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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금사막
김영희 지음 / 알마 / 2011년 10월
평점 :
품절
소금사막을 처음 본 것이 영화 속이었다. 악마와 싸워 이긴 주인공이 악마를 영원히 가두기 위해 선택한 곳이 바로 소금사막이었다. 그때 든 생각이 만약 이 소금들이 다 사라지면 악마는 다시 부활하겠구나 였다. 그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그렇게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고. 다시 이 책 속에서 그곳을 보니 그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소금사막이 이 책의 제목이지만 작가 김영희에게는 60일간의 남미 여행 중 잠시 둘러본 곳 중 하나다. 그곳이 의미없다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 수많은 감동과 의미를 부여한 곳들 중 한 곳이란 의미다.
<나는 가수다> 첫 방송이 지금도 생생하다. 처음 광고할 때만 해도 이런 인물들이 나와 경연을 한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텔레비전을 잘 보지 않던 내가 이 프로그램을 보게 된 것도 어떤 조그만 기대 때문이었다. 김영희 PD의 말처럼 이소라가 <바람이 분다>의 첫 음을 내는 순간 빠져들었다. 최고였다. 그 어떤 프로그램이 주지 못한 엄청난 몰입을 가져다 주었다. 주말에 유일하게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되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다. 김건모의 첫 탈락이다.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이변이다. 재도전의 기회가 부여되었지만 이 때문에 엄청난 반대 여론이 형성되었다. 김영희 PD가 짤리는 일까지 발생한 것이다. 하지만 다시 반전이 생긴다. 재도전의 방송이 또 다른 감동을 준 것이다. 최고 중의 최고였다. 그렇지만 그는 떠나야했다. 그 떠남의 결과로 만들어진 것이 바로 이 책이다.
60일간 29번의 비행이 남긴 흔적이란 글과 그가 다녀온 곳의 지도가 눈길을 끈다. 첫 느낌은 부럽다였다. 60일간 여행을 간다는 자체가 부러움의 대상이다. 일주일 휴가도 빼기가 쉽지 않은 월급쟁이니 더욱 그렇다. 그가 다녀온 곳을 훑어보니 평소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다. 멕시코시티에서 시작하여 아바나를 거쳐 남미대륙을 한바퀴 도는 일정이다. 짧지 않은 시간이지만 너무 자주 이동했다는 생각도 든다. 그 바닥에는 부러움이 깔려 있다. 대충 넘겨본 책 내용은 글자가 별로 없고 그림과 사진이 꽤 많다는 것이다. 읽어보니 맞다.
이 책에 실린 사진들은 27만원짜리 디카로 찍은 것이고, 그림은 그가 현지에서 산 스케치북에 직접 그린 것이다. 사진을 보고 그 아름다운 풍경과 색감 때문에 당연히 DSLR로 찍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 ‘당연히’가 무너졌다. 똑딱이로 이런 색감과 질감을 만들어내다니 놀랍다. 아니 부럽다. 전문가들이 보면 또 다르겠지만 사진에 무식한 나에게는 그렇다. 이 사진과 그림은 그가 간 곳의 느낌을 잘 드러내준다. 조금씩 나오는 사유의 글들은 그림 등에서 받은 감흥에 잠시 쉼터가 된다. 그가 그곳에서 받은 느낌과 사유는 알고 있었지만 잊고 있고, 느꼈지만 표현하지 않았던 것들이다.
<나가수> 하차 후 떠난 여행이라 그런지 모르지만 <나가수>에 대한 애정이 가득하다. 인터뷰 등에서 본 내용도 나오고, 안타까움도 묻어난다. 지금은 조금 이 프로그램에 대한 애정이 식었지만 그래도 그들이 부르는 노래에 나의 마음은 움직인다.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라지지만 그들의 사연과 노래는 가슴으로 다가온다. 잊고 있고 잘 몰랐던 가수들의 등장은 반갑다. 물론 그가 떠난 후 <나가수>에 대한 글은 없다. 다만 이 책이 나에게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든 것이다. 그리고 잊고 있던 혹은 몰랐던 남미의 풍경들이 새롭게 다가왔다. 그의 인식에 의문이 생기는 대목도 살짝 있지만.
그는 책 앞에서 말한다. ‘나는 피디다’라고. 비교적 긴 여행이지만 너무 많은 곳을 돌아다녀 남미의 깊은 곳을 들여다보지는 못한다. 그가 남미 여행을 간 것이 자신을 추스르기 위한 하나의 방편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길게 풀어내지 못한 이야기에 아쉬움은 없다. 사진과 그림과 짧은 단상만으로 충분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여백이 있는 부분은 나의 단상으로 채우면 된다. 그리고 그가 ‘지금’을 말할 때 얼마 전 내가 외친 그 단어가 반갑다. “인생… 지금이 전부입니다.”