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베러 블루스 - 재수 듣고 그리다
재수 지음 / 애니북스 / 2011년 8월
평점 :
품절


제목을 보면서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동명의 재즈곡과 그 곡이 나온 같은 이름의 영화다. 스파이크 리 감독에 덴젤 워싱턴 주연의 영화였다. 이 재즈곡에 반해서 시디를 산 후 한동안 이 음악만 줄기차게 들은 적도 있다. 노라 존스의 앨범과 함께 직접 산 몇 되지 않는 재즈 앨범이다. 뭐 찾아보면 거장의 앨범도 몇 장 있겠지만 그들의 음악은 솔직히 고백하자면 이름 때문에 샀다. 책에서 본 명성 때문에 사서들은 것이다. 물론 좋았다. 하지만 개인 취향이나 몰입과는 조금 거리가 있었다. 

만화가 재수, 잘 모른다. 시선을 끈 것은 제목이다. 너무나도 좋아하는 재즈 곡명이기 때문이다. 가볍게 펼친 첫 장면이 군악대 모습이다. 별 셋을 단 장군을 위한 이,취임식 행사 연주중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실수를 한다. 별 하나가 사라지는 그림이 나온다. 이 장면은 꿈이다. 물론 현실에서 일어났을 가능성이 높다. 군 제대 후 남자들이 가장 겁내고 두려워하는 꿈이 군에 다시 입대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악몽에서 깬 그를 기다리는 것은 새로운 공포 대상인 직장 생활이다. 

이태백 시대에 직장을 가진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의 직업이 회계사임을 생각하면 부러운 일이다. 하지만 주인공 구근운에게 이런 반복적인 일상은 자신의 삶을 갈아먹을 뿐이다. 무의미한 일상의 반복과 자신이 사라진 삶과 직장 상사의 서류 던지기 신공은 더욱 각박하게 상황을 만든다. 재즈를 좋아하지만 연주할 기회조차 가지지 못하고 있다. 재즈가 아닌 음악이라도 제대로 듣고 연주할 수 있다면 좋을 텐데 말이다. 트럼펫을 한밤중에 잠시 불어보지만 옆집 아줌마의 원성만 살 뿐이다. 삶의 탈출구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런 삶을 작가는 음악 기호를 사용하여 잘 표현하고 있다. 엘리베이터는 또 다른 삶의 반복을 의미한다. 그리고 숫자는 그의 직업에 대한 감정이자 혼란이다. 사람들의 얼굴이 숫자로 가려져서 제대로 보이지 않을 정도로 그의 증상은 심하다. 사람 얼굴이 제대로 보이면 오히려 이상할 정도다. 그러다 천둥번개에 의해 엘리베이터에 갇힌다. 이 사건은 그의 삶에 변화를 가져온다. 모든 숫자가 0으로 보이는 것이다. 삶이 리셋되어 초기화된 것이다. 과거가 사라졌다는 것은 현재도 사라지고 변한다는 의미다. 여기서부터 일상을 벗어난 삶이 일어난다.

예쁘게 그려진 그림은 아니다. 오히려 투박하다. 각 장마다 새로운 음악 기호를 표시한다. 음악과 구성의 조화다. 화면 구성은 원근을 무시하거나 섬세한 연출을 통해 두 사이의 간격을 좁힌다. 영화의 카메라 앵글을 이용한 듯한 연출인데 곳곳에 이런 영화 기법이 눈에 들어온다. 단순히 그림만 본다면 강한 인상을 주기 힘들다. 하지만 이야기에 집중하고 화면 구성과 내용을 연결시키면 달라진다. 기발한 아이디어도 있지만 감정과 상황을 적절하게 담아내었다. 작화보다 연출이 더 뛰어난 작품이다. 잊고 있던 재즈에 대한 향수와 열정을 살짝 깨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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