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트 LAST 세트 - 전3권
강형규 지음, 창작집단A.P 기획 / 애니북스 / 2012년 9월
평점 :
품절


만화를 보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영화로 만들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마지막 장을 넘긴 후 읽은 후기를 보니 영화 프로젝트를 감안하고 그린 만화다. 그래서인지 구성은 간결하고 속도감 있다. 실제 이 만화 설정을 제대로 다루려면 지금보다 몇 권은 더 늘이고 주인공의 특성을 좀더 살려야 한다. 이 부분이 많이 빠지면서 무력에 기대게 되고 조직 안의 순위 상승을 위한 대결이 중심에 놓인다. 이 때문에 ‘100억이 오가는 지하경제의 중심지’란 문구에서 기대한 것이 사라졌다. 그것은 주인공이 펀드매니저였던 것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펀드매니저 장태호는 조폭 돈 70억을 바탕으로 작전을 펼친다. 성공하면 대박이다. 작가는 이 작전이 펼쳐진다는 것만 알려준다. 어떻게 할 것인지 같은 세부적인 정보는 없다. 그리고 장태호에 집중한다. 그는 1등을 위해 살아왔고, 어느 정도 그것을 이루었다. 그가 이 작전의 성공을 자신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만 돌아가지 않는다. 그가 건 작전을 통해 또 다른 작전이 걸리면서 그는 무일푼이 된다. 성공의 가도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이 추락이 그냥 돈을 잃는 것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조폭이 그냥 조폭이겠나. 그의 동료였고 여자친구의 오빠는 먼저 목을 메어 자살하고 그는 도망가다 잡혀 죽기 일보 직전이다. 겨우 도망가지만 어디에도 숨을 곳이 없다. 달아날 때 가지고 있던 지갑 속 돈들도 3개월 만에 사라졌다. 배고픔이 찾아온다. 참을 수 없다. 집 밖으로 나온 짜장면 그릇의 단무지에 눈길이 간다. 또 다른 추락이 진행되었다. 그러다 본 것이 서울역의 무료 배급이다. 이제 그는 서울역 근처에서 흔히 보게 되는 노숙자 중 한 명이 된다.

 

이번 추락은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것은 서울역을 둘러싼 지하경제체계다. 폭력에 의해 순위가 정해지고 그 가장 위에 있는 인물이 모든 부를 독식하는 구조다. 그 돈은 소위 말하는 맹인이나 거지 등이 구걸해서 모든 돈이다. 더 심한 것은 장기 매매를 통해 얻은 수익이다. 이 100억이 장태호를 유혹한다. 정확하게 말하면 장태호가 서열 6위를 때려눕힌 후 다가온 차해진이다. 이제부터 그는 100억을 얻어서 자신을 둘러싼 환경을 깨부수고 세상 밖으로 나가려고 한다. 물론 100억에 대한 수수료도 지불해야 하지만.

 

흔히 펀드매니저를 연상할 때 가장 떠오르는 지적이고 연약한 모습을 그는 가지고 있지 않다. 지적인 것은 그의 삶이 알려주지만 운동 등으로 다져진 체력은 연약함과 거리가 멀다. 서울역 노숙자들의 대형이 되었지만 겨우 서열 6위다. 100억으로 인생을 바로 잡으려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야 한다. 1위와 만나야 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들은 바로 그를 만나기 위한 수련과 대결과 음모다. 그리고 그 속에 이 노숙자 세계로 내려온 사람들의 삶이다. 누구 한 명 사연 없는 사람 있냐고 할 때 그 사연 말이다. 그리고 서열 2위 류를 통해 싸움 실력을 키운다. 작전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방편이다.

 

처음 지하경제 100억을 말했을 때 그 돈이 한 번에 흐르는 돈일 줄 알았다. 그런데 아니다. 그 돈은 서열 1위가 이제까지 모은 돈이다. 그는 만화 속 서울역 지하경제체계를 만든 인물이다. 처음에는 그의 정체를 알려주지 않는다. 어둠 속에 존재한다. 그러다 장태호의 서열이 올라가면서 그 존재를 드러낸다. 엄청난 파워와 공포를 다루면서 지하경제를 지배하는 어둠의 왕으로. 이제 주인공은 그의 이력 때문에 더 눈길을 받는다. 그 앞에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작도 그의 이력과는 별 상관없이 진행된다. 이제 그는 조폭과도 같은 세계에 발을 담군 것이다. 바로 이 지점이 영화로서의 매력을 발휘하는 부분이지만 완성도를 떨어트리는 지점이다.

 

물론 이 부분은 개인적인 생각이다. 작가는 섣부른 작업을 하지 않는다. 인물들의 갑작스런 변화를 다루지 않는다. 장태호 인생에서 1등이 어떤 의미인지, 그가 거기에 얼마나 집착하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감성을 자극할 장면으로 역전을 만들 것 같은 순간에도 반전을 만든다. 모든 실패의 원인이 다른 작전이 아니라 그의 탐욕에서 비롯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의 욕망이 너무나도 강하게 표현될 때, 상황이 극에 달했을 때 이 반전은 그에게 무작정 감정이입하는 것을 차단한다. 그 흔한 할리우드 방식의 승리는 없어진다.

 

인터넷 만화들이 보여주는 역동성을 이번에도 그대로 나타난다. 색이 주는 강력함과 감정과 액션을 통해 드러내는 연출은 시선을 떼기 힘들게 만든다. 많지 않은 대사는 가독성을 높여 단숨에 세 권을 읽게 만든다. 개인적인 기대와 다른 부분이 있었지만 재미있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장 높이 오르려고 한 곳이 높은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그렇게 대단한 것이 아니라는 부분이다. 1위의 욕망이 어디에서 비롯했는지 알려줄 때도, 그가 이룬 부를 볼 때도 가슴 한 곳에는 그들은 지하 속에서 이전투구했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든다. 물론 평범한 사람들에게 그 돈은 엄청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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