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맨 형사 해리 홀레 시리즈 7
요 네스뵈 지음, 노진선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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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 네스뵈의 두 번째 번역 작품이다. 첫 작품이 시리즈와 상관없는 <헤드헌터>였다. 이 소설은 요 네스뵈라는 이름을 머릿속에 인식시켜주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은 각인시켰다. 그리고 이번 작품은 해리 홀레 시리즈 중 일곱 번째 작품이다. 아홉 편까지 나온 것 중에서 뒤편이라는 사실이 조금 불만이지만 최고 인기작이라고 한다. 불만은 당연히 순서대로 보지 못함으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사소한 문제다. 특히 해리의 파트너가 죽었다는 사실은 나중에 시리즈 앞 권을 읽을 때 조그만 장애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뭐 나의 저질 기억력을 생각하면 큰 문제가 될 것 같지 않지만. 

제목대로 눈사람이 중요한 장치다. 한국에서 눈사람을 만들거나 보기가 쉽지 않지만 텔레비전 등을 통해 너무나도 낯익은 것이 바로 눈사람이다. 처음 제목과 몇몇 사람들의 서평을 읽으면서 눈사람 속에 시체가 있는 것으로 착각했다. 하지만 아니다. 그렇게 직접적으로 시체를 숨길 정도로 평범한 연쇄 살인범이 아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눈사람이 나오면 왠지 모르게 긴장하게 된다. 그것이 비록 아이들이 만든 눈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이런 긴장감을 불러오게 만드는 설정이 나를 책 속에 몰입하게 만든다. 엄청나게 잔혹한 장면들이 나오지 않는다하여도 말이다. 

소설 앞부분은 과거의 불륜 장면을 보여준다. 현재 시간 속 라디오 방송에서 바다표범의 짝짓기 습관에 대해 말한다. 부자의 유전적 혈연관계에 대해 노르웨이의 통계 수치를 보여준다. 거의 20% 정도가 실제 자기 아들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전에 다른 책에서 읽은 적이 있는 수치다. 그래서 그렇게 놀라지 않았다. 그때도 그렇지만 이 통계 수치를 본 후 왜 우리들이 아이를 낳으면 아버지와 닮은 곳을 그렇게 찾으려고 하는지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그리고 책 속에서 이런 장면들은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시리즈다보니 해리 홀레라는 주인공을 그냥 넘어갈 수 없다. 중간 중간 나오는 과거 이력을 보면 완벽한 형사가 아니다. 한때 할리우드에서 유행했던 알코올중독에 걸렸지만 범인을 잡아내는 데는 탁월한 능력을 보여줬던 형사들과 닮은 점이 많다. 물론 할리우드가 보여주는 유머를 보여주지는 않는다. 사건에 집중하고 사건들의 연관관계를 추리하고 진실에 한발씩 다가가는 형사다. 그 과정에 당연히 실수도 한다. 어쩔 수 없는 실수다. 그가 초인적인 셜록 홈즈 같은 명탐정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실의 경찰들은 이런 과정을 수없이 반복하면서 진짜 범인에게 다가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설정이 그에게 더 쉽게 감정이입하게 만드는지도 모른다.

책을 읽다 놀란 것이 하나 있다. 그것은 노르웨이에 연쇄살인범이 지금까지 한 명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적지 않은 수의 연쇄살인범이 있는 것을 감안하면 놀랄 일이다. 그렇다면 앞에 나온 시리즈는 어떤 사건을 다룰까 하는 의문이 생긴다. 단지 하나의 살인만 저지른 범인을 열심히 쫓는 것일까? 자연스런 의문이다. 이것은 나중에 이 시리즈가 출간되면 확인할 것이니 넘어가자. 하지만 해리 홀레가 FBI에서 연쇄살인범에 대한 연수를 받았다는 사실은 이 책 중간 중간에 계속 나온다. 아마 사람들이 배운 것을 사용하려는 심리가 있다는 것과 해리가 연쇄살인범의 가능성을 내비친 것에 대한 장치일 것이다. 단 한 번도 연쇄살인범이 없었던 나라에서 정확한 증거도 없는 상태에서 그가 이 주장을 펼쳤을 때 너무나도 당연한 반응이다. 이런 일련의 장치들이 읽고 찾는 재미를 준다.

사실 연쇄살인범을 찾는 것이 그렇게 어렵지는 않았다. 가장 먼저 의심한 그가 범인이었기 때문이다. 중간에 다른 가능성을 생각했지만 첫 장면이 보여준 것 때문에 점점 사라졌다. 물론 이것은 나의 운이 작용한 것도 있다. 지금까지 읽은 추리소설 덕분이기도 하다. 하지만 범인을 쫓는 형사들은 내가 가진 정보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들은 그들 앞에 드러난 증거와 단서만을 가지고 범인을 쫓을 뿐이다. 그 과정에서 나는 ‘이 사람이 범인일 것이다’, ‘이 놈은 아니다’ 같은 추리를 한다. 물론 일본 추리 소설에서 자주 보는 단서와 증거를 뒤섞고 충격적 반전을 펼쳐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면 다른 범인을 만들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이 소설 전체가 보여주는 재미가 많이 사라졌을 것이다. 캐릭터와 이야기와 관계들이 만들어 내는 재미와 설정이 사라졌을 것이다. 뭐 이 모든 것을 잘 버무린 작가도 가끔 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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