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소네치카 -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걸작선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지음, 박종소.최종술 옮김 / 비채 / 2012년 10월
평점 :
품절
류드밀라 울리츠카야 걸작선이다. 모두 세 편이다. 낯선 이름이다. 두 편은 단편이고, 한 편은 장편이다. 솔직히 말해서 장편을 읽을 때 고생했다. 어려운 러시아 이름과 많은 등장인물과 긴 문장이 그렇게 만들었다. 아마 첫 작품이자 표제작인 <소네치카>에서 받은 느낌이 사라져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나의 집중력이 흩어져서 재미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인지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들 멋지다. 제대로 소화하지 못한 부분이 많지만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굉장히 매력적이다. 좀더 세밀하게 집중하면서 읽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표제작 <소네치카>는 러시아 문학을 좋아하는 소네치카 이야기다. 혁명과 전쟁의 와중에 그녀가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남편을 만나 새로운 삶을 살았는지 보여준다. 그녀의 삶이 바뀌는 순간은 결혼과 출산과 육아에 의해서다. 책만으로 살 수 없는 환경이 만들어졌다. 가족을 꾸리기 위해 노력한다. 이 과정에 남편의 재능이 알려지고, 또 다른 인격체가 된 딸이 자란다. 어느 순간 이야기의 중심은 그들로 옮겨간다. 하지만 그 바탕에는 그녀가 있다. 어떻게 보면 삶과 재능에 대한 이야기다. 남편과 딸이 지닌 재능이 꽃피우는데 그녀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 그녀의 재능이 어떻게 사그라들었는지. 이 걸작선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다.
거의 장편인 <메데야와 그녀의 아이들>은 앞에도 말했듯이 쉽게 읽지 못했다. 발레리 부토노프가 등장하면서 집중했다. 그의 특이한 이력과 메데야의 아이들이 엮이고, 그녀들의 삶이 그려지면서 빠져들었다. 단순하고 자유분방하면서 열정적인 니카, 어릴 때 기억으로 침착하고 차분한 미샤가 그녀들이다. 한 남자를 두고 공유하는 그들과 이들을 통해서 그 시대 삶의 다른 면을 보는 즐거움은 놀랍고 흥미로웠다. 이것이 다시 메데야로 이어지고 또 다른 사실과 연결될 때 이제 익숙해진 문장의 호흡을 조금은 제대로 따라가면서 그 재미를 즐겼다. 그들의 삶은 며칠 전 읽었던 러시아의 참혹감과 거리를 두고 삶은 어디에서도 이어진다는 단순한 사실을 가르쳐준다.
힘든 와중에 빠져든 것은 바로 삶이 그 속에 있기 때문이다. 나의 생각과 전혀 다른 삶을 산 그녀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녀들을 욕할 수도 있지만 그 욕이 남자에게도 다시 돌아온다. 상대가 없이 어떻게 불륜이나 사랑이 이루어지겠는가. 그 남녀들을 욕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시대를 들여다보고 그들의 삶을 돌아보고 현재를 듣다보면 조금씩 그럴 수도 있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인다. 비록 그 결과가 좋지 않게 이어진다고 해도. 그리고 그 무엇보다 이 모든 관계의 중심에 선 메데야의 삶에 조용히 눈길을 준다. 멋지다, 대단하다는 표현보다 더 정확한 단어를 찾아야 하는데 쉽게 보이지 않는다. 그녀가 그곳에 있고 그녀를 통해 삶이 연결되고 이어지면서 벌어지는 그 많은 아이들과 사연은 이야기의 폭과 깊이를 더욱 넓고 깊게 만들어준다.
<스페이드의 여왕>은 무르와 안나 표도르브나의 이야기다. 이 둘은 모녀다. 처음에는 부부인가, 부녀 사이인가 고민했다. 이름만 봐서는 전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제목은 푸시킨의 소설과 같다. 내용은 읽지 않아 정확하게 모르지만 주석을 보면 어느 정도 오마주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이 둘은 모두 90과 60으로 적지 않는 나이다. 하지만 나이에 상관없이 모녀 사이의 벽이 있다. 새벽 4시에 무르가 딸에게 초콜릿 한 잔을 요구할 때 안나가 보여주는 반응과 행동은 그 동안 삶이 결코 쉽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3대가 모두 여자만 있다는 것도 특이하다. 과부 삼대는 아니지만. 모녀 관계가 중심에 놓여 있고 변화의 바람이 부는데 그 결말이 씁쓸하다. 아리다. 삶은 어쩌면 이렇게 예상하지 못한 결말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