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문
나쓰메 소세키 지음, 김정숙 옮김 / 비채 / 2012년 1월
평점 :
품절
정말 오랜만에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을 읽었다. 집에 사 놓은 책이 몇 권 더 있는데 왠지 손이 가질 않았다. 그 유명한 <도련님>이나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조차 읽지 않았다. 기억이 정확하면 마지막 완간 소설이라는 <한눈팔기>가 유일하다. 그 당시 쓴 서평을 찾아보았는데 그 내용을 잘 파악하지 못하겠다. 그 당시 완전히 매혹되지 않았고, 아직 인생을 몰라 몰입하지 못했다는 글이 보인다. 그 느낌이 지금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들었으니 나의 성장이 참 더디다.
주인공 소스케는 평범한 공무원이다. 앞부분에서 일상의 풍경이 약간은 느긋하게 펼쳐진다. 그의 하루와 일상은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별 차이가 없다. 시대 상황을 어느 정도 감안한다고 해도 그가 보여주는 행동과 심리는 나도 그렇다는 느낌을 준다. 이런 평온한 일상 속에서 하나씩 문제가 드러난다. 첫 번째는 동생의 학교 문제고, 두 번째는 이 부부 사이에 아이가 생기지 않는 것이고, 마지막은 이 부부의 과거로 인한 아픈 상처다. 간단하게 세 부분으로 나눴지만 실제 삶이 어디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되겠는가. 그리고 하나씩 드러나는 과거와 현실은 앞부분과 완전히 다른 분위기로 흘러간다.
소스케와 오요네 부부의 금슬은 정말 좋다. 처음에는 그 일상의 풍경에 빠져 제대로 보지 못했다. 하지만 이야기가 점점 진행되면서 그 일상 속에서 사랑이 하나씩 드러났다. 하나의 유기체 같다는 설명은 이 부부의 현 주소를 그대로 보여준다. 그런데 왜 이 부부 사이에 아이가 없을까 의문을 품기 시작할 때 불행했던 과거사가 밝혀진다. 무려 세 번에 걸친 유산과 사산 등은 읽는 이로 하여금 안타깝게 만들 정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둘의 사랑은 변함없다. 다만 이 둘이 만나고 결합하게 된 과거만이 불안과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소설을 읽으면서 특히 시선을 간 부분이 있다. 잠시 나온 안중근 의사의 이토 히로부미 저격 사건이다. 분명 그 시대에 조그만 사건이 아니었을 텐데 작가는 비교적 간략하게 설명하고 넘어간다. 당연히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한 줄도 없다. 한국인이기에 조금 아쉬운 대목이자 나쓰메 소세키가 과연 어떻게 이 사건을 보는지 의문이 생기기도 했다. 어떻게 보면 하루하루 힘들게 살아가는 시민들에게 이토 히로부미의 죽음은 그냥 지나가는 하나의 뉴스일 뿐인지도 모른다. 이 역사적 사건이 그들에게 지니는 비중과 개인의 일상을 비교하면 당연히 무게의 추는 일상의 삶 쪽으로 기운다. 아마 이것은 현재의 우리도 마찬가지가 아닐까.
소설은 분위기의 변화가 몇 번 있다. 평온한 일상이 문을 열었다면 동생과 작은 아버지와 관련된 금전 문제가 조그만 파도를 만든다. 이 파도는 현재와 미래의 삶을 결정한다. 풍족하지 못한 삶일 경우 이것은 더 심하다. 중반에 아이를 가지지 못하는 이유가 나오고 오요네가 아파할 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지속된다. 이 불안감은 이 부부 사이의 과거가 나오고, 그 당사자의 이름이 갑자기 등장하면서 더욱 고조된다. 결코 만나고 싶지 않은 옛 친구이기에 그의 괴로움은 깊어지고 도망이란 선택을 한다. 완전한 해결책이 아님을 그도 알고 있지만.
지난번보다 더 쉽게 읽었다. 소세키에게 조금 적응한 것일까. 아니면 예전에 소세키가 한 아줌마 몸에 빙의한 일본 드라마 때문에 낯설지 않은 것일까. 분명한 것은 지금도 역시 소세키의 매력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 금슬 좋고 은근한 애정이 넘치고 부부를 보면서도 말이다. 그러나 20세기 초 도쿄의 풍경과 일상이 세밀하게 그려지는 동시에 그 속에서 살아가는 보통 사람의 삶이 잔잔하게 가슴 속으로 다가온다. 다만 아내의 봄을 기뻐하는 말에 대한 답으로 또 겨울이 올 것이라고 할 때 이 부부의 불안감이 그렇게 쉽게 사라질 것이 아님을 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