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라이트 마일 밀리언셀러 클럽 85
데니스 루헤인 지음, 조영학 옮김 / 황금가지 / 201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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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켄지와 제나로 시리즈 완결편이 나왔다. 개인적으로 끝나기를 바라지 않았다. 매력적인 콤비와 개성 강한 캐릭터가 재미와 여운을 전해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책이 미국에서 출간된 것이 2010년이다. 번역이 좀 늦었다. 이 시리즈를 한참 읽을 때 매력에 빠져 허우적거렸고 다음 책을 외쳤다. 이렇게 끝나길 바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납득할만한 방식으로 끝냈다는 것이다. 뭐 가끔 독자의 요청에 의해 다시 돌아오는 경우도 있으니 가슴 한 곳에 조그만 희망을 남겨두자.

 

이 콤비의 결혼 후 귀여운 딸 가브리엘라가 태어났다. 둘만 있는 것과 아이가 있는 것은 다르다. 더 벌어야 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은 더 높아진다. 앤지가 학교에 가면서 혼자 벌어야 하는데 불황까지 겹쳐 벌기가 쉽지 않다. 이전 사무실은 이제 사라졌고, 켄지는 거대 탐정사무소 알바를 뛴다. 실제 이 일이 그의 주업이다. 그가 바라는 것은 두하멜 스탠디포드의 정규직 직원이 되는 것이다. 안정적인 직업과 휴가와 보험과 연금 등을 바란다. 그런데 그의 고용주가 쉽게 정규직으로 채용하지 않는다. 다급한 그의 위치를 노리고 부려먹는다. 트집을 하나 잡아서 뒤로 미룬다. 그러다 과거의 한 사건과 다시 만난다.

 

12년 전 <가라, 아이야, 가라>에서 다룬 이야기다. 그 당시 납치되었던 아이 아만다가 다시 사라졌다. 당시 이 사건을 의뢰했던 고모가 술에 취해 연락하고 이 둘은 다시 만났다. 당시 이 소설을 읽으면서 과연 최선의 선택이 무엇일까, 그것이 정의일까 고민을 했었는데 작가는 이 시리즈 마지막 작품에서 다시 이 고민을 다룬다. 최고의 환경 속에서 안락하게 자랐던 아이가 법과 정의에 의해 더럽고 타락한 환경 속으로 다시 돌아온 불편한 현실이 다루어진다. 이 사건 때문에 이 콤비가 깨어진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시리즈 최고의 작품으로 꼽는다.

 

시간이 지났지만 기억에서 사라지지는 않았다. 아이는 여전히 더럽고 나쁜 환경에서 자랐다. 그런데 아만다의 학교를 방문하니 아이에 대한 엄청난 칭찬과 놀라운 사실들이 드러난다. 아이비리그 장학금은 따 놓은 당상이고 납치 사건으로 공탁된 거액도 곧 받을 수 있는 나이가 된다. 과거와 현재의 나쁜 기억과 추억으로부터 떠날 기회가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이 모든 기회를 버리고 사라졌다. 왜? 덕분에 독자는 과거 사건의 기억을 되살리고, 작가가 왜 이런 상황을 다시 다루게 되었는지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앞으로 어떤 가혹한 진실이 펼쳐질지 나타날지 걱정하게 된다.

 

사실이 드러난 곳에서 마주하는 사람들은 다시 과거의 질문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과거에 있었던 일들이 현재는 다른 방식으로 변해 이어지고 한 개인의 노력은 너무나도 손쉽게 사라져버린다. 구조와 시스템과 현실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다시 보여주는 현실은 가혹하고 참혹하다. 전작에서 현실의 한 자락을 파헤치고 풀어내었지만 실제 바뀐 것은 없다. 어떻게 보면 무력감에 빠질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이 콤비는 다르다. 그들은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한다. 자신들이 부딪힐 수 있는 상황에 과감하게 다가간다. 적들은 이제 러시아 마피아로 변했고, 더 강한 광기와 공포로 다가온다. 이제 딸까지 적의 표적이 된다.

 

전작의 영향 때문인지 아니면 시리즈 마지막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조금 약해진 액션과 구성이다. 언제나 시리즈에 힘을 실어주었던 부바의 활약이 거의 없는 것도 조금 불만이다. 뭐 개비에게 쩔쩔매는 모습은 또 다른 즐거움을 주지만 너무 단역이다. 그리고 켄지의 날카로운 분석과 수사력은 힘을 발휘하지만 전작에 비해 무력해졌다. 알바 뛰면서 경험했던 불편하고 불쾌한 사실들이 그를 조금 바꿔 놓은 것 같다. 거기에 딸 바보 아빠까지.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새롭게 부각된 역할들이 있다. 그 첫째는 아만다고, 그 다음은 러시아 마피아 예핌이다. 예핌이 주인공으로 활약하기는 무리가 있지만 아만다라면 새로운 시리즈의 주인공이 될 만한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뭐 최고는 다시 이 콤비가 탐정으로 돌아오는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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