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고스트 헌트 1 - 구교사 괴담
오노 후유미 지음, 박시현 옮김 / 북스마니아 / 2011년 11월
평점 :
오노 후유미란 이름 때문에 선택했다. 솔직히 말해 이 작가의 소설을 읽은 것은 딱 한 편이다. <시귀>다. 3권짜리 장편인데 상당히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는 이 작가의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보게 된 일본 애니 <십이국기>의 원작자란 것을 알게 되면서 기억하게 되었다. 집에 <십이국기> 몇 권이 있다. 애니를 본 것 때문에 왠지 손이 나가질 않는다. 애니의 이미지가 원작에 적용될 것 같은 느낌과 다른 책을 먼저 읽고 싶은 마음에 뒤로 밀렸다. 그러다 선택한 것이 이 책이다. 그런데 이 소설도 읽다보니 이전에 애니로 본 것이다. 몇 년 전이라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애니의 원작이지만 만화로도 나왔다. 이런 하나의 소스를 다양하게 이용하는 것은 이미 여러 번 봤다. 그래서 가끔 애니로 봤다는 이유로 원작의 재미를 놓치는 경우도 있다. 점점 이런 경우가 많아지는데 아쉬울 때가 많다. 만화 대신 애니로 대체하는 경우도 있으니 게을러지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이 소설도 처음에는 의욕적으로 달려들었다가 애니로 봤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약간 주춤했다. 가속도가 붙어야 할 시점에 특히. 머릿속에 남아 있는 애니와 비교하는 작업이 읽는 동안 계속 되었는데 이 때문에 원작의 재미를 충분히 누리지 못한 부분도 분명히 있다. 물론 남은 이미지의 도움을 받은 부분도 있지만.
부제 ‘구교사 괴담’에서 알 수 있듯이 괴담에서 시작한다. 화자는 고등학생 마이다. 그녀는 친구들과 함께 괴담 이야기를 한다. 그러다 나온 것이 그녀가 다니는 학교의 구교사 괴담이다. 처음에는 그냥 떠돌아다니는 괴담 중 하나였다. 하지만 이 구교사를 정리하려고 하는 교장이 고스트헌트를 부르면서 바뀐다. 처음 도착한 인물이 바로 시부야다. 그는 시부야 사이킥 리서치 대표다. 겨우 열입곱인데 말이다. 거기에 엄청난 미소년이다. 마이를 제외한 다른 친구가 그에게 홀딱 빠진 것도 충분히 이해가 될 정도의 미모다. 그리고 그는 영능력자가 아니고 과학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마이가 이 구교사 일에 빠지게 된 것도 바로 시부야의 조수를 다치게 만들고 비싼 기자재를 깨트린 것 때문이다.
이상한 분위기를 풍기는 공간이 구교사다. 괴담의 진원지이기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사건이 벌어지는 곳이기도 하다. 어린 시부야를 믿지 못한 교장이 다른 영능력자를 부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가 매체에서 뛰어난 업적을 쌓은 인물이 아닐 경우에는 더욱더. 무녀와 스님과 영매와 신부 등이 추가로 등장한다. 이들은 구교사에 정령이 있다 없다 등으로 말다툼을 한다. 쉽게 정령이 드러나지 않는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구교사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진다. 분명 어떤 존재가 있다. 비록 분명하게 그 실체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지만.
제목만 본다면 판타지 계열로 초능력이 난무할 것 같지만 작가는 냉정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시부야를 내세워 과학적 해석을 바탕으로 먼저 이야기를 이끌어나간다. 이에 반론을 제기하는 영능력자와 영적 재능이 있는 학생을 등장시켜 긴장감을 고조시킨다. 구교사에서 벌어지는 몇 가지 해프닝과 사고는 독자로 하여금 그 정체가 무엇인지 호기심을 품게 만든다. 하지만 마이의 일인칭시점으로 이야기를 풀어내면서 그 무거움을 덜어낸다. 여고생이 화자이자 주인공이 되면서 명랑해진 것이다. 여기에 살짝 가미되기 시작하는 로맨스는 다음 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애니를 끝까지 보지 않은 것 같은데 원작은 과연 끝까지 보게 될지 모르겠다. 뭐 원작이 모두 출간될 때 문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