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와 뼈의 딸 1 -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1 판타스틱 픽션 블루 Blue 4
레이니 테일러 지음, 박산호 옮김 / 랜덤하우스코리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많은 사람들의 호평이 이 책을 선택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특히 여주인공 카루에 대한 애정은 관심을 가지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다. 천사와 키메라의 대결이란 간단한 정보를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몇 가지 정보는 변함없이 금방 사라지고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었다. 잘 생긴 남녀의 등장과 사랑에 대한 감정들은 예상과 다른 시작이었다. 이런 시작도 카루의 마법과 더불어 변했다. 잊고 있던 이 소설의 정체를 되살려준 것이다. 그리고 하나씩 나오기 시작하는 배경들은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갈지 호기심을 자극했다.

카루. 그녀는 열일곱 살 소녀다. 얼마 전 멋진 남자 카지미르와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다고 착각했지만 지금은 그 남자의 정체를 안다.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에 빠진 그는 그녀를 스토킹할 정도다. 약간은 평범한 진행이다. 하지만 카지미르가 그녀가 다니는 미술학교 모델로 등장하면서 평범해 보였던 일상에 변화가 생긴다. 마법으로 조그만 소원을 성취하는 것이다. 이때만 해도 그냥 평범한 판타지 로맨스 소설이었다. 그녀가 그린 그림의 대상이 실재한다고 말해도. 그리고 곧바로 그녀가 사는 세상을 보여준다. 우리의 기준에서 보면 악마의 모습을 가진 존재들이 그녀와 너무나도 평화롭게 대화를 나눈다. 너무 평범해보여서 자연스럽게 풍경 속으로 녹아든다.

그녀가 자랄 때 곁에서 지켜보고 돌봐준 것은 바로 악마로 대변되는 키메라들이다. 그중 소원을 다루는 마법사 브림스톤은 아버지 같은 존재다. 동시에 비정한 고용주다. 그것은 그가 필요한 이빨을 구하기 위해 포털이라는 공간이동을 통해 전 세계의 이빨을 가져오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 위험한 일이 몇 차례 벌어지기도 했다. 그는 사람이나 동물들의 이빨을 받고 소원을 들어주는 동전 등을 준다. 카루가 심부름의 대가로 소원 동전들을 받았다. 그녀는 이것을 개인의 사소한 욕망 충족을 위해 소비한다. 그 때문에 사소한 재미가 펼쳐지지만.

본격적인 이야기가 펼쳐지는 것은 천사가 등장하면서부터다. 그들은 키메라들이 세계를 오고가는 포텔에 손도장을 남긴다. 왜 그럴까? 이런 의문과 함께 카루와 천사가 충돌한다. 인간이 천사와 싸운다니 이해가 되지 않지만 그녀 손에 새겨진 문신이 예상하지 못한 마력을 발휘한다. 물론 여기에는 천사 아키바의 알 수 없는 감정의 소용돌이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리고 이 대결 이후 카루와 아키바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은 로맨스의 분위기를 풀풀 풍긴다. 그 예상은 멋지게 맞아떨어진다. 하지만 숨겨져 있는 거대한 이야기는 이제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임을 알린다.

천사와 악마 키메라의 대결 구도 속에 로미오와 줄리엣 같은 사랑이 자리 잡고 있다. 그리고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천사의 이미지를 인간 속으로 내려놓으면서 그들도 하나의 생명체로 만들었다. 사랑을 나누고, 변심하고, 배반하고, 질투하고, 죽고 죽이는 존재로 바뀐 것이다. 이것은 그리스 로마 신화의 신들과 흡사한 모습이다. 인간에 대한 애정이 너무 강해 천사와 키메라의 미적 기준을 인간의 시각으로 모두 바꾼 것은 사실 읽으면서 조금 거부감이 들었다. 카루가 양의 뿔과 다리를 가지고 있다고 하지만 아름다움은 인간에 그 바탕을 둔 것처럼 지극히 인간의 미적 감각이 소설 전반에 흐른다. 키메라조차도 그렇게 변한 것은 더욱 아쉬운 부분이다.

시리즈의 첫 권이다보니 아쉬운 부분이 많다. 이번 편이 완결된 이야기가 아니고 다음을 전제로 하다보니 중반 이후 남은 분량과 비교할 수밖에 없다. 1권만 읽고 이 부분을 평가한다는 것이 조금 우습지만 그래도 중반 이후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부분에서 일방적인 흐름으로 변해 의아함을 자아내게 만들었다. 시리즈라는 사전 지식을 충분히 인식하지 않고 읽는 독자라면 조금은 황당할 것 같다. 그리고 카루 캐릭터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는데 개인적으로 특별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언더월드>나 <레지던트 이블>의 여주인공들이 이미 강인하고 개성 강한 역할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 끝나지 않은 이야기와 예상되는 몇몇 반전들을 생각하면 다음 권을 기다리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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