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집사를 믿지 마라 스펠만 가족 시리즈
리저 러츠 지음, 김지현 옮김 / 비채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스펠만 가족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다. 이 시리를 띄엄띄엄 읽고 있다. 세 번째 이야기가 출간된 것도 몰랐다. 음! 개인적으로 이 사랑스러운(?) 가족의 대활약을 생각하면 조금 부끄럽다. 하지만 이번 이야기를 통해 이 가족을 더 사랑하게 되었다. 왜냐고? 이야기가 진행되면서 그들을 좀더 이해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귀여운(?) 이자벨의 좌충우돌 대활약에 조금은 적응하게 되었다. 덕분에 정신없이 펼쳐지는 다양한 사건들에 더 익숙해졌다.

 

스펠만 가족은 탐정 가족이다. 이번 소설에서 이자벨은 세 가지 사건에 봉착한다. 하나는 그들의 사업을 위협하는 경쟁사 릭 하키를 몰아내야 하고, 다음은 제목에 나온 집사 실종사건을 풀어야 한다. 여기에 바텐더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하려는 엄마의 협박과 싸워야 한다. 하지만 이 모든 것보다 더 힘든 것은 가족들과의 대결이다. 이 시리즈를 한 권이라도 읽은 사람이라면 가족들과의 대결이 얼마나 힘들고 끈질긴 것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동생 레이의 대활약은 예상하지 못한 문제를 일으킨다. 뭐 이 때문에 그녀에게도 문제가 생기지만.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사례조사 세 달 전, 항소, 기소, 판결 등이다. 뭐지? 하는 생각이 먼저 든다. 그 아래 세부적인 제목을 보면 더 혼란스럽다. 전혀 내용을 짐작할 수 없다. 하지만 펼쳐 읽기 시작하면 이 소제목들이 하나씩 이해된다. 번호도 역시. 이런 불편한 제목들에 비해 이야기는 간결하고 빠르게 진행된다. 그리고 이 가족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경찰 헨리는 이번에도 대단한 모습을 보여준다. 전작에서 이 둘의 로맨스를 기대했는데 시작은 열두 번째 전 남자 친구 코너로 문을 연다. 열두 번이라니 능력도 좋다.

 

또 다른 로맨스가 있다. 그것은 레이다. 그녀의 상대는 너무나도 범생인 프레드다. 가족들이 너무 좋아한다. 레이를 조정하는 또 하나의 장치다. 작고 귀여운(?) 악녀 레이에게 사랑이 찾아온 것이다. 하지만 이 사랑만으로 그녀가 순진해지고 착해지지는 않는다. 그녀의 귀여운 악행은 이어진다. 그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바로 언니를 변호사 자료실에 밤새 가둬놓는 것이다. 이 불법 구금에 대응하는 가족의 모습은 충격적이다. 하나의 해프닝으로 처리하지 않고 법정까지 간다. 덕분에 이자벨과 헨리 등은 아주 큰 재미를 누리지만.

 

이 소설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은 큰 사건이 아니다. 살인이나 엄청난 음모가 등장하지 않는다. 하지만 일상 속에서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사건들이 나온다. 작가는 여기에 살짝 양념을 치고 부풀려서 이야기를 만든다. 뭐 약간이란 표현에 거부감이 든다면 어쩔 수 없다. 그렇지만 엄청난 연쇄살인범이 등장하는 다른 소설에 비하면 고개를 끄덕일 수 있지 않을까. 요즘 월요일마다 방송하는 ‘안녕하세요’란 프로그램을 보면 이 가족도 평범하게 보일 사람들이 적지 않게 등장하지 않는가. 그들과 엮인 사람들이 그냥 넘어가는 현실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큰 것 한 방은 없지만 자그마한 재미가 가득하다. 남자 친구와 헤어지게 하려고 엄마가 요구한 변호사 등과의 맞선 자리나 사라진 집사를 대신해 잠입한 배우 렌의 집사 활약이나 헨리와의 미묘한 관계 등이 바로 그것이다. 여기에 유머 가득한 대사와 어디로 튈지 모르는 스펠만 가족의 활약은 계속해서 읽게 만든다. 그리고 언제 사건을 해결할 것인가 하는 의문도 이어진다. 사실 이 의문은 해결하는 것은 천재적인 능력이 아니다. 우연과 끈질긴 작업과 노력이 곁들여진 결과다. 이런 과정들이 괴팍한 이 가족들과 우리를 이어준다. 사놓고 읽지 않은 이 시리즈를 빨리 읽고, 역자가 “오렌지냐, 어린쥐냐 그 차이지.”라고 번역한 원문도 시간나면 찾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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