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티풀 크리처스 - 그린브라이어의 연인,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3
캐미 가르시아.마거릿 스톨 지음, 김승욱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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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판타지물이다. 십대 소년 소녀를 주인공으로 내세웠다. 배경은 미국 남부 작은 마을 개틀린이다. 이 작은 마을은 굉장히 폐쇄적이면서 보수적이다. 가끔 다른 소설이나 영화에서 이런 마을을 다룬 것을 보았지만 그 정도가 심하다. 남북 전쟁을 둘러싼 해석이나 그 당시 전쟁을 재현하는 것이나 대부분의 마을 주민이 총기협회회원인 것만 보아도 분명히 알 수 있다. 화자이자 남자 주인공인 이선이 마을 사람들을 멍청이와 못 떠난 사람 두 부류로 나눈 것은 어쩌면 가장 정확한 분석일지도 모른다.

 

이선의 꿈에서 이야기는 시작한다. 그는 꿈 속에서 한 소녀를 만난다. 노래가 들린다. 하지만 항상 끝을 알 수 없는 사건으로 둘은 떨어지게 된다. 이 도입부를 보면서 앞으로 벌어질 몇 가지 사건을 예상할 수 있다. 이 예상은 한 소녀가 전학 오면서 맞아떨어진다. 그녀는 리나다. 그녀는 마을에 유령같은 존재인 레이븐우드의 조카다. 아름답지만 그녀의 출신과 행동이 그 학교 주류들과 맞지 않는다. 당연히 왕따가 된다. 누구도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던 그녀에게 이선이 다가온 것은 그녀가 연주한 음악 때문이다. 그 음악은 이선이 꿈속에서 들었던 바로 그것이다. 자신에게 반복적으로 나타났던 꿈에 대한 해답을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온 것이다.

 

꿈에서 시작한 운명적인 만남은 필연적으로 사랑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 둘을 사랑을 예감하는 또 하나의 비전이 보이면서 이 사랑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보여준다. 폐쇄적인 조그만 시골 마을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 온 것이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마녀로 알고 있던 존재를 주술사라고 부르면서 본격적인 판타지가 펼쳐진다. 그 중심에 있는 인물은 당연히 리나다. 그녀의 등장은 이선이 폐쇄적이라고 불렀던 마을 깊숙이 숨겨져 있던 비밀을 하나씩 드러나게 만든다. 일상 속에 숨겨져 있던 비밀은 또 다른 세계가 있음을 알려준다.

 

소설은 로맨스를 바탕으로 판타지 속 존재들을 등장시켜 갈등을 고조시킨다. 이선과 리나의 정신적 감응이나 메이컨 삼촌이 보여준 초능력은 판타지 속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리나의 열여섯 생일날 벌어질 선택에 대한 이야기는 신비감을 불러온다. 이것은 이 이야기 속에서 둘의 사랑과 더불어 가장 강력한 소재이기도 하다. 일반 사람과 구별되는 주술사 등이 실재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주고 일반인과 주술사 사이에 미래가 펼쳐질 수 없다고 말한다. 이 장애는 또 다른 갈등을 불러오고 재미난 이야기를 만드는 소재가 된다. 또 리나를 둘러싸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왕따는 이 둘에게 시련이자 강한 유대감을 만들게 한다. 사랑이 더 강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단순히 판타지만 있는 소설이 아니다. 보수적인 남부 사회를 그려내면서 시대와 단절된 사회가 어떤 식으로 발전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앵무새 죽이기>가 앞부분에 등장한 것은 이 마을이 어떤 곳인지 알려주는 아주 좋은 설정이다. 이후 학교를 중심으로 벌어지는 사건과 갈등은 미국 사회의 이면을 극대화시켜 보여준다.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듯한 남북의 문제는 단지 설정인지 아니면 실제 존재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그리고 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몇 가지 장면은 영화 속에서 본 것과 너무 비슷하다. 약간 전형적인 듯한 모습이라 조금은 아쉽다.

 

판타지 소설에서 등장할 수 있는 존재들이 보여주는 활약이 사실 조금 약하다. 아마 시리즈 첫 권이라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주술사 등이 보여줄 능력과 대결이 중심에 놓여있지 않고 리나의 운명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그런 것 같다. 그래서인지 책 중반은 조금 흡입력이 떨어진다. 상대적으로 앞부분과 마지막이 강한 흡입력을 발휘한다. 과거의 사랑과 현재의 사랑을 나란히 놓고 풀어내는 판타지는 이제 시작이다. 마지막 장면의 노래는 그것을 보여준다. 하지만 4부작 중 첫 권인 이 소설만 가지고 어떤 전개가 펼쳐질지 예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 앞으로 나올 이야기가 더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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