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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몬 라
빅토르 펠레빈 지음, 최건영 옮김 / 고즈윈 / 2012년 5월
평점 :
오몬 라. 처음에는 오몬라로 읽었다. 띄어쓰기가 된 제목을 보았을 때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오몬이 특수경찰부대의 약자라는 것을 알면서 바뀌었다. 이름이 오몬이라면 라는 성일까? 아니다. 주인공의 성은 러시아 문학을 읽을 때면 늘 곤혹스럽게 만드는 이름 끄리보마조프다. 그럼 라는 무얼까? 이집트 신화에 나오는 태양신 라를 의미한다. ‘오몬 라’라는 이름에는 부모가 바라는 바와 그가 이루고자 하는 바가 동시에 담겨있다. 이것은 그가 살아야 하는 운명에 대한 조그만 은유와 상징이기도 하다.
하늘과 우주는 소년들이 꿈꾸는 공간이다. 어릴 때 한 번쯤 하늘 나는 것을 꿈꾸지 않은 소년은 드물 것이다. 주인공 오몬도 그런 소년 중 한 명이었다. 그는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는 바람에 고모집에서 자랐다. 아버지의 애정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고 고모도 그렇게 강한 애착으로 키우지 않았다. 이런 그가 비행기에 관심을 가진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비행사가 나오는 영화를 좋아했고, 엉터리 비행기 모형을 좋아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새로운 친구 미쪽과의 만남은 이 꿈을 현실화하는데 한발 더 다가가게 만들었다.
어릴 때 꿈이 현실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아마 많지 않을 것이다. 오몬과 미쪽 역시 처음에는 그냥 좋아하는 정도였다. 하지만 운명은 그들을 항공학교로 보내고. 미국의 발전한 우주개발 속도는 그들이 전혀 생각하지 못한 곳으로 이끈다. 그곳은 기밀우주학교다. 뒤쳐진 우주개발을 가속화시키겠다는 의도인데 그것이 쉬울 리가 없다. 여기서 그들은 우주인 훈련을 받는다. 이 훈련을 받으면서 그들은 영웅이 될 것을 강요받는다. 오몬과 미쪽은 전혀 그를 마음이 없다. 그러나 선택권에 그들에게 없다.
잘 알지 못하는 러시아 현대사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 많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읽으면서 가장 먼저 생각한 것은 미국의 달 착륙사건이 거대한 음모라는 하나의 음모론과 한때 엄청난 반향을 몰고 온 영화의 한 장면이다. 보이는 것과 보여주는 것이 과연 진실한 모습인가 하는 거대한 철학적 의문을 던지면서. 그리고 소련이 계획하는 달의 이면으로의 착륙은 예전에 읽은 sf소설로 상념이 이어진다. 달의 이면이라는 공간이 소설 속에서 이 모든 계획과 의도의 숨겨진 이면을 떠오려주는 것은 또 한 번 생각해야 할 바다.
체제와 경쟁은 이 소설을 읽는 하나의 키워드다. 쏘베뜨 체제는 자본주의 국가인 미국과 여러모로 경쟁해야 한다. 그중 하나가 달 착륙이다. 유리 가가린이 처음 우주로 나간 이후 이 두 국가는 무의미하게 느껴지는 우주 경쟁을 펼친다. 덕분에 여러 가지 과학이 엄청난 발전을 한 것이 사실이지만 미국의 달 착륙이 조작이라는 음모론 등장으로 이어진다. 이것은 다시 이 소설의 핵심 장치로 그대로 이용된다. 진실을 조작하고 거짓된 업적을 이루려는 위정자들의 헛된 욕망은 약자들의 피를 요구하고 꿈꾸는 자의 환상을 무참하게 짓밟는다.
사실 중반까지는 어렵고 지루한 부분이 많았다. 하지만 후반에 들어가면서 이상한 느낌이 들기 시작했고 이야기에 몰입하게 되었다. 특히 달의 이면으로 오몬을 보내 그들의 탐사 활동을 과장되게 홍보하겠다고 말하는 그 순간부터. 이 탐사 활동은 돌아올 기회가 없다. 그러니 갈 수 있을 뿐 도착해서는 죽는 수밖에 없다. 오몬이 영웅이 되지 않고 싶다고 했을 때 그들이 가한 압력과 협박은 굳어있는 사회에서 권력이 원하는 바를 그대로 대변한다. 그리고 역자의 해설을 읽으면 등장인물의 이름에도 숨겨진 의도가 있는데 이것까지 알 수 있을 정도의 능력이 현재 나에게는 없다. 다만 몇몇 반복적으로 등장하는 장면과 단어와 거대한 거짓만 머릿속을 맴돌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