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 돌하르방 어디 감수광, 제주도편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7
유홍준 지음 / 창비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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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과 얼마 전에 경복궁 등을 무대로 한 6권을 읽은 듯한데 벌써 7권이 나왔다. 이번 서문에 ‘제주허씨’를 위한 ‘제주학’ 안내서란 제목이 붙어 있다. 제주허씨? 제주의 그 유명한 삼성 중 하나인가? 하고 순간 착각도 했다. 그런데 이 허씨가 놀랍게도 렌트카 번호판을 의미한다. 렌트카 차번호에 붙는 허자를 둘러말한 것이다. 그리고 왜 제주학 안내서를 내었는지 말한다. 출가한 여제자의 푸념 때문이다. 다른 곳은 답사한 곳을 돌아보면서 시댁에 점수를 땄는데 제주도는 일반관광만 다녀와서 제주의 참모습을 보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런 저런 이유 덕분에 생각하지 못한 제주의 새로운 모습을 제대로 보게 된 것은 큰 행운이다.

 

예전에 한 후배가 말했다. 자기는 하와이보다 제주도가 훨씬 좋다고. 이 이야기를 하면 주변 사람들은 콧방귀를 뀐다. 우리 속에 있는 사대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진짜 하와이가 좋은지, 우리가 제주도의 참모습을 모르는 것 때문인지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 실제 내가 제주도를 다녀온 것은 20년도 전이다. 그 사이 엄청나게 변했다. 어떤 제주도 지도를 보면 골프장만 보이는 것도 있었다. 얼마 전에 몇 번이나 제주를 다녀오신 장모님의 여행코스는 살짝 실망스러운 일정이어서 후배의 말이 무색했다. 그리고 내가 아직 하와이를 가보지 않은 상태라 정확한 평가가 어렵다. 언젠가 제주에 살고 있는 후배의 도움을 받아 며칠 여행해야지 하는 생각은 늘 하고 있지만.

 

제주학이란 용어처럼 인문학적으로 접근한 내용도 많다. 전문적인 여행서적이 보여주는 일반적인 관광지는 빠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주의 오름을 찍은 사진은 필리핀 보홀섬의 한 풍경과 비슷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더 분명하고 기이한 것은 보홀섬이지만 제주의 오름도 그에 못지 않고 좀더 색다른 분위기를 전해준다. 아마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적인 것도 아마 제주 오름과 한라산 영실이 아닌가 생각한다. 물론 제주에 대한 역사와 그에 얽힌 수많은 사연과 전설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이 책을 통해 여행과 관광을 하려는 사람에게 쉬운 일이 아니다. 겨우 며칠 휴가를 내어 오는 직장인이라면 더욱더.

 

사실 제주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가고 싶어 하는 국내관광지 1위다. 가족 단위 여행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곳 중 한곳이다. 이런 사람들에게 이 책이 보여주고 알려주고 들려주는 이야기는 아는 만큼 설명하고 이해하고 느끼는 시간이다. 필수 관광코스에 들어가지 않는 곳을 다루는 것이 많다보니 그냥 스쳐 지나가는 곳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런 곳에서 이야기를 풀어내면 사람들의 발걸음이 자연스레 머물게 된다. 이미 유럽의 수많은 관광지가 이런 스토리텔링을 통해 멋진 관광지로 자리 잡은 사실에서도 알 수 있다. 아마도 이 책은 그런 점에서 많은 도움이 될 것이고, 내가 제주 여행을 하는데도 많은 참고가 될 것 같다.

 

참으로 인상적인 것은 삼다(三多)니 삼무(三無)니 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먼저 나오는 본향당이다. 일본으로 떠난 제주도민이 돌아와서 가장 먼저 찾는 곳이자 마음의 고향 역할을 하는 그곳 말이다. 그리고 이것을 제주출신 재일교포 공덕비와 연결해서 풀어낸 것은 어떻게 보면 대단한 것이 아닐 수 있지만 가슴 한켠에 진한 여운과 감동은 남겨준다. 고향을 떠난 사람들 가슴 한 곳에 이런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위안이자 행복인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지금 고향을 떠나 살고 있는 나에게 그런 곳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아쉽게도 그런 곳이 머릿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오름이 멋진 풍경과 함께 새롭게 다가오면서 다음에 제주를 방문하면 꼭 돌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면 돌하르방은 기존 인식을 깨트려주었다. 그냥 무심코 쳐다본 돌하르방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라고 생각했는데 각각 달랐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코 지워지지 않는 현대사의 비극은 제주인의 삶에 큰 아픔을 남겼고 지금도 그 아픔은 진행 중인 듯하다. 아마 그 시기를 경험하고 그것을 직접 경험한 사람들로부터 직접 이야기를 들은 분들이 돌아가시기 전에는 쉽게 잊혀지지도 않고 치유되지도 않을 것 같다.

 

한 학자가 이 책에 나오는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다. 그러니 전문가들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 전문가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존재한다. 국적도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도 있다. 이들의 연구와 열정이 있었기에 이런 저작이 나왔다. 저자가 이것을 책 마지막에 간략하게 다룬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것은 제주도를 좀더 알고자 하는 사람에게 안내서 역할을 한다. 이제 겨우 한 번, 그것도 20년도 전에 갔다 온 내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우습지만. 앞으로 개인적으로 몇 번이나 더 제주도를 다녀올지 모르겠지만 아마 이 책은 흔히 하는 뻔한 말로 ‘가슴 한 곳에 자리 잡고 거기를 가야하지 않겠냐’고 말할 것 같다. 불과 1~2개월 전에 다녀온 직장 동료와 곧 다녀올 동료가 갑자기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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