쾌자풍 1 - 쾌자 입은 포졸이 대륙에 불러일으킨 거대한 바람 쾌자풍 1
이우혁 지음 / 해냄 / 2012년 8월
평점 :
절판


이우혁 앞에는 늘 <퇴마록>이 붙는다. 이후 나온 몇 권의 책에도 불구하고 이것은 변함없다. 내가 읽은 것도 <퇴마록 시리즈>를 제외하면 <왜란종결자>가 유일하다. 사놓고 읽지 않은 책도 꽤 된다. 언제부터인가 이우혁도 너무 낯익어 모든 책을 읽은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자세히 손꼽아 보면 읽은 책이 그렇게 많지 않은데도 말이다. 그리고 그의 신작이 나오면 늘 눈길이 간다. 아마도 이것은 역시 대표작인 <퇴마록 시리즈> 때문일 것이다. 그 속에 담긴 풍부한 이야기와 다양한 캐릭터와 사건이 자연스레 다른 작품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다.

 

제목만 보아서는 내용을 잘 알 수 없다. 쾌자라는 단어도 잘 모른다. 그런데 제목에 대한 설명을 보니 ‘쾌자를 입은 포졸이 중원에 거대한 바람을 일으킨다’는 의미다. 순간 머릿속을 스쳐지나간 생각은 낮은 지위의 포졸이지만 숨겨진 실력이 만만치 않은 고수의 새로운 강호행 정도였다. 이 추측의 일부는 현재까지 맞는데 과연 어느 선까지 이어질지 궁금하다. 포졸 지종희의 약삭 빠르고 거침 없는 행동이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어느 부분에서는 눈살이 찌푸려질 정도고, 어느 장면에서는 웃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모두 5부작으로 기획되었다. 그중 겨우 1권을 읽은 상태에서 전체 내용을 추측하는 것은 금물이다. 물론 무협소설의 틀을 가진 작품이다 보니 나의 촉은 그쪽으로 흘러간다. 하지만 작가는 이 소설이 무협이 아니라 역사소설이라고 말한다. 이것은 각 장의 시작을 역사로 풀어내는 것과 이어져 있다. 동시에 이 소설의 시대적 배경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이런 지식을 가지고 읽다 보면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의 일부가 떠오른다. 이 일부가 맞다는 보장은 없지만 이어질 이야기를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은 분명하다.

 

역사소설이라고 하지만 무협적인 요소가 더 강하다. 이것은 퇴마록의 주인공 현암의 무공을 풀어낸 것에서 이미 그 능력을 충분히 보여줬다. 명나라를 배경으로 하면서 무림의 존재를 인정하고 남궁세가 같은 무협소설 속 가문을 그대로 적용한 것에서도 알 수 있다. 물론 작가의 말처럼 이것을 하나의 배경으로 삼아 이야기를 풀어낸 것일 수도 있다. 이 모든 이야기의 바탕에서 우리의 전통 ‘해학’이 자리 잡고 있지만. 그리고 이 해학을 가장 잘 보여주는 인물이 바로 포졸 지종희다. 현재까지는 그의 등장이 절반 정도 밖에 되지 않지만 점점 비중이 놓아지면서 아주 거대한 바람을 일으킬 것 같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무대가 중원임을 알게 된다. 명나라 조정 대신의 죽음에서 시작된 동창의 두 밀사가 지종희를 만나기까지 다룬 것이 1권이다. 이 모든 음모가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후반부에 설명하는데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작가가 공을 들인 지종희의 성격은 어느 방향으로 튈지 모른다. 한계를 어느 선까지 정했지만 눈치 빠르고 이익에 밝고 행동도 재빠른 그를 볼 때 아마도 거침없는 활약을 보여주지 않을까 생각한다. 뭐 이미 난전이라는 공간을 통해 그가 어떤 존재인지 충분히 보여줬지만 더 넓은 중원에서는 어떤 활약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5부작 중 겨우 1권만 읽은 상태고 이제 겨우 이야기 도입부임을 생각할 때 전체를 평가하기는 무리다. 하지만 캐릭터를 만들고 이야기를 풀어내는 힘을 이미 경험한 독자에게 다음 이야기를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좋아하는 장르인 무협소설을 바닥에 깔고 있는 것을 감안한다면 더욱더. 개인적으로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가 무협소설의 틀을 따라가는 것은 좋지만 기연이나 우연의 연속으로 이어지는 것은 사양한다. 뭐 작가의 필력을 감안할 때 그럴 필요 없지만. 빨리 2권을 읽고 싶지만 단숨에 끝까지 달리고 싶은 욕망이 더 강하다. 빨리 완간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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