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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와 아메리카인 ㅣ 김영사 모던&클래식
존 스타인벡 지음, 안정효 옮김 / 김영사 / 2011년 11월
평점 :
존 스타인벡의 소설을 처음 읽은 것이 대학 때였다. <분노의 포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그 후 <에덴의 동쪽>을 문고판으로 읽었다. 지금 생각하면 이 두 권 모두 쉽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아닌 것 같은데 그 당시는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하지만 이 재미와 몰입도와 상관없이 내용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 시대에 대한 이해와 사람에 대한 애정이 부족한 시절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사실 그 당시 재미있게 혹은 몰입해서 읽은 책 상당수가 그랬다. 지금 다시 읽으라고 한다면 쉽게 손이 가질 않을 책들이다. 소위 말하는 고전문학으로 분류되던 책들이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스타인벡의 소설을 한 권 읽었다. 여전히 잘 읽혔다. 하지만 그가 보여주고 들려주는 이야기의 맥을 단숨에 잡지 못했다. 아직 성숙함이 부족한 모양이다. 이것과 상관없이 그의 이름이 나오는 책에는 자연스레 눈길이 간다. 대학 때 읽은 재미에 대한 기억 때문이다. 이것은 이 책을 선택하는데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그리고 조그만 착각도 작용했다. 당연히 소설로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아니다. 이 책은 작가가 자신의 나라에 대한 애정을 담은 비평 에세이다. 가끔 깜짝 놀라게 만드는 내용들이 나와 어리둥절할 경우도 많았지만 분명히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글이다.
책 구성은 역자가 쓴 작가와 작품에 대한 해제가 먼저고, 그 다음에 본격적인 이야기가 주제별로 나온다. 책을 읽을 때 개인적으로 역자나 해설이 붙은 것을 먼저 읽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작가의 글을 먼저 읽었다. 미국의 탄생과 성장에 대한 내용인 ‘여럿에서 하나’의 장은 항상 듣게 되는 미국의 힘이 어디에서 비롯한 것인지 알려줬다. 하지만 그 내용 중에서 놀라운 글이 보인다. “제한이 심한 이민법을 통과시키는 데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바로 그 사람들이, 이제는 값싼 새로운 노동력을 받아들이자고 앞장을 서서 주장하는가 하면, 때로는 불법으로 이주를 받아들이기에 이르렀다.”(94쪽) 이 글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권력자 등이 어떻게 변신하는지 잘 보여준다. 한국의 현실에 이 문장에서 단어를 조금 바꿔서 적용하면 현재 한미FTA 문제나 기타 사항으로도 바로 적용이 가능하다.
그 외에도 미국과 미국인에 대한 그의 글들은 우리의 현실에 대입해도 무리가 없는 내용으로 가득하다. 광고, 생태, 정치, 경제, 인권, 미래에 대한 글들이 바로 그것이다. 그가 이 글을 쓴 시대가 1960년대 후반임을 감안하면 더욱 놀랍다. 물론 이전에 다른 책 등에서 읽은 부분도 있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시대에 대한 깊은 통찰을 담은 이 글들이 가슴으로 와 닿는다. 물론 나의 인식이 따라가지 못하거나 기존 상식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다. 특히 노예제도에 대한 부분이 그렇다. 노예제도라는 문제가 이성이나 분석의 문제가 아니라 순전히 감정적인 논쟁으로 대두했다는 지적에서 그 시대를 이해하는 새로운 단서 하나를 발견한 느낌이었다.
매카시즘과 문학에 대한 금서 논쟁에 대한 글을 읽으면서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잘 몰랐다. 그의 작품이 금서 목록에 올랐다는 것조차 몰랐다. 이 부분은 역자의 해제를 통해 잘 알게 되었다. 해제를 나중에 읽으면서 작가의 글 속에서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거나 놓친 의미를 새롭게 발견한 것이다. 아마 해체를 먼저 읽었다면 그렇구나 하고 지나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존 스타인벡 인생과 문학을 비교적 짧은 글 속에 잘 요약한 글이다. 이 때문에 나중에 아직 읽지 않는 작가의 다른 책에 대한 관심이 더 생겼다. 이전에 읽은 책도 한 번 더 읽을까 살짝 고민이 된다. 뭐 고민을 끝날 가능성이 더 높지만.
역자도 말했지만 작가는 사회주의자보다 현실을 가장 낮은 곳에서 바라보는 인본주의자다. 그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그 사회의 현실과 그 속에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 책을 읽는 우리가 바로 자신의 필요에 따라 그의 의도와 목적을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표지가 너무 미국적이라 살짝 들고 다니기 부담스럽다. 제목과 내용만 생각한다면 제대로 그것을 표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해당 서평은 출판사에서 제공받은 도서를 읽고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