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F/B1 일층, 지하 일층
김중혁 지음 / 문학동네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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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읽는 김중혁의 작품집이다. 집에 찾아보면 소설 한 권 정도는 어딘가에 있는 작가다. 다른 수많은 작가들처럼 그의 작품도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왠지 손이 나가지 않았다. 이번에 기회가 되었다. 이 단편집을 읽으면서 ‘기발하다, 예리하다, 독특하다’ 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그리고 <유리의 도시>는 몇 쪽을 읽기 전 어딘가에서 먼저 읽은 기억이 있었다. 블로그를 찾아보니 <2010 작가가 선정한 오늘의 소설>에 실려 있었다. 그 소설집에서 가장 재미있게 읽었고 박민규가 연상되었다는 문장을 발견했다. 작품집에 관심이 간다는 글도 있는데 이번에 그것이 실현되었다.

 

제목부터 난감한 <C1+y=:[8]:>는 마지막에 작가의 해설을 보고 겨우 이해했다. 앞에 있는 수식이 city라는 생각을 전혀 못했다. 제목에서 알려주듯이 도시에 대해 이야기한다. 그런데 정글이 나온다. 스케이트보드가 나온다. 가공의 논문까지 나온다. 눈길을 끄는 것은 도시의 골목을 달리면서 한 번도 신호등을 만나지 못했다는 것과 그것이 정글 이미지로 다가온 것이다. 정글의 두려움은 느낀 화자가 도시의 모습에서 미로 같은 공간을 꿈꾸는 모습은 안전이 기본으로 깔린 곳에 사는 사람들에게 놀이가 주는 즐거움이 얼마나 큰 것일까 하는 의문으로 이어졌다.

 

<냇가로 나와>는 한 전설적인 학생 이야기다. 하마까. 별명이 참 특이하다. 이 학생에 대한 전설로 시작해서 실제 이야기로 넘어가고 현재가 나오는 구성이다. 그런데 이 진행이 딱 구분되어 나오지 않는다. 갑자기 변한다. 소위 말해 말빨 좋은 친구의 이야기에서 사실로, 그리고 추억 속 이야기와 변한 고향의 풍경으로 빠르게 변한다. 이 과정에서 풀어내는 이야기 방식은 성석제의 입담을 떠올려주었다. 전개와 주변 환경의 변화가 묘한 동일선상에 놓여 있다.

 

<바질>은 공포소설로도 읽힌다. ‘2009 세계단추박람회’가 열린 암스테르담에서 비싸게 산 바질 씨앗이 만들어내는 공포다. 그런데 구청직원이 이 공포를 반감시킨다. 가상의 현실에 지극히 현실적인 공무원을 등장시켜 균형을 이루고 있다. <3개의 식탁, 3개의 담배>는 sf영화 <인 타임>을 연상시킨다. 물론 시간을 사고 파는 영화와 다른 전개고 이야기다. 상상력이 이렇게 발휘될 때 어떤 sf가 될지 호기심을 자아내게 만든다. 블랙홀체험관은 한 번 가보고 싶다.

 

표제작 <1F/B1>은 재밌다. 주 무대는 고평시 네오타운이다. 이름에서 왠지 고양시가 연상되는 것은 나뿐일까? 네오타운의 풍경은 이제는 새롭게 개발된 도시의 밀집 빌딩 지역이 연상된다. 이런 이미지를 머릿속에 담고 이 타운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에 뛰어들었다. 그곳에서 만난 것은 빌딩 관리자들이고, 한 번도 생각하지 못한 1F와 B1 사이에 있는 /(슬러쉬)다. 작가는 이 표시를 끼어있는 것이라고 했는데 왠지 좀더 많은 의미를 내포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상상으로 이어졌다. 과장된 이야기 속에 담긴 재개발업자와 SM(SLASH MANAGER)의 대결은 실제는 큰 일이 아니지만 소소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크랴샤>는 마술 이야기다. 재생 이야기다. 마술 속에서는 찢어진 것, 사라진 것이 다시 나타난다. 하지만 현실에서 찢어진 것은 찢어진 것이고 부서진 것은 부서진 것이다. 힘겹게 중년을 보내고 있는 아마추어 마술사를 통해 보여주는 마술 이야기는 현실과 연결될 때 현실의 무거움이 더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크랴샤의 영어 단어가 뭔지 밝혀질 때 이 단편이 이야기하는 것이 더 분명해진다. 원 플러스 원 고난을 말할 때 재치와 힘겨운 현실이 엮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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