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적
권오단 지음 / 나남출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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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면 어떤 소설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살짝 뒤표지를 보면 홍길동을 다룬 소설임을 알게 된다. 홍길동. 참으로 낯익은 이름이다. 아마 한국 소설사에 가장 유명한 인물이 아닐까 생각한다. 유명하다는 것은 많이 다루어졌다는 것이고, 그만큼 어렵다는 의미다. 전작 <전우치전>을 생각할 때 하나의 연작 작업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그리고 전작에서 전우치에게 한국 무협의 외피를 씌운 상태임을 생각할 때 홍길동도 그런 것이 아닐까 하고 미리 짐작했다. 이런 짐작이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은 없을지 모르지만 무협의 외피를 벗어던지고 고전 소설 속으로 들어간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홍길동과 조금 다른 시작이다. 천하의 홍길동이 자살을 시도한다. 이 시도는 후일 자신의 스승이 되는 혜손에 의해 좌절된다. 이 인연은 평범한 홍길동이 천하의 대적(大敵)으로 변하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다. 작가는 大賊과 大敵을 구분한다. 이것은 그가 도적이 아님을 나타내는 동시에 그의 행적이 지닌 힘과 영향력을 보여준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당연히 그의 수련과 그 시대상에 대한 설명들이다. 그것은 왜 홍길동 같은 인물이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에 대한 하나의 설명이기도 하다.

 

좋은 스승과 뛰어난 자질과 노력이 합쳐져서 그는 빠르게 성장한다. 그의 스승 혜손이 지닌 능력은 정말 대단하다. 하지만 능력만 있다고 모든 일이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그를 필요로 하는 시대와 만나야만 그 능력이 힘을 제대로 발휘한다. 바로 홍길동처럼. 작가가 시대를 연산군으로 정한 것은 바로 이런 목적 때문이다. 폭군과 폭정과 빈민이 넘쳐나는 세상에 활빈도를 자칭하는 화적은 의적으로 불리게 되고 민중의 지지를 받는다. 그리고 어떻게 세상을 뒤흔드는 대적이 되는지 보여준다. 이 과정에서 역사적 고증은 배경으로 깔린다. 비록 세부적인 부분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더 힘을 발휘하지만.

 

수련을 하던 홍길동이 어떻게 도적이 되었는지 보여주는 과정은 이후 수많은 부하들의 그것과 비슷하다. 폭정과 수탈과 압정 속에서 그들이 취할 수 있는 최후의 방법인 것이다. 여기에 전형적인 전개가 펼쳐지는 것은 어쩌면 이 소설이 홍길동을 다루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무협의 흔적을 느꼈다. 좀더 색다른 방법으로 이야기를 이끌어도 되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하지만 어쩌면 역시 홍길동이기에 이 방법이 더 잘 어울리는지도 모르겠다. 이후 그의 활약을 보여주는 장면들은 통신이 발달되지 않은 시대의 허점을 파고들었고 인간의 욕심을 그대로 드러내었다.

 

많은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 홍길동의 의적 활동이다. 그의 활약은 뛰어난 무술에 있지 않고 탁월한 지략에 있다. 어느 부분에서는 그 활약이 너무 도식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아마 익숙한 장면이라 그런 모양이다. 또 같은 작전을 세 번 이상 이어가지 않는 것과 그 지역과 세력과 성격 등을 고려한 세밀한 작전은 진부하면서도 재미있었다. 결국 그의 탁월한 업적과 실력은 팔도의 화적들이 머리를 조아리게 한다. 명실상부한 대적이다. 하지만 이런 위치와 세력과 민중의 신망 때문에 헛된 마음을 품는 사람이 생긴다. 이것은 또 다른 역사의 사실과 이어진다. 바로 반정이다.

 

읽으면서 잘 조사된 듯한 자료들이 소설 속에 녹아 있어 허구의 기본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알 수 있었다. 홍길동이 거의 역사적 실존인물인 것처럼 다가오는 현실을 생각할 때 이 설정은 더 힘을 발휘한다. 그리고 세상의 악인을 모두 죽인다 해도 우리같이 힘없는 백성들이 주인이 되는 세상일 올까? 하고 물을 때 그것은 지금도 마찬가지라는 사실에 가슴이 아렸다. 작가 권오단이 전우치에 이어 홍길동이 주인공으로 등장한 소설을 내었는데 다음은 누굴까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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