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러드 레드 로드
모이라 영 지음, 김지원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6월
평점 :
절판


일명 더스트랜드 3부작 중 1권이다. 3부작 중 1권이라는 말에서 2권과 3권이 나온 것 같지만 아직 2부도 나오지 않았다. 그런데 거장 리들리 스콧이 이 소설의 영화 판권을 샀다. 그것도 출간도 되기 전에 말이다. 어떤 소설이기에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하는 의문이 먼저 생겼다. 그리고 아직 읽지 못한 두 작품, 코맥 매카시의 <로드> 혹은 수잔 콜린스의 <헝거 게임>에 비견한다는 엄청난 평가가 눈에 들어온다. 이런 평가는 나의 손이 이 책으로 가는 것을 더욱 재촉했다.

 

파괴자의 시대가 지난 후 미래를 다룬 소설이다. 파괴자의 시대는 그냥 추측할 수밖에 없다. 아마도 핵전쟁이 아닐까 하고. 문명이 사라지고 문자도 없어진 미래를 배경으로 하다 보니 사용하는 무기가 한정될 수밖에 없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활과 칼이다. 이동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은 말이 가장 기본이다. 주인공 사바를 콜로세움으로 끌고 들어간 사기꾼 부부의 이동선과 타이어 등이 시간적 배경이 미래임을 알려준다. 지금까지는 사실 이 시간적 배경이 큰 매력을 발휘하는 것은 아니지만.

 

사바는 쌍둥이 오빠 루와 여동생 에미와 아빠와 함께 고립된 황야에서 살았다. 사람의 흔적이 보이지 않는 이곳에서 루는 벗어나고 싶어한다. 그러던 어느 날 말을 탄 검은 망토의 남자들이 온다. 그들이 온 이유는 단 하나 동짓날 태어난 루를 잡아가기 위해서다. 사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판타지 소설로 생각했다. 루의 탄생에 엄청난 비밀이 있고, 실제 비밀의 주인공은 사바였다는 식의 판타지 말이다. 살짝은 마법도 기대했다. 하지만 작가는 기대를 저버렸다. 미래를 배경으로 한 소녀의 모험과 성장에 초점을 맞추었기 때문이다.

 

루와 사바의 관계는 쌍둥이라는 것 외의 것이 존재한다. 루가 태양이라면 사바가 달이라는 식으로 둘은 강하게 연결되어 있다. 이런 유대감은 형제라는 것 이상의 힘을 발휘한다. 그래서 사바가 사막을 건너고 온갖 고생을 겪으면서 루를 구하려고 하는 것이다. 가족을 구하기 위한 당연한 행동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그녀의 집념과 열정과 투기는 그것을 초월한 듯하다. 너무나도 강력한 욕망이 있기에 그녀는 그 열기에 몸을 맡기면 무적의 전사가 된다. 이 때문에 콜로세움에서 죽음의 천사라는 무시무시한 별명을 얻게 된다.

 

미래를 다룬 수많은 소설처럼 이 소설도 황량하고 건조하다. 권력을 가진 자는 그것을 영원히 유지시키기 위해 사술에 빠진다. 루가 납치된 것도 바로 그것 때문이다. 그를 구하기 위해 사바가 어떤 고난을 겪으면서 헤쳐나가는가가 사실 이 소설의 핵심이다. 그 과정에 잭과의 운명적인 로맨스가 펼쳐지고 사바의 여전사 이미지가 확고하게 굳어진다. 여자라는 한계를 어느 정도 설정해뒀지만 시뻘건 열기가 몸을 지배하면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전사로 바뀐다. 이 열기는 현재 조절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언제나 필요할 때 드러난다. 이 순간 그녀 이야기에 더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한 편의 미래 서부극이라고 할 수 있다. 황량한 풍경은 그 이미지를 더 강하게 만든다. 사용하는 무기가 총이 아니라 활이라는 점에서 조금 엇나가지만 어릴 때 본 서부극의 이미지가 살짝 겹쳐보인다. 복잡한 구성이나 전개가 아니라는 점에서 영화로 만들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쳐지나간다. 리들리 스콧 감독 탓일까? 아니다. 이 소설이 지닌 이미지가 그렇게 다가온 것이다. 사바와 잭을 잘 캐스팅하면 매력적인 캐릭터에 속도감 있게 흘러가는 영화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가진다. 올해 후반에 2권이 미국에서 출간된다니 아미 내년 초에나 번역본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기대된다. 그리고 이 책 홍보에 사용된 두 권, <로드>와 <헝거 게임>도 빨리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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