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드레스
피에르 르메트르 지음, 임호경 옮김 / 다산책방 / 2012년 7월
평점 :
품절


이 작품에 대한 호평은 대단했다. 가히 거장들의 그것과 비교해서 결코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지 않는다는 것은 힘든 일이다. 자주 명성과 상관없이 읽지 않는 작품들이 있지만 기회가 닿으면 늘 읽는다. 화려한 수상 경력이 있으면 더 눈길이 간다. 하지만 이 책이 받은 상들은 개인적으로 낯설다. 이렇게 뒤섞인 감정들은 책을 들고 읽으면서도 변함없었다. 목차가 의미하는 바도 몰랐고 한 여자가 저지르는 살인과 도피가 가슴으로 파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다 화자가 바뀌는 순간 기대했던 반전이 펼쳐졌다.

 

모두 네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분량은 첫 장이 가장 많다. 앞부분은 소피가 어떤 상황인지 보여주면서 사라진 기억과 그 옆에 놓인 죽음 때문에 한 편의 사이코스릴러였다. 범인은 뻔하고 그녀의 도주가 과연 어떻게 펼쳐질지 궁금했다. 기억 상실과 그 곁에 놓인 사체는 그녀를 공황 상태로 몰아간다. 이 순간에도 나의 마음 한 곳에서는 숨겨진 어떤 이야기가 있을 것이란 예감이 들었다. 이 예감은 사실이 되었지만 이 때문에 재미가 반감되지 않는다. 오히려 이때부터 새로운 재미가 생긴다. 그리고 그 끔찍하고 꼼꼼하고 잔혹한 행동에 놀라고 긴장한다.

 

모든 사실이 하나의 드러난 사건을 가리킬 때 반전이 시작한다. 이 반전의 시작은 일기다. 지금부터 몇 년 전이다. 왜 이런 일을 하는지, 그가 노리는 것이 무엇인지, 이 일의 결과는 언제 나오는지 호기심을 자극한다. 그리고 이전보다 빠르게 책 속으로 빨려들어간다. 그 남자 프란츠의 기록은 한 사람이, 한 가정이 어떻게 파괴될 수 있는지 제대로 보여준다. 흔히 하는 말로 열 경찰이 도둑 한 사람 잡지 못한다는 말처럼 소피와 주변 사람들은 그 어떤 낌새도 알아채지 못하고 몰락한다. 죽는다. 무섭다.

 

하나의 장이 바뀌면 또 다른 이야기가 펼쳐진다. 상황이 묘하게 흘러가고 새로운 긴장감이 고조된다. 왜 이런 행동을 하는 것일까 하는 의문은 사라졌지만 어색함이 남아 있다. 이 어색함을 속도감과 긴장감으로 마구 빨아 당기는 힘이 마지막 장에서 펼쳐진다. 손에 땀을 쥔다. 앞에 풀어놓은 사건과 상황들이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하나씩 밝혀지는 사실들은 모든 의문을 해결한다. 이제 둘의 대결이 펼쳐진다. 속고 속이고 속는 척 하는 이 대결은 이 소설의 백미다. 이 부분을 늦은 밤 읽으면서 다음 날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멈출 수 없었다. 마지막에 다시 한 번 더 반전이 펼쳐지면서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결말로 이어진다.

 

이 소설이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하는데 어떤 식으로 영상으로 옮겨질지 궁금하다. 원작을 그대로 옮겨도 좋겠지만 시간과 공간과 등장인물들의 재배열이 필요할 것이다. 읽으면서 순간적으로 과연 이런 일이 가능할까 의문을 품었던 것이 뒷이야기에서 풀렸듯이 영화 속에서도 그럴지 모르겠다. 사실 이 부분이 영화로 만들어진다는 것에 의아함을 심어줬다. 그리고 제목에 대한 의문이 읽는 내내 있었다. 하지만 이것도 역시 마지막에 가면서 풀렸다. 그것이 의미하는 바를 알려줄 때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다시 한 명 더 기억해야 할 작가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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