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9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12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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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읽은 온다 리쿠의 소설이다. 온다 리쿠는 작품에 따라 개인적인 호불호가 나뉜다. 처음 만났던 <밤의 피크닉>의 기억이 지금도 강하게 남았는데 <삼월은 붉은 구렁>은 단편 속에서도 호불호가 나누어졌다. 그 후 몇 편은 아주 좋아하고, 몇 편은 취향을 탔다. 하지만 언제나처럼 그녀의 신간은 눈길을 주게 만든다. 좋았던 작품이 나빴던 아니 취향에 맞지 않았던 작품보다 많았기 때문이다. 그럼 이번 소설은 어떨까? 물론 좋았다.

이 소설을 이해하기 위해서 필요한 소설이 있는데 아직 읽지 않았다. 바로 잭 피니의 <바디 스내처>다. 외계 에어리언이 지구 침략을 위해 한 마을 사람들의 신체를 강탈하면서 벌어지는 사건을 다뤘다고 한다. 원작을 읽지 않았지만 그것을 바탕으로 한 영화는 본 것 같다. 이런 간단한 지식만 가지고 있어도 사실 책을 읽는 데는 지장 없다. 오히려 선입견을 배제할 수 있으니 더 좋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점점 진도가 나가면서 밝혀지는 사건의 전모는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 밖으로 드러난 사실들 속에 숨겨진 기억과 진실은 왜 이 작품이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11위에 올랐는지 보여준다.

전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등장인물은 모두 네 명이다. 여자들의 사랑을 받는 쓰카자키 다몬, 그의 선생이었던 교이치로, 교이치로의 딸 에이코, 마지막으로 신문사 지부장 다카야스 노리히사다. 이들이 처음부터 연결된 것은 아니다. 가상의 도시 야나쿠라에서 벌어진 수상한 실종 사건을 고리로 이어진 것이다. 수상한 실종 사건은 며칠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난 세 명의 노인들에 대한 것이다. 이들은 갑자기 사라졌고 납치의 흔적도 없으며 사라졌을 때와 마찬가지로 갑자기 나타났다. 더 이상한 것은 그들이 실종되었던 기간 동안의 기억이 없다는 것이다. 

그냥 단순한 미스터리 실종 사건으로 처리할 수 있지만 실종자와의 인터뷰와 교이치로가 기르는 고양이 하쿠우가 물고 온 정밀한 인체 복제물이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기 시작한다. 인터뷰 도중에 들리는 이상한 소리가 어떤 존재가 그 장소에 있지 않았을까 하는 의문을 부채질하고, 복제물이 정밀함을 넘어 기이하게 줄어들고 사라지는 모습에서 이 모든 사건 뒤에 뭔가 거대한 것이 도사리고 있다는 암시를 준다. 여기에 등장하는 <바디 스내처> 이야기는 단순한 미스터리 장르를 넘어 다른 장르로 발전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다. 그리고 이어지는 사건과 분위기는 그것이 사실로 밝혀진다.

SF와 미스터리의 단순한 결합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도둑맞은’이란 단어의 반복에서 다른 기억과 실체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면 좀더 복잡해진다. 등장하는 각 인물들의 과거가 엮이고 하나씩 풀려나면서 밝혀지는 관계와 사실은 사건의 진행과 더불어 더 깊은 곳으로 독자를 이끌고 들어간다. 기억이란 단어가 과거 속으로 끌고 들어가면서 보여주는 기억들은 우리가 흔히 기억하고 있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하지만 과연 그 기억들이 우리가 기억하는 모든 것일까? 아니 모두 진짜일까? 하고 물을 때 자신에게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마을 사람들이 ‘도둑맞은’ 것을 예상한 그들이 자신들도 그런 것이 아닐까 의문을 품는 순간 다시 읽는 독자에게 ‘그럼 당신은?’하고 묻게 된다.

물의 도시 야나쿠라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했다. 읽는 내내 MB의 대운하가 떠올랐고, 도시가 어떤 모습을 가지고 있을까 상상했다. 그냥 가볍게 읽어도 되지만 이런 상상을 하게 되는 것은 역시 최근 정치 현실이나 내가 알고 있는 물의 도시 풍경 이미지가 부조화를 이루었기 때문이다. 좀더 깊이 들어가면 다양하고 경제적이고 현실적인 이야기가 나오겠지만 그만 두자. 하지만 물의 도시가 이야기 전체를 이끌어 가는데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는 기억해야 한다. 그리고 ‘도둑맞은’ 사람들과 하나라는 일체감은 괜히 다른 곳으로 생각이 뻗어가게 한다. 우리의 교육이 이미 그런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생긴다. 읽는 동안보다 모두 읽은 지금 더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된다. 아련한 추억의 그림자가 가슴 한 곳에 드리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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