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파니에서 아침을 트루먼 커포티 선집 3
트루먼 커포티 지음, 박현주 옮김 / 시공사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영화 <티파니에서 아침을>이 기억난다. 이 영화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오드리 헵번이 티파니 매장 앞에 서 있는 장면이다. 너무 강한 인상을 남겼고, 이 영화에 대한 소개 몇 장면이 나올 때면 꼭 포함되는 장면이다. 지금도 내가 과연 이 영화를 처음부터 끝까지 다 봤는지 확신이 들지 않는다. 하지만 헵번과 이 장면은 내 뇌리 속 깊은 곳에 똬리를 틀고 앉았다. 시간이 지나면서 헵번의 이미지와 피타니 매장의 이미지가 엉뚱하게 결합하면서 정확한 이미지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소설로 읽으면서 상당히 혼란스러웠다. 이미지 파괴와 예상하지 못한 전개 때문이다.

 

이야기는 회상에서 시작한다. 홀리 골라이틀리. 발음도 힘든 이름이다. 그녀는 긴 시간이 흐른 후 한 사진작가의 아프리카 사진 속 목각 인형으로 등장한다. 화자와 술집 주인의 대화는 이어진다. 그리고 그녀를 제멋대로라고 말한다. 이때 그녀에 대해 알았어야 하는데 영화 속 이미지가 계속 남아 있었다. 이런 이미지를 가지고 본격적으로 이야기 속으로 들어갔다. 그 속에서 만난 그녀는 영화 속 이미지도 담겨 있지만 낯선 모습이 더 많다. 덕분에 읽는 재미를 더 누리게 되었지만 말이다.

 

화자가 홀리를 만나게 된 것은 홀리의 나쁜 습관 때문이다. 열쇠를 잊어버리고 제대로 가지고 다니지 않는 버릇 때문에 그녀는 다른 집 벨을 누른다. 그녀와의 첫 만남도 그렇게 좋지 않다. 한 남자가 그녀의 엉덩이에 손을 데고 있고 늦은 밤에 돌아오니 말이다. 하지만 그녀는 과감하게 남자를 돌려보낸다. 돈에 대한 조언을 하면서. 이때 그녀는 유니오시와 다시 벨을 누르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는데 대신 화자의 집으로 들어온다. 이 만남을 통해 둘은 좋은 친구이자 이웃이 된다. 물론 작가 지망생인 화자에게 그녀는 사랑의 대상이 되지만.

 

소설 속 홀리는 사랑스럽다. 어떻게 보면 매춘부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만 자존감이 강하다. 그녀에 대한 정보가 하나씩 흘러나올 때마다 그녀의 삶이 그렇게 평탄하지만 않았음을 알 수 있다. 19살에 뉴욕에서 남자들에게 기생하면서 살아가는 그녀다. 영화배우로 발전할 수 있었지만 스스로 그것을 원하지 않았고, 자기만의 삶 방식을 고수하면서 즐기면서 살아간다. 사교계에서 이름을 날리지만 그녀가 원하는 것은 사랑이다. 소설 마지막에 그녀가 사랑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잘 드러난다. 어떻게 보면 너무 순수하고, 또 다르게 보면 영악하다. 남자들에게 돈을 얻어 생활하는 모습을 보면 영악하기 그지없지만 좋아하는 사람을 대하는 모습은 보면 어린 소녀의 모습이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러니 얼마나 그녀가 사랑스럽게 보이겠는가!

 

커포티를 말할 때 문장을 뺄 수 없다. 어떻게 보면 조금 건조한 듯하지만 군더더기가 없다. 단문에 담긴 명확한 표현은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그대로 보여준다. 어렵지 않아 쉽게 읽히지만 순간 호흡을 놓치면 빨리 나간 진도를 따라가지 쉽지 않다. 짧은 호흡의 좋은 문장들이 보여주는 단점 아닌 단점이다. 사실 처음 커포티의 책을 읽었다. 몇 권 사놓았지만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몇몇 문장으로 유명한 소설가들의 작품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의 글을 읽으면 그 간결함 속에 담긴 명확함이 살아있다. 가끔 흉내를 내보지만 아직 너무 미흡하다. 언젠가 시간이 되면 원서로 읽고 싶다. 영어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될 것 같다. 뭐 읽지 않을 가능성이 휠씬 높지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