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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복서간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41
미나토 가나에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2년 5월
평점 :
충격적인 데뷔작 <고백>을 쓴 미나토 가나에의 2010년 작품이다. 편지를 소재로 한 조금 특이한 소설이다. 편지만으로 구성한 소설이 없지 않지만 미스터리 장르에서 이런 작품은 상당히 드물다. 찾아보면 좀 더 많을지 모르지만 쉽게 떠오르지 않는다. 사실 이 소설을 펼쳐 읽기 전에는 장편인줄 알았다. 그런데 세 편으로 구성된 작품집이다. 이 세 편은 공통점이 있는데 요즘은 보기 힘든 편지를 통해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것이다. 그것도 미스터리를 말이다. 모두 읽은 지금 <고백>의 충격을 넘어서지는 못하지만 그에 버금가는 구성과 재미를 지니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단편은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다. 십 년 만에 친구 시즈카의 결혼식에서 그들은 만난다. 이때 빠진 한 명 지아키에 대한 소문을 친구들의 시선으로 풀어낸 작품이다. 월희 전설을 바탕으로 지아키에게 일어난 사고를 각각 자신의 입장과 심리를 통해 풀어낸다. 이것은 전작 <고백>과 마찬가지다. 하나의 사건을 자기 입장과 추측을 통해 이야기하는데 이 과정이 묘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정확한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과거를 통해 추측만으로 풀어내는 이야기는 비약될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벌어지는 다양한 해석은 삶의 한 단면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리고 마지막에 모든 진실이 밝혀지는 순간 이 단편들이 어떤 식으로 풀릴지 알려준다.
병에 걸린 선생이 현직 선생인 제자 오바 아쓰시에게 이십 년 전에 헤어진 여섯 제자의 근황을 알려달라는 편지를 보낸다. <이십 년 뒤의 숙제>의 시작 부분이다. 이 여섯 제자는 다케자와 선생과 함께한 소풍에서 좋지 못한 기억을 가진 아이들이다. 그중 요시타카가 강물에 빠졌고 이를 구하려던 선생의 남편이 죽은 사건이다. 이 사건을 아이들 각자의 입장과 시각으로 풀어내는데 처음에는 숨겨져 있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 줄 알았다. 물론 밖으로 드러난 것 외 다른 진실이 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범죄와 관계없다. 이 모든 부탁과 행동의 실제 이유가 밝혀지는 순간 감탄한다. 반전에 반전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이런 반전보다 더 마음을 끌어당기는 것은 역시 하나의 사건을 둘러싼 각자의 이해와 살아온 길이다.
<십오 년 뒤의 보충수업>은 이 단편집에서 가장 적은 인물이 등장한다. 단 두 사람이다. <십 년 뒤의 졸업문집>이 여럿 명과 편지를 주고받는 반면 <이십 년 뒤의 숙제>는 실제 편지 왕래는 거의 두 사람에 집중된다. 하지만 이 편지 속에 그 당시 학생들의 목소리가 그대로 담겨 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단지 두 사람이다. 그것도 연인 사이다. 처음에는 국제 자원봉사대로 나간 남자 친구와의 연애편지 정도였다. 갑자기 떠난 남친 준이치에게 마리코가 현재 자신의 마음을 담아 보냈는데 이 편지가 왕래하는 도중에 과거의 사건이 둘의 주제가 된다. 그리고 밝혀지는 충격적인 사실은 예상된 반전이라 해도 놀랍다.
편지라는 수단을 통해 속고 속이는 과정이 펼쳐지고 이를 통해 드러나는 진실은 자연스레 반전으로 이어진다. 작위적이란 느낌보다 잘 짜인 구성과 다양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사건의 단면들이 충분히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현재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라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과거의 사건을 다룬다. 단순히 과거를 다루는 것이 아니라 현재까지 이어져오는 그들의 삶을 보여주면서 하나의 사건이 한 사람의 삶에 어떻게 영향력을 행사하는지도 같이 보여준다. 이런 과정들이 있기에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와 애정이 고스란히 묻어나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올 소설도 같은 구성이 될지 모르겠지만 점점 원숙해지는 인간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는 다음 작품을 기대하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