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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들의 섬 1 - 비밀의 무덤 ㅣ 풀빛 청소년 문학 10
쎄사르 마요르끼 지음, 김미경 옮김 / 풀빛 / 2013년 9월
평점 :
절판
가볍게 읽을거리로 선택했다. 책소개글에서 쥘 베른이나 틴틴의 모험을 인용했을 때만 해도 조금 가벼운 문장과 약간 허술한 전개를 예상했다. 물론 이 작품이 받은 수많은 상들을 생각하면 나의 예상은 조금 심한 부분이 있다. 그것은 청소년 문학상을 받은 작품들 중 상당수가 문장의 밀도가 낮은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의 예상이 이런 쪽으로 흘러갔다. 하지만 이런 예상은 읽으면서 점점 사라졌다. 캐릭터와 이야기 전개에서 낯익은 부분이 많지만 묵직함과 호기심을 자극하는 내용이 많았기 때문이다. 1권 마지막 쪽을 넘길 때는 쥘 베른의 소설을 읽을 때 호기심을 그대로 재현했다.
노르웨이 작은 섬에서 발생한 한 영국 선원 살인 사건으로 이야기가 시작한다. 허술한 사건 조사로 그냥 묻히고 말았지만 그 의미가 결코 간단한 것은 아니다. 이 살인 사건의 의미가 드러나는 것은 남편의 생사를 알고 싶어 하는 엘리자베스 부인이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녀의 남편 존 토마스 포가트 경이다. 포가트 경은 유명한 학자이자 탐험가인데 자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라이벌인 사르꼬 교수에게 조사를 의뢰하라고 부탁했다. 그는 성격이 불같고 남성 우월론자이지만 탐험과 조사에 탁월한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미 다른 조사 일정을 가지고 있었지만 그녀가 내민 조그만 금속의 정체 때문에 모든 일정을 변경한다. 그것은 그 시대에 혹은 이 금속이 매장되었던 시대에 도저히 존재할 수 없는 물체이기 때문이다.
그 금속의 정체는 순도 백퍼센트의 티타늄이다. 매장된 연도는 10세기 경 성자 보웬의 무덤이다. 이 시대에 이런 금속이 존재할 수가 없다. 하지만 실재한다. 이런 모순과 놀라운 사실은 모든 학자들을 흥분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 금속의 경제적 가치에 재빨리 깨달은 악당 아르단이 등장한다. 광산 개발 등으로 엄청난 부자인 그의 정체는 투명하지 않다. 오히려 실체를 조사할수록 악취가 가득하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살인도 불사한다. 제일 처음 영국 선원의 살인 사건도 그래서 일어난 것이다. 이런 악당을 적으로 깔아둔 상태에서 사르꼬 교수 일행은 사라진 포가트 경을 찾아내야 한다. 그 첫 걸음은 보웬의 무덤을 찾아가서 모든 사건이 처음 벌어진 곳을 조사하는 것이다.
악당과의 대결이 가장 중요한 하나의 줄기라면 보웬의 모험을 조사하면서 발견하게 되는 기이한 수많은 사건들이 또 다른 줄기다. 여기에 티격태격하는 두 사람과 새롭게 연인으로 발전하는 두 젊은이의 로맨스는 양념 같은 이야기다.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개성을 불어넣고 과거 사연을 만들어줌으로써 전체적으로 풍성한 이야기로 발전한다. 특히 일기를 쓰는 사무엘 두랑고의 존재는 등장 비중에 상관없이 이 이야기를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기록하는 역할을 주면서 제1차 대전이 어떤 전쟁이었는지 환기시켜주는 역할을 한다. 반면 캐서린과의 관계는 충분히 예상되는 전개지만 나의 나쁜 예상 중 하나는 반전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탄탄한 구성과 전개 속에서 펼쳐지는 모험은 기억 속 쥘 베른 소설들의 것을 많이 닮아 있다. 보웬의 모험이 그대로 재현되는 과정과 모습은 어릴 때 기억을 환기시켜준다. 거기에 작가는 노골적으로 쥘 베른 소설 속 인물이나 역사 속 혹은 소설 속 인물들을 등장시켜 그 모험을 자연스럽게 연상시킨다. 이 연상 작용은 읽으면서 더 강해지는데 1권 마지막 장면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장면에서 끝난다. 앞으로 펼쳐질 보웬 섬의 경이로운 모습을 상상하는 단계에서 끝난 것이다. 아직 2권을 읽지 않아 전체적인 평가를 내릴 수 없지만 단언컨대 쥘 베른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소설도 좋아하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