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 길.사람.자연.역사에서 찾다
서승범 지음 / 자연과생태 / 201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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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올레라는 단어는 꼭 가보고 걸어봐야 할 곳으로 다가왔다. 원래 올레는 거릿길에서 대문까지의, 집으로 통하는 아주 좁은 골목길이란 뜻의 제주 말이다. 그런데 제주 올레길이 생기면서 그 의미가 확장되기 시작했다. 제주올레 19코스는 기존 제주 관광의 개념을 완전히 뒤집어 놓았다. 빼어난 자연 풍경과 걷기의 만남으로 도시의 일상에 찌든 사람들의 탈출구가 된 것이다. 서울에서라면 걷기가 죽기보다 싫은 사람들이 비싼 비행기 값과 경비와 시간을 내어 이 올레를 걷는다. 다녀와서는 그 길에 대한 칭찬을 길게 널어놓는다. 그러니 올레란 단어에 가슴이 뛰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은 그 올레가 아니다. 첫 이야기가 제주올레 16코스라고 해도 말이다.

표지에 ‘길, 사람, 자연, 역사에서 찾다’란 단어가 보인다. 이것은 이 에세이가 묶인 주제들이기도 하다. 모두 네 꼭지, 스물넷 이야기로 엮여있다. 이렇게 분류를 했지만 결국 사람이야기다. 그와 그가 길에서 만난 사람, 풍경, 단상, 감상 등이 그가 여행 곳을 중심으로 풀려나온다. 이 과정이 깊은 사고를 그쳐 나오는데 많은 부분에서 공감대가 형성된다. 그것은 아마 그가 경험했던 것을 나도 겪고 싶고, 그가 본 풍경과 삶을 나도 보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그가 다녀온 곳 중 몇 곳은 그냥 무심코 지나간 곳이 있는데 이것을 생각하면 아쉬움이 가득하다.

이 책에서 제주올레에 대한 정보나 새로운 관광정보를 기대했다면 빨리 덮으라고 말하고 싶다. 그가 다녀온 곳에 대한 평이 결코 일상적인 여행안내서와 궤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길, 사람, 자연, 역사란 큰 틀과 인연과 단상을 이야기로 풀어내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여행지 정보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간단한 여행지 팁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그곳에 가기 위해, 새로운 감상을 설명하기 위해 있을 뿐이다. 특히 관심 있는 맛집 추천에 인색한 것도 바로 그 때문이다. 그래서 가끔 나오는 맛집 정보가 무척 반갑다.

개인적으로 걷는 것을 좋아한다. 어지간한 거리는 걷는다. 하지만 점점 걷는 거리가 짧아지고 있다. 살짝 남 탓도 하지만 결국 게으름과 피곤함이란 핑계 때문이다. 길을 걷는다는 것은 목적지에 가장 빨리 가기 위한 발걸음도 있지만 문득 고개를 좌우로 돌리면서 풍경과 사람을 볼 기회도 생긴다는 의미다. 그가 찾아간 곳 대부분이 대중교통을 이용해 움직인 것을 보면 이 여행이 의도하는 바가 잘 드러난다. 관광이 아닌 여행, 단순히 보고 오는 것이 아닌 그곳에서 사람과 역사를 생각하는 것이 여기에 실려 있다. 

참으로 많은 부분에서 고개를 끄덕인다. 특히 육아의 기준에 눈길이 간다. 그가 세운 육아의 기준은 ‘주지 않는다’다. “안아주지 않고 안고, 먹여주지 않고 함께 먹고, 놀아주지 않고 함께 놀고, 재워주지 않고 함께 자는 것.”(77쪽) 영어의 'give and take'란 표현이 떠올랐다. ‘준다’란 것에 ‘받는다’는 것이 함축되어 있다는 지적은 머리를 강하게 울린다. 흔히 하는 말로 베푼다고 하거나 선심 쓰는 듯한 일에 제동을 건 것이다. 이와 같은 인식이 흘러나오기 위해서는 사물에 대한 깊은 관찰과 통찰이 없으면 불가능하다. 또 다른 의미가 숨겨져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곱씹을 필요가 있는 육아의 기준이다.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에 대한 답이 이 책이다. 앞으로 그가 가야할 올레도 많이 남아 있다. 갔던 곳을 다시 가보고 싶다는 글들이 책 속 가득한데 충분히 공감한다. 시간이나 환경의 변화에 의해 풍경이나 인상이나 감상 등이 변할 수 있는데 이 부분을 잘 표현하고 있다. 나 자신에게도 나의 올레는 어디인가 묻게 된다. 어딜까? 어릴 적 뛰어놀던 곳들은 이제 차들 때문에 감히 아이들을 밖으로 내놓지 못하고 있다. 그 시절의 기억보다 현재의 기억과 추억이 더 희미해지고 있다. 점점 빨라지는 속도에 짓눌리고 있는 것이다. 끝없이 그 생활을 반성하지만 실천은 멀기만 하다. 또 핑계로 현실을 말한다. 지금이라도 나의 올레를 하나씩 되돌아봐야 할 것 같다. 아직 완전히 늦은 것은 아니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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