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
요나스 요나손 지음, 임호경 옮김 / 열린책들 / 201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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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결하게 이 소설을 표현하면 재밌고 우습고 황당하면서 유쾌하다. 가장 먼저 다가온 것은 황당함이다. 100세 노인이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는 사실에 말이다. 이것이 가능한가 하는 것을 따지는 것은 소설에서 별 의미가 없으니 넘어가자. 다음으로 네버 어게인이란 폭력단의 트렁크를 훔쳐 달아나는 장면이다. 이 소설의 두 축 중 하나인 현실은 바로 이 트렁크에서 시작한다. 무려 5천만 크로나가 들어있다. 현재 환율로 약 8억4천만 원 정도다. 양로원을 탈출한 100세 노인과 훔친 트렁크 때문에 발생하는 사건들은 황당하면서도 유쾌하게 펼쳐진다.

 

100세 노인이 살아온 삶은 결코 적지 않다. 한동네에서만 살아도 엄청난 이야기가 나올 텐데 주인공 알란 엠마뉴엘 칼손은 정말 파란만장한 삶을 살았다. 가공의 과장된 알란의 모험은 황당한 설정과 전개로 이어지지만 재밌고 읽는 동안 웃게 만든다. 그 첫 시작은 바로 알란이 폭파 전문가로 성장한다는 점이다. 폭탄에 재능이 있는데 이 재능 때문에 그는 역사 속 인물들과 함께 우정이나 악연을 나눈다. 미국 핵폭탄 개발에 가장 핵심적인 도움을 주게 되면서 그의 삶은 또 다른 변수를 불러온다. 이 변수들이 예상하지 못한 역사적 시간 속으로 우릴 데리고 가서 풍자적으로 상황을 풀어낸다.

 

현재와 과거를 교차하면서 이야기가 진행된다. 젊은 알란과 100세의 알란은 다르면서도 닮았다. 신체적 능력이나 힘은 다르지만 그가 가진 열정과 어떻게 보면 행운이랄 수 있는 것은 아주 많이 닮았다. 덕분에 그는 주변에 도움을 주는 동시에 그들에게서 도움을 받는다. 트렁크를 훔친 후 처음 만난 율리우스나 그 다음 만난 핫도그 장사 베니도 마찬가지다. 특히 현재에서 재밌는 인물은 베니다. 유산 때문에 공부를 해서 수없이 많은 학위를 땄지만 전문 분야가 없다. 유산이 바닥났을 때 택한 것이 목이 좋지도 않은 자리에서 핫도그를 파는 것이다. 그러다 차 때문에 알란 일행에 가담한다. 이것은 다음에 일행으로 참여하는 인물도 비슷하다. 이 일행에 참여하는 과정과 그 속에 벌어지는 예상하지 못한 죽음들은 이 사실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온갖 상상을 하게 만든다.

 

현재가 비교적 느린 템포로 진행된다면 과거는 빠른 속도로 여러 나라를 옮겨 다니면서 역사를 뒤바꿔놓는다. 그 처음이 스페인 프랑코 총통이고, 다음이 미국 핵폭탄 개발과 해리 트루먼 부통령이다. 이어서 장개석 아내 쏭메이링을 통해 마오쩌둥 아내 강청을 구한다. 그 후 이란으로 가서 그의 장기를 발휘해 탈출하고, 오랜만에 고국 스웨덴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이미 그의 정체가 밝혀진 상태에서 그를 노린 소련에 의해 모스코바로 간다. 여기서 또 스탈린과 충돌하면서 해프닝을 일으켜 블라디보스토크로 유배된다. 이때 동행하는 인물이 가공의 아인슈타인 동생이다. 이 둘이 이후 펼쳐보이는 대활약은 유쾌한 웃음을 유발한다.

 

과거 역사 속에서 그가 가진 재능과 기술 때문에 역사를 변하게 만들었다면 100세 노인이 된 지금도 다른 사람의 삶을 변하게 만든다. 이 소설이 주는 재미가 바로 이 변화를 결코 무겁거나 힘겹게 묘사하지 않고 풍자와 유머로 재미있고 유쾌하게 풀어냈다는 점이다. 그리고 예상하지 못한 장면과 전개를 넣어서 나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게 만들었다. 아마 최근에 책을 보면서 이렇게 웃은 적이 거의 없지 않나 생각한다. 뭐 웃게 만드는 책을 읽지 않은 것도 하나의 이유다. 그래도 이 독특하고 좌충우돌하면서 상황을 전혀 예상하지 못하게 만드는 알란의 낙천적이면서 유머 있는 성격은 책 마지막을 덮는 순간까지 변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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