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토바 전설 살인사건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우치다 야스오 지음, 한희선 옮김 / 검은숲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명탐정 아사미 미쓰히코 시리즈 첫 권이다. 시리즈 처음이지만 아사미가 등장하는 것은 책 중반부터다. 작가의 해설을 읽으면 이 탐정의 탄생이 상당히 특이하다. 한 번 등장하고 사라질 뻔 했는데 독자들이 살린 것이다. 그리고 그의 작품에서 대표적인 캐릭터가 된다. 이력도 광고 제작사 사장으로 있다가 자비 출판한 후 첫 작품이 성공하면서 전업한 경우다. 34년생이 80년에 데뷔했으니 상당히 늦게 등단한 편이다. 하지만 출간된 편수만 보면 그 누구보다 왕성한 작품 활동을 한 것 같다. 

고토바 법황. 소설 속에 설명이 나오지만 잘 모른다. 사실 이 역사적 사실을 모른다고 해도 이 소설을 읽는데 전혀 지장 없다. 전설이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고 단순한 배경으로만 이용되기 때문이다. 요코미조 세이시나 미쓰다 신조처럼 전설을 이용해 살인사건이 벌어지지 않는다. 단지 살해당한 사람들을 이어주는 단서가 고토바 전설과 관련된 책일 뿐이다. 하지만 전설을 이야기 속에 풀어놓으면서 역사와 현재를 엮어내는 솜씨는 탁월하다. 그것보다 더 뛰어난 것은 현장의 갈등과 캐릭터지만.

특이하게 못생긴 한 여자가 기차역 구름다리 위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그녀는 고토바 법황의 유배 경로를 따라 여행 중이었던 미야코다. 이 사건 이전에 그녀는 한 헌책방에서 <게이비 지방의 풍토기 연구>라는 책을 8천 엔 주고 산다. 감촉이 먼저 다가왔고 다음으로 목차에서 고토바 법황 전설이라는 제목이 보였다. 이때만 해도 이 책이 어떤 의미인지, 그녀의 여행이 무슨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전혀 모를 때다. 그러나 이 책은 사라졌고, 이 단서로 인해 어떤 연쇄적인 살인이 벌어질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조그만 자랑을 한다면 범인을 너무 쉽게 찾았다. 읽으면서 이 사람이 범인이구나, 가 너무 쉽게 다가왔다. 작가가 의도한 것 때문인지 아니면 단순히 경험에 의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한 형사의 노력이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었다. 물론 이 범인을 단숨에 찾은 것은 아니다. 두 번째 살인이 있은 후 갑자기 머릿속에 그가 범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은 그의 행동이 너무나도 정상적인 반응을 벗어났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는 아주 가끔 있는데 읽으면서 혹시 반전이 있지 않을까 기대하기도 한다.

기본적으로 형사 소설이다. 이야기를 끌고 나가는 인물은 노가미 형사다. 미야코의 살인사건을 조사하면서 8년 전 그녀가 당한 사고를 알게 되고 점점 더 깊게 넓게 사건을 조사한다. 그의 독단적인 행동이 또 다른 사건을 불러오는 요인 중 하나가 되지만 그것은 그가 그만큼 범인에게 더 다가갔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 조사를 계속하는 도중에 그 당시 사고의 희생자의 둘째 오빠인 아사미가 등장한다. 아마추어 탐정의 등장이다. 그는 논리적이고 뛰어난 추리 실력을 보여준다. 하지만 이 모든 사건을 제대로 정확하게 조사하는 것은 역시 경찰이다. 이 경찰 수사에 그가 발을 담굴 수 있게 된 것은 그의 형이 중요한 배경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속도감과 몰입도가 좋은 소설이다. 개성 강한 형사를 등장시켜 경찰조직의 갈등을 만들면서 문제점을 밖으로 드러낸다. 일본 경찰소설을 읽을 때면 만나게 되는 캐리어 문제인데 이것을 한국에 적용하면 경찰대학 출신과 연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기에 명문가 프리랜스 르포라이터를 탐정으로 출현시켜 실제 현장에서 두 역할이 어떤 충돌을 일으키고 서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보여준다. 이 장면들이 굉장히 사실적으로 다가온다. 서로 다른 위치와 단점을 보완해주는 관계가 새로운 콤비의 가능성을 연 것이다. 이 시리즈 중 과연 이 두 사람이 언제 다시 만나는지 모르지만 만난다면 꼭 읽고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