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홍색 연구 ㅣ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7
아리스가와 아리스 지음, 김선영 옮김 / 비채 / 2011년 12월
평점 :
품절
작가 아리스 시리즈 여덟 번째 작품이다. 제목은 셜록 홈스 시리즈 중 한 편과 같다. 사실 이 제목을 보았을 때 홈스와 왓슨의 만남을 다룬 동명의 작품이 떠올랐다. 정확하게 내용은 기억나지 않지만 제목만은 기억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작가가 그 유명한 아리스가와 아리스가 아니었다면 제목 외에는 눈길을 끌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작품이 작가 아리스 시리즈 중 한 편이라니 그냥 지나갈 수 없다. 비록 이 작가의 작품이 아직 나를 완벽하게 사로잡지는 못했지만 말이다. 그래도 계속 끌리는 것은 평균 이상의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이다.
짙은 노을로 가득한 저녁 풍경을 배경으로 이야기는 시작한다. 소설 속에서 셜록 홈스 역을 맡은 히무라는 법학과 조교수다. 그의 이력을 아는 제자 아케미가 연구실을 찾아온다. 그리고 아름다운 노을을 두려워한다. 그녀가 노을을 두려워하는 것은 6년 전 있었던 화재 사건 때문이다. 그녀의 눈앞에서 이모부가 불타 죽은 것이다. 이 트라우마로 인해 주홍색에 대한 공포가 생겼다. 이 이야기를 한 후 그녀는 히무라에게 사건 조사를 부탁한다. 그것은 2년 전 친척의 피아노 선생이었던 오노 유우코가 별장 근처 해안에서 죽은 것이다.
작가 아리스와 히무라는 홈스와 왓슨 콤비처럼 활약한다. 아리스는 현직 추리소설가고 히무라는 법대 조교수다. 이 둘이 범행 장소를 찾아가서 함께 사건을 해결한다. 이 작품이 시리즈 여덟 번째니 이전에 일곱 번 있었다. 콤비처럼 활약하지만 실제 모든 사건을 꿰뚫어보고 해결하는 인물은 히무라다. 그렇다고 작가가 쓴 글처럼 아리스의 활약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사건 현장에서 상황을 직접 들려주고 다양한 가설을 말하면서 불가능한 가설을 사전에 없애는 역할을 한다. 이 과정을 통해 독자들도 불가능하거나 불필요한 가설을 삭제하게 된다. 어떻게 보면 사건을 너무 단순화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지만 덕분에 본격적으로 추리에 집중하게 된다.
유우코 살인사건은 해변가 바위에 맞아 죽은 것으로 주변인에게 알려줘 있다. 경찰이 세부적인 사실을 숨겨놓고 있은 것이다. 그런데 이 사건 이전에 이 사건을 함께 수사할 것을 요청하려고 히무라가 아리스의 집을 방문한다. 술을 마시고 늦게 잠이 들었는데 새벽에 전화가 온다. 히무라에게 오랑제 유희가오카 맨션 806호로 가라는 괴상한 전화가 온 것이다. 그냥 무시할 수도 있지만 낌새가 이상하다. 둘이 함께 이 맨션으로 간다. 806호에서 발견하게 되는 것은 한 남자의 시체다. 야마우치 요헤이로 아케미와 죽은 유우코와 관계있는 인물이다. 본 사건 조사에 들어가기 전 벌써 한 건의 살인 사건이 생긴 것이다.
현장에서 발견된 단서는 용의자를 금방 찾게 만든다. 모든 정황 증거, 지문 등이 그를 범인이라고 가리킨다. 알리바이조차도 그에게 불리하다. 과연 그가 범인일까? 그가 범인이 아니라면 어떤 트릭이 사용된 것일까? 하지만 비교적 쉬운 트릭을 사용하여 금방 해결된다. 물론 비교적 쉽다는 것은 이것과 비슷한 트릭을 책 속에서도 이야기하지만 다른 소설에서도 읽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 수사 과정은 원래 해결하고자 한 유우코 살인사건 해결의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 단서를 재빨리 파악한다면 쉽게 범인을 추리할 수 있다. 만약 파악이 늦다면 나처럼 길을 잃고 헤매게 된다.
하드보일드나 액션을 가미한 추리소설이 아니다. 한정된 공간과 사람을 등장시켰다. 분명히 그 속에 범인이 있다. 범인을 추론하기 위해서는 조각난 퍼즐을 하나씩 맞출 필요가 있다. 홈스의 그 유명한 말처럼 불가능한 것을 하나씩 제거해야만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하지만 단순히 불가능성의 제거만으로 부족하다. 이 이야기 속에는 인간의 감성이 너무 주관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 부분은 마지막 부분을 읽으면서 심하게 공감하지 못했다. 그 때문에 솔직히 조금 아쉽다. 뭐 단순히 개인 취향 문제라면 다른 문제가 될 수 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