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버 룩 어웨이
린우드 바클레이 지음, 신상일 옮김 / 해문출판사 / 201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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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알고 있는 사람이 진짜 그 사람일까? 이 소설은 바로 사랑했던 한 여인의 실종에서 모든 것이 시작한다. 그녀의 실종이 누군가의 음모에 의한 것이란 의심이 생길 때, 그 의심이 자신이 쓰고자 하는 기사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할 때 이야기는 본격적으로 펼쳐진다. 믿고 있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지만 그것을 의심하기는 힘들고 잃어버린 사랑으로 아파한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가속도를 붙이면서 이야기 속으로 단숨에 독자를 끌고 들어간다. 너무나도 잘 짜인 구성과 반전은 인간의 허약한 감정에 불을 붙이고 욕망과 감정 사이에서 춤춘다.

 

아내 잰과 함께 아이 이썬을 데리고 놀이공원에 놀러갔다. <스탠다드>의 기자 데이빗은 이 일이 있기 며칠 전 사설 감옥업체로부터 접대를 받은 정치인에 대한 기사를 쓰려고 했다. 당연히 이 사실을 알게 된 정치인과 업자로부터 공격이 들어온다. 이런 일상 속에 아내는 심각한 우울증 증세를 보여준다. 그녀를 사랑하는 데이빗에게 이것은 큰 걱정이다. 자살 시도 있었다는 사실은 그를 겁먹게 만든다. 이런 위험을 벗어나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놀이공원에 간 것이다. 그런데 이곳에서 아내가 사라진다. 이전까지 깔아놓은 설정을 보면 그의 적이 아내를 납치한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새롭게 시작한다.

 

사랑하고 믿었던 아내와의 일정과 일상이 하나씩 부정될 때 이 실종의 제1용의자는 남편이 된다. 모든 증거가 가리키는 것은 데이빗이다. 그가 알고 말한 것들이 거짓이 될수록 혐의는 높아진다. 이런 것과 상관없이 그는 자신만의 추적을 시작한다. 그 하나가 아내가 숨겨놓았던 출생증명서다. 이 증명서를 통해 그녀가 숨겨놓았고 죽었다고 말한 부모를 찾아간다. 그리고 드러나는 진실은 그가 알고 있던 아내가 아니라는 것이다. 증명서 속에 아이는 이미 죽었다. 그럼 그녀는 누굴까? 이때 그녀의 정체를 깨닫는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왜? 에 대한 답은 알 수 없다. 그러나 이 의문도 곧 풀린다.

 

데이빗을 통해 그녀의 실체가 하나씩 밝혀질 때, 형사 덕워스를 통해 데이빗에 대한 의혹이 심해질 때 잰은 다른 남자 드웨인과 함께 달아난다. 놀랍다. 사랑 때문인가? 이런 의문은 곧 사라진다. 이런 진솔하고 열정적인 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정답은 돈이다. 한 남자를 만나 아이까지 낳은 그녀가 모든 것을 버리고 선택한 것은 바로 돈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다이아몬드다. 불법 다이아몬드를 중간에서 강탈해 한몫 잡으려고 한 것이다. 자신이 낳은 아이까지 포기할 정도로 감정이 메말라버린 그녀를 채운 것은 거액의 돈에 대한 욕망이다. 이것이 가능할까 고민할 새도 없이 이야기는 빠르게 진행된다.

 

데이빗과 덕워스가 합법의 공간에서 움직인다면 잰과 그녀를 쫓는 살인자 오스카 파인은 어둠속에 서 있다. 잰이 자신의 존재를 지우고 새로운 신분으로 바꾸기 위해 깔아놓은 설정은 남편 데이빗을 압박한다. 이 설정을 철저하게 따라가는 인물이 형사 덕워스다. 증거와 증언이 엇갈리면서 분명하게 하나의 사실을 가리키기 때문이다. 이 모든 것을 설계한 잰은 오스카가 언젠가 찾아올지 모른다는 공포 속에서 살았다. 이 공포가 위장을 위한 데이빗과의 결혼과 이썬의 출산으로 이어졌다. 정말 독하고 대단한 여자다. 엄청난 연기다. 이 연기는 드웨인의 출소와 함께 끝나고 그녀를 사로잡은 욕망을 위해 달려간다.

 

소설은 사랑과 감정이 사라진 곳을 채운 욕망과 단순한 욕망으로 가득하다. 진실은 숨겨진 채 보여주고 싶은 것만 다른 사람이 보게 만든다. 속이는 자와 속는 자 사이에 놓인 사실은 너무나도 모호하다. 이 모호함은 믿고자 하는 것만 믿는 사람들이 본 것 때문이다. 이것을 벗겨낸 사실들은 냉혹하다.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독자조차 이런 일이 가능할까 물을 정도니 당사자에게는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속고 속이고 쫓고 쫓기는 과정 속에 하나씩 깔아놓은 설정은 연쇄반응을 일으킨다. 마지막으로 달려갈수록 몰입도는 놓아진다. 올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멋진 미스터리 소설 한 편을 발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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