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 안녕히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8
구보데라 다케히코 지음, 홍은주 옮김 / 비채 / 2012년 2월
평점 :
절판


어떻게 보면 참 우울한 제목이다. 나쁘게 생각할 수도 있는 제목이다. 하지만 이 소설 속에서 이 문장이 진정한 의미를 가지는 순간은 마지막 장에 와서다. 각 장의 제목도 상당히 특이하다. 사람 숫자로 시작한다. 처음은 107명이고, 마지막은 당연히 0명이다. 마지막으로 오는 과정에서도 ‘107명-4명=103명’이라는 방식을 사용하는데 ‘4명’이 각 장에서 누계 숫자로 표기된다. 그리고 각 장마다 떠난 사람들의 이름이 나온다. 떠나는 이유와 방식이 각각 다르고, 매년 떠나는 사람 숫자도 바뀐다. 

처음에 107명이라고 했을 때 뭐지? 하는 의문이 생겼다. 이 숫자는 주인공 와타라이 사토루가 졸업한 후로쿠 초등학교 졸업생 숫자다. 이들 모두 같은 아파트 단지에 살고 있다. 결국 0명이 된다는 것은 동창생들이 모두 아파트 단지를 떠난다는 의미다. 그럼 왜 사토루는 끝까지 남았을까? 처음에 사토루가 중학교 담임이 와서 등교하라고 요청했다. 사토루는 이 단지 속에서도 충분한 삶을 살 수 있다고 주장했다. 사실 사토루가 자기 방에만 머무르는 은둔형 외토리가 아니기에 어떤 문제점도 느끼지 못했다. 약간 괴팍하고 특이한 소년이구나 정도였다. 하지만 중반부에 밝혀지는 사실은 왜 그가 그곳을 벗어나지 못했는지 반전처럼 펼쳐졌다.

어느 동네나 마찬가지지만 언제나 옛사람은 떠나고 새로운 사람이 그 자리를 차지한다. 이제 겨우 초등학교를 졸업한 사토루가 이 좁은 단지도 충분한 미래가 있다고 말할 때부터 현실적인 문제가 계속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작가가 보여주는 사토루의 일상생활을 보면서 나도 모르게 잊었다. 또 너무나도 규칙적이고 열정적인 체력단련을 보면서 먼저 감탄부터 했다. 그가 가장 존경하는 인물이 최배달(일본명 오야마 마스다쓰)이었을 때는 어릴 때 본 최배달 만화가 먼저 떠올랐다. 그에 대한 수많은 전설과 과장된 표현들이 이 소년에게는 우상 그 자체였다. 단순히 그의 강함을 숭배했다고 생각했는데 여기에도 숨겨진 과거가 있다. 

아파트 단지에 초등학교도 있고, 상가도 있어서 사토루가 일상생활을 하는데 큰 지장이 없다. 부족한 것은 엄마인 히나 씨에게 부탁해서 밖에서 사오면 되기 때문이다. 또 사토루의 일상은 약간 이상한 부분이 있지만 규칙적인 순찰과 단련으로 이어져 있고, 세상과 단절되어 있지 않아 어떤 이상함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밝고 열정적인 삶의 태도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들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가 점점 자라고 사랑하고 친구들이 떠나가면서 평온해보였던 일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바로 그때 이 모든 삶의 원인이 밝혀지는데 이 아파트 단지가 그에게는 은둔형 외톨이의 집과 다름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사실 한없이 어둡게 이야기를 풀어갈 수 있는 소재다. 친했던 친구들이 한명 씩 떠나가는 삶에서 자신은 한 자리에 매여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현실을 생각할 때 더욱 그렇다. 자신이 살고 있는 세계가 영원히 지속될 거라는 희망과 기대를 품고 살지만 현실은 냉혹하다. 점점 노후화되어가는 아파트 단지와 새로운 삶을 찾아 떠나야 하는 친구들을 생각할 때 너무나 당연한 일인데 그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또 단 하루라도 친구들의 집을 순찰 돌지 못하면 불안과 공포에 시달리는 그를 보면서 왜 그런 강박관념에 잡혀 사는지 의문이 생겼지만 과거의 한 사건으로 모든 것이 풀리게 되었다. 비록 이 의문이 풀렸다고 그의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이 아닌데도 말이다.

사토루의 삶을 보면서 안타까움이 생기지만 그가 사키와 사랑할 때는 미래와 상관없이 괜히 기분이 좋다. 그 감정이 주는 행복을 알기 때문이다. 그리고 작가가 중간중간 심어놓은 상황과 복선과 의문 등은 읽는 동안 하나씩 해결된다. 이때마다 그래서 그렇구나! 라는 감탄사를 터트린다. 하지만 가장 많이 느끼는 감정은 그가 겪게 될 고독과 아픔과 갇힌 미래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그렇다고 우리의 사토루가 이런 외형적인 삶의 조건에 굴복하거나 어둠 속으로 빠지지 않음으로써 부정적으로도 볼 수 있었던 제목 <모두, 안녕히>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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