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관에서 만나요 - 책으로 인연을 만드는 남자
다케우치 마코토 지음, 오유리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소설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사누키 우동을 먹고 싶다는 것이다. 예전에도 일본 여행 에세이를 읽으면서 아! 먹고 싶다는 생각을 했는데 이번에도 역시 마찬가지다. 면을 좋아하는 식성에 책에서 나온 맛에 대한 표현들이 먼저 뇌를 자극하면서 환상을 품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 소설을 읽은 후 지인들을 만나 일본으로 사누키 우동을 먹으로 가고 싶다고 하니 너가 화성인이냐, 구준표냐 하는 질타가 이어졌다. 단지 먹고 싶다는 마음을 전했을 뿐인데.

무라카미 하루키에게 바치는 <해변의 카프카>의 변주곡이란 광고 글이 눈에 들어온다. 오래 전에 읽은 소설이라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지만 워낙 좋아하는 작가이다 보니 눈길이 절로 간다. 그리고 도대체 어떤 내용이기에 이런 표현을 쓴 것일까 의문이 생겼다. 제목만 놓고 본다면 도서관이란 공간이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은데 희미한 기억 속에 남은 <해변의 카프카>와 이것을 연결할 고리가 떠오르지 않는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고민하다 펼쳐 읽기 시작하면서 빠르게 몰입하기 시작했다.

먼저 마흔다섯 살 소설가 고마치 다케도가 등장한다. 그의 손에는 하루키의 신간 <해변의 카프카>가 들려있다. 신간이란 글에 출간된 연도를 찾아보니 2004년다. 이 신간을 들고 그는 여행을 떠난다. 하루키의 소설을 읽으면서 과거를 추억하고 회상하면서 무작정 길을 떠난다. 이와 동시에 와타루와 나즈나가 등장한다. 이 둘은 착각으로 연애를 시작했다. 이름에 대한 착각이다. 자신들이 본 다른 책에 등장하는 인물의 이름이 똑같았다. 이 착각이 연애로 이어진 것은 물론 상대방에 대한 호감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이 둘의 이야기가 한 축을 맡는다.

고마치 다케도와 이 두 커플을 번갈아 등장시켜 이야기하는 구성이다. 중년의 소설가가 현실보다 과거에 더 많은 비중을 둔다면 20대의 젊은 커플은 현실 비중이 더 높다. 이 둘을 이어주는 것이 바로 하루키의 <해변의 카프카>다. 소설을 읽으면서 이 둘이 어디에서 어떻게 만날까 계속 궁금했는데 바로 그 장소가 사누키 우동으로 유명한 다카마쓰의 우동 맛집이다.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가장 즐거웠던 것은 역시 하루키의 소설들에 대한 단상들과 나의 기억들이 교차하는 것과 도서관을 배경으로 나오는 다케도의 책 이야기들이다. 책 부록으로 작품 속 도서목록이 실려 있는데 많은 참고가 되었고 독서욕을 자극한다.

소설은 자극적인 내용이 없지만 끝없이 시선을 고정시키게 만든다. 잔잔하게 흐르는 내용 속에 책 이야기가 나오고 그 속에 추억이 담겨 있는데 이것이 가슴 한 곳에 조용히 다가온다. 학창시절 다케도가 경험한 도서관의 풍경과 읽었던 책에 대한 감상은 한때 그렇게 열심히 들락거렸던 도서관을 떠올려주면서 그 당시 읽었던 책들에 대한 기억을 환기시킨다. 이런 비슷한 경험의 공유가 더 몰입하게 만들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이 두 이야기를 적절하게 끊고 이어가면서 접점을 찾아낸 작가의 뛰어난 연출과 담백한 문체다. 

이 둘의 이야기 속에 내가 더 집중한 부분은 역시 나와 나이가 더 가까운 다케도다. 그가 독서의 재미를 이야기할 때 나도 고개를 끄덕이고, 아직 읽지 않은 소설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을 때 빨리 읽어야지 하는 마음이 생긴다. <해변의 카프카>에 대한 극찬은 나의 저질 기억 속에 그렇게 빠져들었던 것은 아니라는 생각과 충돌하지만 또 다른 하루키의 소설들은 얼마 전에 읽은 하루키의 <잡문집> 덕분에 조금 더 깊게 다가왔다. 젊은 커플의 행동은 지나간 시절의 한 자락을 보는 듯한 즐거움을 주면서 잊고 있던 하루키의 첫 만남을 떠올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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