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에게는 비밀이 있다 - 누구도 말하지 않았던 의학의 진실
데이비드 뉴먼 지음, 김성훈 옮김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3년 2월
평점 :
절판


저자의 전공은 응급의학이다. 그래서인지 각 장에 나오는 사례들이 대부분 응급실에서 벌어진다. 응급실에 한 번 다녀온 사람들은 그 현장이 실제 어떤지 알 것이다. 환자들이 주변에 널려 있고 눈에 딱 봐도 빨리 치료해야겠다는 사람이 아니면 의사들은 움직이지 않는다. 개인적인 일로 몇 번 다녀온 그곳은 솔직히 말해 의사에 대한 신뢰를 산산조각내었다. 아픈 환자의 병을 제대로 찾지 못해서 쓸 데 없는 처방을 내리고 허둥지둥하면서 결국 환자가 시간만 보내다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경험만 가지고 보면 응급실에 갈 것이 못 될 것 같지만 늦은 밤 혹은 공휴일에 찾아갈 가장 확실한 장소는 역시 응급실이다.

 

응급실에 대한 부정적인 글로 시작했다. 하지만 이것이 이 책 저자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은 아니다. 오히려 저자의 주장에 동의한다. 응급실의 경험에 부정적인 것은 그 현장에서 만난 의사들에서 비롯한 것이지 응급실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외상 사고가 났을 때 가장 효율적인 곳이 응급실이다. 가끔 뉴스에서 심한 환자를 거부해서 응급실을 다니다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열정적으로 치료에 전념하는 의사까지 매도할 마음은 없다. 다만 이 책 각 장에서 말하는 내용을 대부분의 의사들이 그대로 답습하는 문제가 답답할 뿐이다.

 

의사도 모르는 것이란 1장은 의사의 한계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저자 어머니의 사례인데 의사들은 환자가 왜 아픈지 모른다. 그래서 붙인 병명이 감응 불능 복통이다. 진단 불가가 다른 병명으로 대체되어 환자에게 알려진 것이다. 이와 비슷한 사례를 누구나 한 번쯤 경험했을 것이다. 스트레스성 위염이란 병명이다. 개인적으로 놀란 것은 사례 중 요통에 대한 것이다. 한때 디스크 환자들에 대한 수술이 유행이었는데 이 수술 후 환자들이 모두 완치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저자는 “의사들이 요통의 실제 발생 원인을 모르기 때문에 결국 우리는 완치법도 모른다”(33쪽)는 결론에 도달한다. 수많은 요통 전문 병원을 생각하면 놀랍기 그지없다.

 

심폐소생술. 이제는 영화나 텔레비전으로 너무나도 익숙해진 치료다. 실제 이것이 효과적인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한다. 실패율이 93에서 99프로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심폐소생술은 할 수밖에 없다. 만약 하지 않으면 환자 가족들에게 소송당할 수 있고 마지막 가능성을 날려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불합리한 일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환자와 의사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이 없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서 히포크라테스의 사례는 좋은 예가 된다. 그가 의술은 예술이라 부르는 이유 중 하나다. 실제 예전보다 의사가 환자를 진찰하는 시간이 늘었다고 한다. 그런데 환자들은 그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말한다. 바로 소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작년에 어깨가 아파 병원에 갔다. 진찰을 하자마자 MRI를 찍으라고 했다. 고가의 비용이 들어가는 검사다. 다른 방법으로도 가능했다. 그런데 그들은 수익이라는 것 때문에 이 과정을 거치게 만든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것은 고가를 치료를 하게 만들면서 병명을 나에게 알려주지 않은 것이다. 나중에 간호사에게 물으니 검색해서 알려줬다 고가의 기계를 이용한 치료와 간단한 물리치료가 병행되었는데 과연 그 기계 치료가 꼭 필요했을까 하는 의문이 지금도 있다. 그리고 이 병은 완치되지 않았고 운동을 조금 등한시한 지금 다시 아파온다. 고액이 든 이 치료는 원인도 모르고 치료를 위해 환자의 지속적인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 이것은 나와 비슷한 병을 경험한 대부분 사람들에게 적용된다.

 

위약 효과에 대해 말하면서 현재 유통되는 것 중 제약회사의 이익을 위한 약들을 지적한다. 이것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 바로 NNT(치료 효과 발현의 필요 증례수)다. NNT 수치가 1에 가까우면 효과가 100%고 그 숫자가 늘어나면 효과가 거의 없다. 그런데 의사들은 이 수치를 연구하지 않거나 무시한다. 상업적 목적이 우선이고 의료계가 폐쇄적이다 보니 이것은 더 심해진다. 유효성이 떨어지는 약이 환자에게 처방되어지고 환자의 부담은 더 높아진다. 환자와 의사의 유대감과 소통 부재가 만들어낸 현재 의료계의 현실이다.

 

인간의 신체에 대한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고 DNA수준까지 높아졌다. 그럼에도 우리는 감기를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것 외에 우리가 치료 못하는 병이 많다. 데카르트 이후 인간의 몸을 기계처럼 보는 경향이 있다고 했는데 일부분 인정한다. 이것을 보면 가끔 드라마에 나오는 동양의학이 더 대단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동서양 의학 모두가 모든 병을 제대로 치료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이다. 또 과학이란 이름으로 의학의 성을 높이 쌓은 지금 그 성이 조금씩 무너지고 있다. 바로 오만과 폐쇄적인 환경 때문이다. 누군가가 현대 의학을 말하길 ‘실제 의학이 발전한 것이 아니라 의료 기계가 발전한 것이다’라고 했다. 하나의 데이터를 두고 다른 해석이 내려지고 그 차이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일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나는 현실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병이 생기면 병원으로 간다. 의사에게 진찰을 받는다. 이 수순은 변함이 없다. 의사를 신뢰하고 않고의 문제가 아니다. 대안이 없는 것도 하나의 이유지만 현실에게 그래도 그들이 가장 유력하고 정확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의사와 환자의 소통과 신뢰는 환자의 치료를 더 손쉽게 한다. 물론 불치병도 난치병도 있다. 하지만 이 소통과 신뢰가 의학의 한계를 분명히 할 때 최대한 효과를 발휘한다.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사례가 바로 그것을 증명한다. 다시 한 번 분명하게 말해 이 책은 의사나 현대 의학을 불신하자는 것이 아니다. 더 발전된 환경을 만들고 더 좋은 치료를 하자는 의도가 담겨 있다. 좋은 의사를 만나기가 점점 더 어려워진다고 말하는 요즘 이 책은 그 이유에 대한 하나의 답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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