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 제국
외르겐 브레케 지음, 손화수 옮김 / 뿔(웅진)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특이한 표지가 먼저 눈길을 끈다. 무엇을 의미할까? 프롤로그에서 나오는 끔찍하고 무시무시한 사건은 앞으로 펼쳐질 이야기와 어떤 관계를 가질까? 이어서 펼쳐지는 1528년 노르웨이 베르겐 지방 수도사 이야기는 앞으로 펼쳐질 사건에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그리고 다시 2010년 8월의 리치먼드와 9월의 트론헤임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 하나로 이어지는 것을 암시한다. 작가는 분명하게 지역과 시간을 표기하면서 구분을 하였지만 독자는 이 분명한 차이를 잊기 쉽다. 이 미묘한 작업이 범인을 찾는데 조그만 장애가 된다. 적어도 나에게는.

조금 다른 시간대와 완전히 다른 장소를 배경으로 각각 그 지역의 담당 형사를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미국 리치먼드는 여형사 펠리시어 스톤을, 노르웨이 경찰은 오드 싱사커 경위다. 작가는 이 둘에게 하나씩 장애를 부여했다. 펠리시어 스톤은 여고생 시절 데이트 강간의 트라우마를, 오드 싱사커는 뇌종양 수술과 아내의 불륜을. 이 조그만 문제는 이 두 사람이 하나의 사건을 바라볼 때 약간 왜곡된 시선을 가지게 만든다. 사실 이 부분을 이용한 트릭의 일부분은 중반까지 사건을 혼란 속으로 밀어넣는 역할을 담당하기도 한다.

작가의 미묘한 시간과 공간에 대한 배치는 특히 트론헤임에서 벌어지는 에피소드와 사건으로 인해 빛을 발한다. 리치먼드에서 기묘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으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것과 달리 트론헤임은 도서관 보안 책임자 욘 바텐의 이야기로 시작한다. 바텐의 일상에 새로운 사서 시리 홀름이 등장하고 퇴직하는 군 브리타 달레와의 술 한 잔으로 이어진다. 그는 술에 대해 과민반응을 가지고 있어 한 잔만 마셔도 취한다. 도서관에서 그녀와의 한 잔은 그가 이성을 잊게 만들기 충분한 양이었고, 앞으로 펼쳐질 아주 끔찍한 사건의 시작이기도 하다.

각각 다른 두 지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건은 사람의 피부를 벗겨낸 살인사건이다. 이 사건은 현재에서만 벌어진 것이 아니다. 1528년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작가는 이때 벌어진 이야기를 두 사건의 사이에 삽입하여 진행하면서 연관성을 보여준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현재 벌어진 사건의 원인이자 시발점이다. 여기에 살짝 끼워넣은 에드거 앨런 포는 양념 같은 존재다. 가장 중요한 존재는 요하네스 수도사이고, 그가 남긴 필사본이다. ‘우주의 중심은 전역에 걸쳐 있고, 그 주변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필사본의 철학은 의미심장하고, 그것보다 이 필사본의 재질이 더 충격적이다. 그것은 초반부터 예상한 사람가죽이다.

과거에서 펼쳐지는 해부학과 현재에 벌어진 사람 가죽을 벗긴 기이하고 끔찍한 살인사건은 분명한 연관성을 드러낸다. 과거라면 다른 두 지역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이 어떤 연관성도 가지지 못했겠지만 인터넷 시대는 검색을 통해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다. 물론 이것도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풍부한 상상력과 직관과 추리가 없다면 불가능하다. 약간의 개인 감정이 담긴 수사를 통해 펠리시어 스톤이 연쇄살인의 가능성을 발견한 것도 바로 이런 힘들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오드 싱사커도 직관과 의문에 대한 수사로 범인상에 한발 다가간다. 하지만 작가는 싱사커를 통해 범인상을 살짝 다른 방향으로 유도한다. 

과거 해부학과 사람 가죽으로 만든 필사본, 현재 발생한 연쇄살인사건과 벗겨진 사람 가죽 등은 충분히 자극적이다. 여기에 각각 다른 개성을 지닌 형사들을 등장시킨 것과 미묘한 시간 배열을 통한 트릭은 매력적이다. 하지만 마지막에 오면서 벌어지는 로맨스와 거침없는 살인은 왠지 모르게 과잉으로 다가온다. 개인적으로 요하네스 필사본의 철학은 머릿속을 맴돌고, 싱사커가 말한 알리바이에 대한 의견은 고개를 끄덕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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