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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 한 스푼 - 그리고 질문 하나
우석훈 지음 / 레디앙 / 2012년 7월
평점 :
작년 일하는 시간에 스마트폰으로 전해진 속보 하나는 큰 절망을 주었다. 그것은 한미 fta 국회 날치기 통과였다. 절차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국가에서 어떻게 이런 날치기가 가능한지 황당했고, 늘 그렇듯이 한나라당 국회의원은 영혼없는 거수기만 되었다. 여기에 민주당 통상파 혹은 모피아 출신들도 한몫했다. 이런 파국적인 사태를 막기 위해 노력한 것은 통합진보당 일부였었다. 그 날치기 현장을 국민 앞에 폭로하기 위해 노력한 그들의 결과로 우린 을사늑약 이래 최악의 조약 체결자들을 알 수 있게 되었다. 그 후 1년이 되지 않은 시간이 흘렀고 이 조약은 하나의 기정사실이 되어간다.
사실 이 책이 나올 것이란 소식을 작년 말에 들었다.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읽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새로운 시각을 열어준 그기에 많이 기대했다. 아마 이때 기대한 것은 한미fta의 문제점과 전체를 개괄하는 분석이었다. 그런데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겨우 한 스푼이다. 이 거대한 통상 조약에 대해서. 어쩌면 원문이 1000쪽이 넘는 것을 요약하거나 세부적으로 쓴다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다. 외교통상부 직원들도 제대로 모르고 오역으로 가득한 번역 등을 생각한다면 더욱더. 하지만 한 스푼에 담긴 질문과 핵심 내용은 결코 가볍지 않다.
이미 ‘나는 꼽사리다’에서 들은 것과 중복되는 것이 많다. 말로 듣는 것과 글로 나온 것은 분명하게 다르다. 말로 자세한 설명이 생략되거나 감정이 그대로 실려 표현된다면 글은 한 번 더 정제된 후 나온다. 이 과정을 통해 논리적인 분석이 가능하고 왜 그런 말이 나왔는지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fta를 둘러싸고 나오는 수많은 음모론과 내인론에 대한 분석은 단순하게 감정적으로 받아들였던 fta를 이성적으로 분석하게 만든다. 물론 이렇다고 해서 단숨에 바뀔 정도의 정보가 아니다. 하지만 왜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답을 구하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제목에서 ‘질문 하나’를 붙은 것도 바로 그 목적이 아니겠는가.
fta를 고질라에 비교해서 풀어낸 이야기는 한미fta만의 문제가 아님을 분명하게 말한다. 더 큰 문제는 이것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정치인들과 조약 체결을 실적으로 알고 밀실행정으로 이를 진행한 외교부와 청와대다. 한 나라의 조약 체결을 어떻게 국민도 모르게 진행할 수 있으며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에게도 제대로 된 정보를 제공하지 않을 수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원문을 복사해서 돌린 국회의원 비서관이 실형을 살았다고 한다. 이런 뉴스를 들을 때면 분노가 치솟고 절망에 빠진다. 과연 한국에 미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책을 읽으면서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싶었다. 가슴 아픈 문장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중에서 가장 무섭고 분노하게 만든 것은 “결국 외교부 등 한미 fta를 추진하는 상층부가 한국 공무원 같지 않고 미국 공무원 같다는 것이다”(73쪽)란 부분이다. 아마 이 부분은 한미 fta 진행과정에서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음모론의 핵심이라고 하지만 그들이 국민에게 보여준 행동을 보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한미 fta 통과 후 가장 먼저 나온 뉴스가 체리 가격 하락이라는 황당한 소식은 우리의 한미 fta 인식이 어디에 멈추고 있는지 그대로 보여준다.
저자는 민주당에서 주장하는 ‘착한 fta. 나쁜 fta'를 통렬하게 비판한다. 그가 fta에 대해 기본적으로 반대하지도 않는데 말이다. 그것은 한나라당이 조약 체결 당시 이것이 노무현 정권에서 시작한 것이라는 사실을 홍보의 중심으로 삼았던 것을 떠올린다. 전 정권의 과실을 죽은 노무현이 지금이라면 이대로 진행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덮으려고 한다. 그들이 먼저 진행했고 통상교섭본부에 얼마나 많은 권한을 위임했는지 생각하지도 않고 말이다. 그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내부의 적을 없애고 하나의 일관된 정책 기조를 유지하는 것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자. 저자도 말했듯이 인간 노무현은 그립다. 하지만 그가 시작한 이 fta는 역사에 길이 남을 것이다. 역사에 만약이란 가정은 없다. 재미로 그렇게 말할 수 있지만 이미 지나간 시간들이다. 이제는 너무 유명한 단어가 된 ISD가 어떤 악영향을 미칠지, 과연 우리가 바라는 대로 팩스 한 장을 보낼 대통령을 뽑을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국민적으로 합의한 적도 없고, 종합적으로 검토된 적이 없이, ‘은근슬쩍’이 우리의 기본 통상 전략이 되어”(225쪽)버리는 현실이 벌어지지 않아야 한다. 유명한 경제학자조차 fta에 대해 모든 얘기를 쓰는 것이 부담되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이것이 얼마나 많은 전문가와 이해 당사자들과 국민들과 논의와 토론과 협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 알려준다. 대국민 홍보에 매몰되어 한 번도 제대로 의문을 가지지 않고 질문을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저자의 이 말을 전해주고 싶다. “국민들이 질문하지 않는 나라가 잘살게 된 예가 없다.”(279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