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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뒤에서
미리엄 할라미 지음, 천미나 옮김 / 동산사 / 2012년 7월
평점 :
절판
이제는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은 풍경이 있다. 그것은 외국인들이다. 한때 외국인이라면 백인이 거의 전부였는데 어느새 동남아나 중동 사람들이 눈에 자주 들어온다. 물론 명동이나 시내 관광지를 가면 일본인이나 중국인이 가장 많다. 하지만 서울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한국으로 돈을 벌려고 온 동남아나 중동 사람들이 보인다. 이들에 대한 우리들의 시선은 많이 좋아졌다고 하지만 백인들을 보는 시선과 다르다. 이전에 일본인들이 한국이나 다른 나라 사람을 볼 때 본 것과 유사한 시선이다. 그런데 이런 시각이 우리에게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다. 선진국에 수많은 인종들이 모여 살고 있는 영국에서도 적지 않은 듯하기 때문이다.
열네 살 앨릭스는 아빠가 다른 여자와 달아났고 엄마는 다리를 다쳐 집안일을 돌봐야한다. 다른 아이들이 놀고 어리광을 부릴 시간인데도. 이혼과 사고는 모녀 사이를 돈독하게 만들기보다 오히려 악화시킨다. 이런 일상에 큰 변화가 생긴다. 그것은 바로 사미얼과 어느 날 그들 앞에 나타난 불법 이민자다. 사미얼은 같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 그는 외모 때문에 불량배들의 놀림감이 된다. 괴롭힘을 당하는 그를 보고 앨릭스에게 조그만 변화가 생긴다. 어쩌면 동질감인지도 모르겠다. 먼저 다가간 것은 역시 백인인 앨릭스다. 지갑을 돌려주기 위해서지만.
지갑 때문에 사미얼의 집을 방문하지만 낯설기만 하다. 그의 형 나짐은 앨릭스에게 불만이 많은 듯 행동한다. 그 집을 황급하게 나오면서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 한 번 놀러오라고 한다. 그냥 지나가다 한 말이다. 그런데 그가 온다. 그리고 이 둘은 바다에서 익사 직전까지 간 한 사람을 발견한다. 바로 불법 이민자 모하메드다. 그를 구하는 순간 이 둘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빠진다. 그것은 모하메드가 불법 이민자라는 것과 그의 몸에 남겨진 상처와 아주 나쁜 몸 상태다. 그냥 119를 불러서 모든 일을 처리하면 쉽겠지만 역시 모하메드의 신분이 문제다. 신고를 강하게 반대한 것은 사미얼이다.
모하메드의 등장은 이제 숨겨져 있던 과거와 현재를 하나씩 밖으로 드러내는 기회다. 처음은 왜 모하메드가 추운 겨울 바다에 던져졌는지 하는 것이다. 모하메드와 사미얼이 이라크 사람이란 사실이 밝혀지는 것도 이때다. 시대 배경이 이라크 전쟁 이후임을 생각하면 그가 불법 이민자가 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이라크의 모습은 정말 언론이나 정치인들이 보여주고 싶어하는 것들이다. 진짜 이라크의 모습은 숨겨져 있다. 제목처럼 문 뒤에서는 우리가 상상도 못한 일들이 벌어진다. 모하메드처럼 영국군 통역을 했다고 참살당하거나 고문을 당하는 참혹한 일들이 빈번하게 생긴다. 미군이 낮을 지배하고 있지만 밤은 낮을 강한 빛에 대비해서 더욱 어둡고 암울하다.
어린 앨릭스와 사미얼이 등장하다보니 불안감이 곳곳에 드러난다. 당연한 일이다. 이제 겨우 열네 살이다. 하지만 그들은 긴장과 두려움 속에서 용기를 발휘한다.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을 길을 찾고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다. 이 과정 속에 자연스레 불법 이민 문제와 난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 등을 풀어놓고 고민하게 만든다. 특히 자주 나오는 “2퍼센트는 너무 많아.” 문장은 전 세계 난민 중 영국으로 들어오는 난민의 비율이 지닌 의미를 다시금 생각하게 만든다. 이것은 단순히 퍼센티지의 문제가 아니라 난민에 대한 인식을 포괄적으로 드러내준다.
이야기를 이끌어나가는 것이 바로 모하메드 구조를 둘러싼 어려움과 두려움이라면 앨릭스를 둘러싼 환경은 이와 대비되면서 성장이란 단어를 되돌아보게 한다. 한 소년과 소녀의 성장이 어떤 과정을 거쳐 이루어지는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과 동떨어진 나라의 현실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자신들의 용기가 주변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등을 말이다. 선입견과 편견으로 가득한 곳에서 자신을 바로 세우고 용기를 내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도 보여준다. 그러니 자연스럽게 이 둘의 불안하지만 진솔한 행동과 감정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