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네 케이스케 지음, 김은모 옮김 / 북홀릭(bookholic) / 2011년 11월
평점 :
품절


2007년 일본 호러소설대상 단편상을 수상한 <코>를 비롯한 세 편이 실려 있다. 작가의 이력을 보면 <침저어>로 제53회 에도가와 란포 상을 수상했고, 2009년에는 <열대야>로 일본추리작가협회상 단편상을 수상했다. 몇 년 사이에 이름난 상을 여럿 받았다. 가끔 일본에서 이런 작가가 등장하는데 자연스럽게 눈길이 간다. 경이의 신인이라는 평을 받았다고 하는데 <코>를 읽고 난 후 어느 정도 동의한다. 기발한 상상력과 서술트릭이 지닌 재미와 잔잔히 파고드는 서늘함이 함께 잘 어우러져 있기 때문이다.

<폭락>은 한 개인의 가치를 주식처럼 표현하고 있다. 병원에 입원한 환자가 자신의 과거를 간호사에게 들려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그런데 이 과정에 흘러나오는 이야기 구조는 정말 기발하고 멋진 비유다. 현재 문화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다. 한 인간의 가치를 그 자신뿐만 아니라 가족이나 친구에 의해 결정되는데 이것은 주가처럼 순간적으로 변한다. 우량주는 점점 그 가치가 높아지고, 부실하거나 불량한 관계를 가진 사람은 그 가치가 점점 떨어진다. 엘리트가 사회 밑바닥으로 떨어지고 파국으로 치닫는 과정을 약간은 전형적으로 보여준다. 하지만 마지막에 드러나는 진실과 끔찍한 현실은 상업주의와 비인권의 극치를 보여준다.

<수난>은 한 공간에 갇힌 한 남자 이야기다. 한 파견회사의 계약이 끝난 후 다음 회사로 가기 전 회식을 한다. 그런데 술에서 깨어나니 이상한 곳에서 수갑을 찬 채 묶여 있다. 왜, 누가, 어떤 목적으로 그를 묶어두었는지 전혀 알 수 없다. 이런 알 수 없는 현실에 한 소녀가 나타난다. 물과 견과류만 그에게 남겨두고 떠난다. 어떤 말도 없다. 편지만 가끔 남긴다. 그가 바라는 것은 경찰에게 연락하는 것이다. 하지만 어떤 신고도 없다. 이런 나날이 이어지는 과정에 새로운 인물이 등장한다. 이것은 조그만 사건으로 이어진다. 이 단편을 읽으면서 한국의 호러단편이나 영화 <쏘우>가 떠올랐다. 왜일까? 개인적으로 세 단편 중 가장 흥미가 떨어진다. 

표제작 <코>는 멋진 단편이다. 텐구와 돼지 두 종족으로 나누어진 어떤 가상 국가를 다룬다. 권력을 가진 쪽은 돼지다. 텐구로 찍히면 불리한 일들이 너무 많다. 격리, 수용되고 죽음으로 이어진다. 이 종족 구분을 읽으면서 자연스레 나치의 유대정책이 떠올랐다. 그 유명한 아우슈비츠의 잔혹한 행동과 사람의 부산물들로 만들어진 다양한 도구들도. 단순히 이 구도로만 갔다면 좀 잔혹했을지 모르지만 멋진 반전이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다. 여기에 유독 냄새에 민감한 형사를 끼워넣어서 새로운 세계를 펼쳐보여준다. 분명 별개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것을 분명하게 알게 되는 것은 바로 마지막 장면을 통해서다. 객관성이 사라진 공간에 주관들이 충돌하면서 만들어내는 현실은 무척 놀랍다. 훌륭한 서술트릭이자 반전이다. 그리고 곳곳에 드러나는 사실들과 비판은 씁쓸한 맛이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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