투자 등을 통해 돈을 불리는 것을 보면 반사회적 행동과 폭력 뒤에 가려진 지성이 얼마나 대단한지 알 수 있다.

 

이 모든 지성은 사실 모계 전승인 듯하다. 할머니가 십자말풀이에 재능을 보여주고, 삼촌도 공부에 뜻이 없어 그렇지 좋은 머리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화자인 데스도 역시 뛰어난 지성을 가지고 있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또는 나쁜 가족 환경에서 그가 성취한 학업 성적은 대단하다. 홀로 공부하고 지식을 쌓아간다. 하지만 한 가지 문제가 있다. 그것은 할머니와 근친상간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 사실이 소설 첫머리에 나오는데 깜짝 놀랐다. 어떻게 이런 것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을까 하고. 그런데 할머니와 데스 엄마의 출산 나이가 나오면서 한 번 더 놀란다. 둘 다 열두 살에 첫아이를 낳았다.

 

열다섯 손자와 서른아홉 할머니의 근친상간. 사회적으로 용납될 수 없는 것이지만 이보다 더 문제는 바로 삼촌 라이오넬이다. 그는 자신의 엄마가 다른 남자와 섹스하는 것을 절대 용납하지 않는다. 이런 금지가 손자를 유혹하게 만든 것 같다. 이후 둘의 관계가 정리되지만 또 다른 문제를 만든다. 이 관계의 정리도 도덕적 자각보다는 삼촌이 깔아둔 첩자인 옆집남자의 염탐 때문이다. 자신의 엄마와 자는 남자에게 무작정 폭력을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가 성욕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여자보다 포르노를 더 좋아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소설은 두 주인공을 기본으로 이야기를 풀어낸다. 라이오넬과 데스. 반사회적인 인물 라이오넬을 통해 인간의 숨져진 혹은 숨겨둔 욕망을 마음껏 밖으로 토해낸다면 데스는 평범하고 정직한 삶을 살고자 하는 학구적 조카다. 이 둘이 대비되는 와중에 라이오넬은 끊임없이 사건 사고를 일으키고 독자는 그 속에서 데스가 겪고 있고, 겪을 사건에 가슴을 졸인다. 그중 가장 큰 것은 역시 할머니와의 근친상간이다. 이것을 제외하더라도 라이오넬의 폭력성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돈이 있기 전에는 감옥에 들어가면 한동안 잠잠했지만 거부가 된 후는 그것마저도 쉽지 않다. 법이 든든히 후원자가 된 것이다.

 

타블로이드 신문의 단골 주인인 라이오넬을 통해 드러나는 블랙유머와 풍자는 사실 대단하다. 욕망의 순수한 결정체 같다고 해야 하나. 직설적인 말 속에 담긴 의미는 우리의 숨겨진 속내와 비슷하고, 엄청난 부를 쌓은 후 보여주는 행동은 가진 자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준다. 보통의 소설에서 어느 정도 절제하고 타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그는 멈춤이 없다. 언론에 보여주기 위한 연출도 쉴새없이 벌이고, 넓은 자신의 집을 놓아두고 조카와 같이 살았던 단칸방을 휴식 공간으로 이용한다. 그리고 이때 개 두 마리를 끌고 들어오는데 나중에 갈등의 원인이 된다. 제목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신경을 많이 쓰고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데스다. 삼촌에게 단 한 푼도 요청하지 않고 힘든 택시를 몰면서 살아가는 그를 보면서 언제 그가 무너지고 삼촌의 도움을 요청할지 상당히 궁금했다. 그 결과는 모든 예상을 뛰어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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