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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변 십자가 ㅣ 모중석 스릴러 클럽 31
제프리 디버 지음, 최필원 옮김 / 비채 / 2012년 7월
평점 :
캐트린 댄스 시리즈 두 번째 이야기다. 이번에 다루는 것은 인터넷 블로그와 익명의 댓글들이다. 댄스가 등장한다는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니니 당연히 순기능보다 역기능에 더 중점을 둔다. 하지만 이런 역기능을 읽다보면 예전에 흘러나온 혹은 지금도 벌어지고 있는 몇 가지 일들이 떠오른다. 가장 먼저 생각나는 것은 당연히 악플이고, 다음은 거짓 혹은 장난으로 올린 포스트 하나가 일파만파로 퍼져 나가면서 엉터리 정보 등을 확산하는 것이다. 물론 정확한 정보를 왜곡하거나 물타기하는 등의 그 유명한 댓글부대도 있다.
시리즈를 읽을 때면 늘 느끼는 괴리감이 있다. 그것은 시간이다. 적어도 다음 책이 나오려면 몇 개월 혹은 몇 년이 지나가는데 책 속 시간은 겨우 며칠 혹은 한두 달인 경우다. 이런 시간 차이는 첫 부분을 읽을 때 더 심하다. 그리고 가끔 때로는 자주 다른 책과 내용을 헷갈려 하는 경우가 있다. 이렇다고 내가 다시 앞 권을 찾아서 내용을 복귀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냥 읽는다. 왜냐고? 당연히 앞 이야기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해도 충분히 재미있고 이해가 되기 때문이다. 그래도 이전에 서평은 썼다면 그것을 한 번 읽기는 한다.
전작의 서평 중 눈에 들어오는 내용이 있다. ‘조금 늦게 혹은 적시에 댄스가 나타나 방해’를 하는 것이다. 이것은 이번 작품에도 변함이 없다. 하나의 사건이 끝났다고 생각하는 순간 바뀐 장면에서 예상하지 못한 결과가 벌어지는 것이다. 좋게 말하면 반전이고 탁월한 능력이지만 너무 많아지면 왠지 모르게 거부감이 생긴다. 이런 감정이 살짝 생기는 것은 아마 장면이 바뀌는 마지막 장의 문장에서 오해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이 순간 숨을 멈추고 다음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서 가속 페달을 밟아야 하는데 댄스의 방해로 제대로 사건이 벌어지지 않아 다시 멈춰야 한다. 다시 시동을 걸어야 하는 번거로움이란... 뭐 즐거움이자 재미기도 하지만.
도로변에 하나의 십자가가 놓여 있다. 이상한 것은 추모일이 지나간 날이 아니다. 내일이다. 평소 같으면 장난으로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한 소녀가 납치되어 죽을 뻔한 사건이 일어나면 다른 문제다. 그것이 연속으로 일어나면 분명한 사건이다. 이렇게 이야기는 사건을 만든다. 지난 번 펠 사건이 완전히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캐트린은 다시 현장 속으로 들어간다. 그 현장은 이제 모든 증거가 텍스트로 이루어진 인터넷이다. 사건의 단서를 찾아낸 곳이 유명 블로그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블로그 등에 대해 경찰들이 잘 모른다는 것이다. 진짜일까? 그래서 다시 한 명이 등장한다. 인터넷 전문가이자 교수인 존 볼링이다.
전문가의 등장은 이야기에 폭과 깊이를 더해 준다. 그냥 무심코 사용하고 있는 인터넷의 문제점을 이야기 속에 녹여낼 수 있다. 그를 통해 찾아 들어간 블로그는 칠턴 리포트로 불리는 유명 블로그다. 이 블로그 운영자는 이슈를 만들고 이를 찾아온 사람들은 이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단다. 즉 그는 문제점이나 이슈는 만들지만 댓글을 직접 달아 한 방향으로 댓글을 의도적으로 유인하지 않는다. 문제가 되는 단어나 실명은 블라인드 처리해서 문제를 피한다. 바로 이런 교묘한 작업이 단순한 사고였을 하나의 사건을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인도하다. 거기서 도로변 십자가 킬러가 생긴다.
적지 않은 분량이다. 하지만 변함없이 잘 읽힌다. 분량만큼 많은 내용이 담겨 있다. 기억이 가물거리는 후안의 살인 사건이 등장한다. 그런데 놀랍게도 검사는 범인을 캐트린의 엄마로 지목한다. 순간 기억을 되살려본다. 잘 기억나지 않는다. 교묘한 정치 검사들의 작업이 현장에서 범인을 열심히 쫓아야 하는 형사들의 힘을 뺀다. 개인적으로 이 부분을 읽으면서 많이 분노했다. 감정적으로 캐트린이 범인 쫓는 것을 중단하고 엄마의 무죄를 증명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금전적으로 소송이 얼마나 큰 부담인지를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하지만 이성은 공사를 구분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사건이 직접 연결된 것이 아닌 상황이라면 더욱더.
블로그를 다루니 당연히 악플들이 나온다. 그 글들은 조금도 진실이 담겨 있지 않다. 악플은 나쁜 소문처럼 사람들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를 잡는다. 왜곡된 시각을 가지게 만든다. 판단은 흐려지고 자신이 본 것을 거기에 껴 맞춘다. 증인 중 한 명이 이야기를 만들어서 정확한 증언을 하지 않는 경우도 생긴다. 캐트린의 전문 분야가 동작학임을 생각하면 그의 거짓은 너무 쉽게 밝혀진다. 이것은 인터넷을 통해 번진 헛소문이 어떤 악영향을 끼치는지 잘 보여주는 장면 중 하나다. 자신을 공격한 인물의 얼굴도 확인하지 않는 피해자가 상상한 것을 본 것처럼 말하는 것과 함께.
읽으면서 부러운 것도 있었다. 칠턴 리포트가 범인의 정보 수집을 돕고 희생자를 고르는 통로가 될 수 있는 상황에서 벌어진 일이다. 한국 같으면 서버업체나 포탈이 너무 쉽게 자신들이 가진 정보를 내놓고 당연히 블로그는 폐쇄될 상황이다. 하지만 블로거는 정보를 내놓지 않고 캐트린은 설득은 하지만 강요하거나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지 않는다. 물론 정치인들은 꼬투리를 잡아 이 블로그를 폐쇄하려고 한다. 이 블로그가 다루고 있는 몇 가지 의제가 민감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한국 상황에서는 결코 벌어질 수 없다. 아마 형사나 검사들이 수사 방해나 공모 같은 혐의로 강한 협박을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특히 검사들.
속도감 있게 진행되는 이야기와 반대로 더딘 진행을 보여주는 것이 있다. 캐트린의 연애다. 등장인물들의 로맨스는 디버의 작품에서 늘 다루어지는 것이다. 이번에는 새로운 인물 볼링까지 등장해 경쟁자를 늘린다. 거기에 마지막 장에서 전해지는 소식은 다음 권에서 펼쳐질 로맨스를 기대하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사건 속에 반전과 반전을 거듭하게 만드는 거장이 툭 던져놓은 하나의 소식이 로맨스 소설 시리즈로 발전할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2년에 한 권 나오는 댄스 시리즈를 생각하면 그때쯤 과연 나의 저질 기억력이 이 일을 기억할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