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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하라 - 박노자, 처음으로 말 걸다
박노자.지승호 지음 / 꾸리에 / 2012년 4월
평점 :
좌파하라. 뭔가 어감이 이상하다. 박노자의 이 말을 이상하게 생각한 것이 나만은 아닌 모양이다. 진보신당 대표 홍세화 씨도 약간 어색했던 모양이다. 그는 이 단어를 ‘좌파, 좀 제대로 하라.’(8쪽)로 해석하고 있다. 우리가 흔히 듣는 종북좌파가 아니라 좌파라고 칭하는 사람들에 대한 박노자의 일갈인 것이다. 읽는 동안 내 속에 내재해 있던 민족주의나 얼치기 민주주의를 다시 느낄 수 있었고, 감성인지 이성인지 잘 모를 것들이 그의 주장 중 일부가 너무 이상적이라고 태클을 건다. 그리고 그가 너무 급진적으로 변했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한국사회가 너무나 보수화된 거라는 대답을 들려줬다는 말에 다시 한 번 더 나와 한국사회를 돌아보게 된다.
모두 여섯 꼭지로 나누어져 있다. 이 중에서 네 꼭지는 인터뷰어 지승호 씨가 skype를 통해 장시간 영상 인터뷰한 것이고, 뒤 두 꼭지는 진보신당 비례대표에 출마한다는 소식 후 이메일로 인터뷰한 것이다. 이 사실은 에필로그를 통해 알려준다. 그리고 인터뷰 문답을 통해서 그와 박노자 사이에 있었던 인터뷰가 얼마나 많은 준비를 통해 이루어졌는지 알게 된다. 박노자의 변함없는 촌철살인과 풍부한 상식과 지식과 통찰력은 읽는 내내 머릿속에서 내 이성을 움직이게 만든다. 물론 감성도 같이 움직이며 나의 한계를 느끼게 만든다.
인터뷰어 지승호를 통한 인터뷰 내용이다보니 인터뷰어의 준비와 노력이 필수다. 그가 어떤 질문을 하고, 그 답을 통해 새로운 사실을 도출할 것인가가 중요한데 개인적으로 상당히 만족스럽다. 박노자의 책 몇 권을 읽고 그를 잘 아는 것처럼 착각하고 있던 나에게 그가 얼마나 비판적이고 좌파인지 잘 드러내서 보여줬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급진적이라고 평가하게 된 이유를 제대로 느낄 수 있었는데 그가 지적한 것처럼 더욱 더 보수화된 한국사회 때문에 더 그렇게 느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이전에 읽었던 내용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한 탓일 것이다.
그가 말한 내용 중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통합진보당 사건과 연결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있다. 자유주의자 유시민과의 결합이 곧 파국으로 갈 것이라는 내용도 있지만 “급진분자들은 (의회)민주주의 질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면 할수록 자신들 스스로가 보수화의 길을 걸어 그 바깥의 사회와 동질화되는 것”(60쪽)이라는 말이다. 통진당 당권파의 주장대로 이것이 마녀사냥일지는 잘 모르겠지만 드러나고 있는 사실만 놓고 본다면 이미 그들은 신한국당의 그것과 별다른 차이가 보이지 않는다. 이것은 노조 위원장이 되기 위해 몇 억이 들었다는 소문을 생각할 때 이 땅의 진보세력이 과연 제대로 된 좌파인가 의문을 가지지 않을 수 없다.
많은 인터뷰 중에서 노르웨이를 비롯한 북유럽에 대한 정보들은 기존에 알고 있던 사실들을 능가한다. 언론에 의해 복지천국이자 아무 문제가 없는 것처럼 비춰진 그 나라들이 현실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줄 때 그것이 비록 우리보다 월등히 낫다고 하드라도 앞으로 어떤 개악을 거쳐 나빠질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하물며 한국은 말 할 것도 없다. 좌파도 오랜 세월 집권을 하면서 좌파 본연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지적을 볼 때 한국의 보수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님을 생각하게 된다. 이것은 제대로 된 좌파도 보수도 없는 한국 현실에 대한 개탄으로 이어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그의 말들이 더욱 급진적으로 들리는 것은 역시 내 속에 존재하는 민족주의와 민주주의 때문이다. 제도권 교육 속에서 자란 내가 이것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책을 읽고 앞선 진보주의자의 삶을 존경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다. 실천이 필요한데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여정을 볼 때 내가 가진 것들 중 꽤 많은 것을 내려놓아야만 가능한 것들이다. 이것을 볼 때 내가 좌파가 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래서 그가 맹공을 퍼부은 노무현에 대한 일말의 연민이나 그리움을 가지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좌파가 아니더라도 왜곡되고 문제 많은 한국 자본주의의 미래를 생각할 때 고민하고 개선해야 할 부분을 잘 짚어준다. 뭐 그대로 적용되면 더 좋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