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노사이드
다카노 가즈아키 지음, 김수영 옮김 / 황금가지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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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노사이드. 특정 집단을 절멸시킬 목적으로 그 구성원을 대량 학살하는 행위를 뜻한다. 이 소설 속에 다루어지는 제노사이드는 한 가지가 아니다. 아프리카를 무대로 벌어졌던 대학살들과 가상의 종족을 없애려는 미국의 의도가 중첩되어 있다. 과거사와 현대사에 결코 적지 않았던 제노사이드가 작가의 기발한 상상력과 맞물려 장대한 sf스릴러를 탄생시켰다. 무대는 한 곳에 머물러 있지 않고 아프리카, 미국, 일본 등을 배경으로 다양한 사람들의 입장과 의지와 현실을 보여준다. 이 과정에 드러나는 액션과 미스터리와 불안과 공포는 수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준다.

 

다카노 가즈아키의 이 책은 작년과 올해 수많은 상을 수상했다. 2011 주간문춘 미스터리 베스트 1위, 2012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위, 2012 <일본 서점 대상> 2위 등과 같은 굵직한 상을 여럿 받았다. 이런 상들이 작품을 물론 보증해주지 않지만 이전부터 보여준 작가의 필력과 문제의식 등을 생각하면 분명히 그냥 지나갈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당연히 몰입했고 정신없이 끝까지 달렸다. 그리고 이전에 알고 있던 아프리카의 대학살에 대한 새로운 정보와 현실은 나의 사고 범위를 넘었고 이 책이 던지는 문제의식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만들었다.

 

소설은 세 무대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처음은 일본, 다음은 아프리카, 마지막은 미국이다. 이 세 곳이 각각 의미있는 비중을 지닌다. 먼저 아프리카는 액션을, 일본은 스릴러를, 미국은 정치를 다룬다. 액션이 벌어지는 아프리카는 슬프고 가슴 아프다. 등장인물들이 보여주는 액션이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그 대륙에서 발생한 혹은 발생하고 있는 학살들이 너무나도 우리의 현실 인식과 동떨어져 그렇다. 소년병을 둘러싼 이야기나 한 마을을 대량 학살하는 군벌이나 집단 때문에 더 그렇다. 이미 다른 책이나 영화를 통해 알고 있던 이야기지만 그 정도가 더 심하다. 피그미 족을 둘러싼 소문은 특히 더 심하다.

 

시작은 미 대통령이 인류 멸망 가능성과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 출현이라는 보고서를 받으면서다. 아프리카에 신종 생물이 출현한 것과 인류 멸망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 것일까? 이런 의문은 <하이즈먼 리포트>라는 보고서를 통해 더욱 증폭시킨다. 하지만 이라크 등에서 전쟁을 벌이고 있던 미 대통령에게 이것은 당면한 문제가 아니다. 대선을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장면은 바뀌어 이라크가 된다. 이곳은 전쟁 후 국지전과 테러가 빈번하다. 전쟁 당시보다 더 많은 미군이 죽어 가고 있는 곳이다. 전쟁대행회사에서 미군을 대신 활약하기도 한다. 이 회사의 소속 용병 중 한 명인 예거가 등장한다. 사실 미 대통령과 미군 출신 예거가 먼저 등장하여 어! 하는 어색함이 먼저 느껴졌다. 무대와 등장인물을 외국인으로 바꾼 것일까? 하는 의문이 생겼다. 아니다. 이어서 일본인 겐토가 나온다.

 

예거는 미국이 기획한 작전에 참여하는 용병 중 한 명이다. 작전은 아프리카 콩고 민주공화국의 한 지역에 가서 인류가 아닌 한 생명체를 죽이는 것이다. 그 생명체는 보는 즉시 알 수 있는 존재다. 처음 이 문장을 읽을 때 무엇인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그리고 예거가 이 작전에 참석하게 된 이유 중 하나인 ‘폐포 상피 세포 경화증’이란 생소한 병의 의미도. 이 예거가 등장하는 장면을 통해 현재 인류의 가장 추악하고 잔혹한 장면들이 연출되고 있는 아프리카의 역사와 현실을 그대로 보여준다. 이 소설을 관통하고 있는 문제의식도 마찬가지다.

 

겐토는 아버지 장례식을 치룬 후 한 통의 메일을 받는다. 아버지가 자신의 죽음 후 도착하게 만든 메일이다. 이 메일은 의문이 가득하다. 지시에 따라 간 곳에서 발견한 연구시설은 낯설다. 아직 임상학적 경험이 부족한 그에게 이 일은 쉬운 일이 아니다.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러다 한국 유학생 정훈이 등장한다. 이 인물은 고 이수현 씨를 염두에 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정훈이란 인물과 일본의 현대사 묘사 때문에 일본 독자들에게 많은 비난을 받았다고 한다. 정훈의 비중이 결코 낮지 않음을 생각할 때 미국과 한국의 관계 등을 생각할 때 혹시나 하는 의심이 들기도 했지만 작가는 정직하고 용감했다.

 

미국의 중심인물은 한때 천재였지만 독창성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루벤스다. 그가 던지는 의문과 계획한 작전은 이성과 감성 사이를 오간다. 그를 통해 드러나는 작전의 개요는 과장 포장된 공포가 어떤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지 잘 보여준다. 윤리보다 생존이라는 선택의 이면에 깔린 공포의 탈을 쓴 욕망은 그를 둘러싼 현실에서 가장 적나라하다. 가질 수 없으면 파괴하라는 단순한 정의가 그대로 적용된다. 미 정부의 입장과 이에 반대하는 진영의 중간에서 그는 다양한 문제의식을 던지기도 한다. 물론 새로운 정보와 단서도.

 

거의 700 여쪽에 가까운 장편이다. 하지만 그렇게 부담되지 않는다. 왜냐고?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냥 재미있기만 한 것이냐고? 아니다. 앞에서도 말했듯이 작가가 던지는 문제의식은 우리들이 함께 고민해야 할 것들이다. 각각 다른 위치와 입장에서 벌어지는 사건과 상황들이 그들을 정당하게 대변해주는 것인지도 물어야 한다. 물론 나라면 이라는 질문과 이에 대한 답변도. 읽으면서 정말 방대한 정보를 다루었다는 생각했는데 6년 만의 장편이라고 한다. 고개를 끄덕인다. 인류의 가능성을 두고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 고민해본다. 생존과 공존. 아니면 생존과 학살. 단순히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전자이지만 그 공포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과연 어떨까? 우리의 이성과 행동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는지 의문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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